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 수요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데도,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폭이 25개월 만에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부는 연내 변동금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하는 등 가계대출 관리 강도를 더욱 강화하겠단 입장이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상생 금융 동참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길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정책 엇박자’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10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증가폭이 가장 높았던 8월(6조1000억원) 기록을 넘어선 6조3000억원 증가를 기록했다. 부동산 폭등이 발생했던 2021년 9월(7조8000억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출 항목별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이 5조2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월(5조7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5000억원 감소했으나, 기타대출이 전월(-3조3000억원) 대비 증가 전환(1조1000억원)하면서 가계 대출을 견인했다. 9월에 추석 상여금 유입 등으로 줄었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게 금융당국 측 설명이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은행권 가계대출이 6조8000억원 증가해 전월(4조8000억원) 대비 2조원 늘었다. 은행권 주담대는 정책성 대출 위주로 5조8000억원이 증가한 가운데 DSR 산정 만기 개선과 정책모기지 속도 조절 영향으로 증가세가 다소 둔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가계 대출 수요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폭이 확대된 만큼 경각심을 가지고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과도한 대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을 연내 발표하는 등 대출 심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한 상생 금융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 가계대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가계대출 수요 압박 정책 방향과 상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행권이 잇따라 상생 금융 방안을 내놓고 있고, 빠른 시일 내 더 많은 은행들이 이같은 분위기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생 금융을 통해 고금리 부담 완화 정책, 즉 금리 인하가 실행되기 시작하면 결국 대출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가계 대출 수요를 압박하고, 상생 금융 확대를 주문하는 정책이 ‘엇박자’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면서 동시에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금리 인하 및 금융지원을 요구해 ‘일관성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정책이 모순된단 지적은 당연히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정부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우리 정부가 출범하면서 받은 여건 등을 보면 정책 수단 폭이 넓지 않았다. 언젠간 터진다는 그런 흐름을 봤을 때 큰 틀에서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막되 취약계층 금융지원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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