(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7월부터 전면 시행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는 단순한 대출 규제를 넘어, 주택 실수요 시장 전반에 구조적 충격을 유발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실제 대출금리 대신,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해 차주의 상환 능력을 보다 보수적으로 평가한다. 이 기준은 은행권은 물론 제2금융권의 거의 모든 가계대출에 일괄 적용되며, 대출 가능액 축소라는 직접적인 영향을 수반한다.
핵심은 스트레스 금리 상향이다. 수도권에선 가산금리 1.5%, 지방은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0.75%를 적용하지만, 적용 대상은 은행권 주담대와 신용대출은 물론 2금융권의 기타대출까지 사실상 전면 확대된다. 이에 따라 동일한 소득 조건이라도 대출 가능액은 크게 줄어들며, 일부 고소득자조차 대출한도가 억제되는 사례가 예상된다.
특히 혼합형‧주기형 주담대에 스트레스 금리 적용 비율이 높아지면서 금융권은 고정금리 유도를 강화하고 있다. 금리 변동 리스크를 감안한 심사 기준이 도입된 셈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우려에 가깝다.
◇ ‘실수요자만 막히는 대출 문턱’…청년‧무주택자는 ‘이중고’
이번 DSR 3단계 규제는 정책 목표상 다주택 투기 수요 차단과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조치지만, 실제로는 자력으로 주택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층에 가장 큰 타격이 돌아가고 있다.
특히 2030대 청년층, 생애최초 구입자, 무주택 가구는 자산보다 소득과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인데, 스트레스 금리 적용 시 이들의 대출 여력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예컨대 연소득 6000만원인 무주택자가 4% 금리 기준으로 약 3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면, 스트레스 금리 78%가 적용될 경우 1억5000만~2억원대에 그친다.
문제는 정책금융 상품조차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청년 우대형 전세자금대출에도 스트레스 DSR이 시범 적용되며, 향후 확대 적용 가능성도 열려 있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가 일괄 규제를 적용하면서 젊은 세대가 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상담을 왔다가 기대한 수준의 한도를 받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거나 청약으로 선회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실제 시장에서도 거래 위축이 뚜렷하다. 서울 외곽 및 수도권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실거래가 등록 건수가 급감했고, 노원‧도봉‧금천 등 9억원 이하 단지에서는 거래 공백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중도금 납부 지연이나 계약 해지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현상은 정책 설계의 타깃팅 실패로 해석된다. 고가 자산 보유층은 대출 비중 자체가 낮아 규제의 영향권 밖에 있고, 이로 인해 대출 없이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실수요자만 매수 기회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같은 잣대를 모든 계층에 적용하기보다, 수요 특성과 자금 조달 능력을 반영한 차등적 금융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DSR 3단계는 마치 금융위기 때처럼 지나치게 보수적인 심사 방식이다”며 “특히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토부와 금융당국이 제시한 ‘6월 30일 이전 계약‧공고 예외 적용’도 사실상 단기 유예일 뿐, 실질적인 보호 장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청약 시 신혼‧생애최초 특별공급 등에 차등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거나, 소득‧자산별 탄력적 심사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 강남‧용산은 ‘무풍지대’…지방은 더 추워진다
규제 충격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서울 강남‧용산‧과천 등 고가 주택 시장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부 단지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으며, 매물 감소와 실거래가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5월 중순 23억원에 거래되며 고점 수준을 유지했고, 한남동 ‘한남더힐’은 고액 자산가 중심의 현금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출 규제가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 계층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실거래 비율은 수도권 평균을 웃돌고 있으며, 급매 출현 없이 수요가 견고하게 버티는 시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같은 기간 금천‧도봉‧중랑 등에서는 거래 급감과 호가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규제의 풍선효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강남‧용산은 희소한 입지, 교육 환경, 기업 본사 유치 등 장기적 투자 가치가 견고한 지역으로, DSR 3단계와 같은 대출 규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 소장은 “대출 없이 자금 조달이 가능한 고소득층은 영향을 받지 않지만, 중저가 실수요자는 바로 시장에서 이탈한다”며 “이로 인해 가격 하방 압력이 집중되는 구조적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부동산시장 충격 어디까지…청약‧전세시장까지 재편 신호
DSR 3단계의 영향은 매매시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실수요자의 ‘우회 수요’가 청약과 전세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전반적인 주거 시장 재편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우선 청약 시장은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 영향이 적은 공공분양‧특별공급이 중심이 되며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실거주 요건 완화 등으로 인해 청약이 자금 부담이 적은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서울 둔촌주공, 성남 수진1, 인천 검단‧송도권 등 주요 단지들이 분양을 앞두고 있어, 실수요자의 대체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경쟁률 상승과 커트라인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모든 무주택자에게 청약 기회가 균등하지는 않다. 1인 가구, 무자녀 신혼부부, 청년층은 가점제 기준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 지역에선 ‘로또 청약’ 과열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전세시장 역시 영향권 안에 있다. 매매를 미룬 수요가 전세로 이동하며, 서울 주요 지역에선 전세가가 다시 반등 중이다. 전세 수요가 늘면 전세가가 오르고, 이는 다시 매매가 심리를 자극하는 ‘간접 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같은 전세 반등이 주거비 전반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수요자는 매매와 전세 양쪽에서 모두 압박을 받는 셈이다.
한 부동산정책 전문가는 “전세 수요 증가는 일시적이지만, 대응책이 없다면 전세가 상승 → 전세대출 확대 →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매매시장만 조이고 나머지를 방치하면, 정책이 시장 전체를 왜곡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 정책은 규제, 시장은 현실…‘맞춤형 보완책’이 열쇠
김인만 소장은 “DSR 3단계는 실수요자의 매수심리를 직접 위축시키며, 특히 수도권 외곽과 중저가 주택 시장의 가격 조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금리와 공급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 리셋이 필요한 시점”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지역별‧소득별 맞춤형 대출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강해지고 있다. 지금처럼 일괄적 규제를 유지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주거불안과 시장 위축이라는 ‘정책의 역설’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DSR 3단계는 시장 심리를 자극하는 강력한 정책 신호다. 특히 거래가 비수기로 접어드는 하반기와 맞물리면서 매수 위축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는 보완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수도권 외곽과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하락장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제도가 연착륙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혹은 또 하나의 매수절벽을 불러올지는, 정부의 후속 대응과 시장의 자정 능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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