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다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시 한번 공격적인 관세 부과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 수출기업에게 심각한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법인세 인상은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비춰진다. 실제로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단행한 법인세 인하, 소위 부자감세로 인해 2023년부터 2년간 약 81조원 이상의 세수결손이 발생한 것이 사실이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시행된 감세정책은 예상과 달리 재정 부담을 가중시켰고, 경기침체로 인한 법인세수 자체가 40% 이상 감소하면서 결과적으로 세수 확보에 실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법인세를 인상하고자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법인세 인상이 가져올 파급효과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기업들에게 결코 반가운 신호가 아니다. 기업들은 세금 부담을 회피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생산시설이나 법인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한국의 투자 환경 매력이 떨어지면서 국내 투자는 더욱 위축될 수 있고, 이것이 고용 축소로 이어질 경우 국민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물론 법인세 인상이 단기적으로 국가재정 확충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공공 인프라에 투자하거나 소득재분배를 강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글로벌 경제 블록화와 내수 부진이 동반되는 상황에서는 법인세 인상이 가져올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효과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부는 단순한 법인세 인상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산업 전략과 함께 다층적인 보완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세계 경제가 블록화되고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재편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플랫폼 주도국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으면 협상력 약화와 성장 동력 상실이라는 이중의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더 이상 단순 제조기지 역할에 머무를 수 없다. 제조업과 IT 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반도체‧배터리 산업 클라우드 협업 플랫폼 등으로 산업 생태계를 전환해야 한다. 물류‧금융‧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형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고, 국가 차원의 AI‧데이터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재 양성 전략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인재를 양성하고, 산업수요에 맞춘 인재 재교육을 통해 기존 인력을 플랫폼 산업형 인재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산업구조 개편, 인재양성, 통상전략을 통합한 국가적 차원의 플랫폼 전환 로드맵이 마련되어야만 우리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주도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 재정확보와 기업 경쟁력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세수 확대와 투자 유인을 동시에 고려한 정교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피상적인 재정정책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법인세 인상이라는 단기적 처방을 넘어서, 플랫폼 경제로의 구조 전환과 장기적인 산업‧통상 전략을 결합한 근본적인 성장전략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경제는 또 다른 성장 정체의 늪에 빠질 위험이 크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과감한 산업 전환과 세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할 시점이다. 우리나라가 플랫폼 주도국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관세 압박과 글로벌 협상에서 반복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프로필] 김 용 훈
•(현)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현)한국재정정책학회 이사
•(현)한국질서경제학회 이사
•(현)조세금융신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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