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함광진 행정사) 국가에 규율이 없다면
국가를 운영하는 기본 틀은 무엇일까? 국가는 헌법과 법률, 각종 규제 등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질서가 유지된다.
하지만 국가에 법률이 없다면, 사회적 혼란과 무질서가 발생한다. 계약을 지킬 의무가 없어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게 될 것이다. 상거래 계약이나 금융 거래의 신뢰도가 사라지면서, 경제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고도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사기 범죄가 급증하며, 결국 경제가 마비 상태에 빠질 것이다. 규율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개인마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데, 이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충돌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이익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분쟁을 조정할 기준이 없으면 갈등이 격화되며 사회적 혼란이 가중된다.
이러한 혼란은 곧 범죄 증가와 치안 부재로 이어진다. 법률이 없으면 범죄 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폭력, 절도, 사기 같은 범죄가 만연해질 위험이 크다. 또한,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가 충분히 보호받기 어렵다. 규율이 없는 상황에서는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고 불공정한 대우를 할 가능성이 크다. 법이 있으면 평등한 기준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지만, 그 기준이 없다면, 강자들은 자신의 권력에 따라 행동할 수 있게 되어 사회는 점점 더 불평등해진다.
기업에 사규가 없다면
국가가 법률 없이 운영된다면 어떤 혼란이 생길지 상상해 보자. 앞에서도 언급했던 바로 그 혼란이, 기업 내에서 사규가 없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사규 없이 운영되는 기업에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을까?
법이 없으면 범죄가 증가하듯, 사규가 없는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회사 자산 남용, 업무 태만, 영업기밀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기준이 없으니 직원들이 무엇이 허용되고 금지되는지 알기 어려워 회사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업무나 행동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직원 간의 갈등이 잦아지고 오해가 발생하기 쉽다. 각자의 책임 범위나 역할이 불분명하면 업무 중복이나 누락이 일어나며, 이는 조직의 팀워크와 협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직원과의 갈등이나 분쟁에서 경영진이 법적 기준을 명확히 주장하기 어렵다. 특히, 근로시간, 휴가, 복리후생 등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했을 때, 경영진이 법적 대응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쉽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조직이 일관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경영진이 혼자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국가와 기업의 규범 역할
국가의 법률과 기업의 사규는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각자의 체계 내에서 질서와 안정성을 제공한다. 국가의 법률이 사회 전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불법 행위를 방지하듯, 기업의 사규도 내부 질서를 잡아주어 구성원들이 혼란 없이 일관되게 행동하도록 만든다. 법률은 개인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책임을 분명히 하여 정의를 실현하듯, 사규도 직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여 내부 갈등을 예방하고 책임 의식을 강화한다.
법률과 사규는 각각의 체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예방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기준이 된다. 법률은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고 사규는 기업 내 갈등을 줄인다. 법률은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안전망을 제공하고, 사규는 기업의 리스크를 관리하여 안정적인 성장을 돕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와 기업 모두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법률과 사규의 차이
법률과 사규는 모두 규범으로서 조직 운영을 규제하지만, 그 목적과 적용범위, 법적 강제력에서 차이가 있다. 법률은 국가가 공공의 질서와 정의 실현을 위해 제정하는 규범으로, 모든 국민과 조직이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법률을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이나 행정제재를 받게 된다.
사규는 특정 기업이나 기관이 내부 질서와 효율적인 업무 운영을 위해 자체적으로 제정한 규정으로, 조직 내에서만 유효하다. 사규는 법률과 비교했을 때 강제력이 약하며, 위반 시에는 주로 내부 규정에 따라 징계나 인사 조치가 이루어지게 된다.
법률과 사규, 사회와 조직의 질서와 성장을 위한 필수 규범
법률이 없는 국가는 혼란과 무질서로 인해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렵듯, 사규가 없는 기업도 내부 질서와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법률과 사규는 그 적용 범위와 강제력에서 차이가 있지만, 모두 사회와 조직의 안정적인 성장을 돕는 필수적인 규범이다. 기업이 신뢰와 성과를 유지하려면 명확하고 현실적인 사규가 필요하며, 이는 조직의 목표와 가치를 반영하여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프로필] 함광진 행정사
•CS H&L 행정사 사무소 대표
•인천광역시청 재정계획심의위원
•사회적기업진흥원 전문컨설턴트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