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행정법원이 '우간다에서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고자 난민 신청을 한 여성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우간다의 뿌리 깊은 성차별 문화를 고려하면 이 여성이 당한 것은 사적인 폭력이 아니라 '박해'라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손인희 판사는 우간다 여성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우간다의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다 만난 남성 B씨와 2012년 결혼했다. A씨가 첫째 아이를 출산한 후 복직하고자 하면서 B씨의 무자비한 폭력이 시작됐다.
B씨는 A씨가 출근하려 한다는 이유로 지팡이나 전깃줄로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고문했다. A씨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의 타박상을 입거나 의식을 잃기도 했다.
폭행이 4년째 지속되던 무렵인 2018년 7월 A씨는 한국에 들어왔다. 그러자 B씨는 A씨 남동생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등 친정 가족도 폭행했다.
아울러 이메일을 통해 A씨에게 "너는 내 소유물이고 나는 네게 무엇이든 할 자유가 있다. 네가 살아서 우간다로 돌아온다면 나는 너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그해 12월 난민인정 신청을 했으나 당국은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에서 규정한 '박해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A씨가 낸 불복 소송에서 재판부는 "A씨에게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이라는 이유로 박해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고 국적국 정부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는 상태"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간다는 남성 중심주의 사회로 대부분의 결혼은 남자가 여자의 가족에게 지급하는 '신붓값'을 기반으로 이뤄진다"며 "이런 관습은 아내가 남편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최소한 암묵적·묵시적으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법적·문화적 규범을 형성했다"고 짚었다.
이어 "A씨에 대한 폭력은 남편의 개인적 일탈에 의한 게 아니라 우간다 역사에 걸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남성 중심적 문화와 여성 차별을 기반으로, 국가의 방치 속에서 존속돼 온 구조적 문제"라며 "이는 A씨의 행복추구권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등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기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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