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역설③] 전월세가 먼저 흔들린다

2026.03.11 18:53:32

금융당국, 다주택 대출 연장까지 규제 검토
총량 관리 뒤 임대차 시장 파장 우려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가계부채 관리의 초점이 ‘새로 늘어나는 빚’에서 ‘이미 유지되고 있는 빚’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 중심에 선 대상이 다주택자다. 금융당국은 그간 사실상 관행처럼 허용돼 온 다주택자의 기존 대출 만기 연장까지 가계부채 관리 범위에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 차원의 조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대출 억제보다 더 큰 파장이 임대차 시장과 주택 유통 구조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주택자 대출 규제 논의 역시 앞선 두 편에서 짚은 가계부채 구조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대출규제 역설> 1편에서는 신규 차주는 줄었지만 1인당 부채 부담은 오히려 커지는 역설적 흐름을 짚었다. 2편에서는 가계부채가 40·50세대를 중심으로 집중되면서 개인 재무 부담을 넘어 내수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조명했다. 3편에서는 규제가 특정 차주군을 겨누는 과정에서 주택시장과 임대시장 자금 흐름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다주택자 대출을 통해 들여다본다.

 

◇ 다주택 레버리지, 연장 규제로 조인다

 

최근 금융당국은 다주택자 대출 관리의 무게중심을 신규 대출 제한에서 만기 연장과 대환 관리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5대 은행은 물론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까지 불러 다주택자 대출 연장 관행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기존에는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차단돼 있었으나, 이미 실행된 대출의 만기 연장은 비교적 폭넓게 허용돼 왔다. 당국은 바로 이 지점을 규제의 빈틈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국 내부에서 검토되는 규제 방식도 다양하다. 규제지역 아파트 보유 다주택자에 대해 신규 대출과 동일한 기준을 만기 연장 단계에도 적용하거나, 임대사업자 대출의 경우 연장 심사 과정에서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을 엄격히 따지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일부에선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 등 특정 유형에 우선 적용하거나, 즉시 회수보다는 분할상환을 유도하는 완충 장치를 병행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이 주목하는 지점은 기존 대출의 ‘연장 관행’이다. 다주택자의 대출이 만기 연장을 통해 계속 유지되는 한 총량 규제를 강화해도 레버리지 구조가 쉽게 줄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도 공개 메시지를 통해 다주택자의 기존 대출 연장과 대환에도 신규 대출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규제 강화를 주문했다.

 

◇ 다주택자 주담대 비중 4년 만에 반등

 

다주택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려는 배경에는 최근 관련 수치 변화도 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가데이터처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2건 이상 주담대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대출 잔액은 373조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주담대 1170조7000억원 가운데 31.9%의 비중으로, 전년의 30.0%보다 상승했다. 하락세를 이어오던 다주택자 주담대 비중이 4년 만에 반등한 셈이다.

 

전체 규모만 봐도 사안은 가볍지 않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24조원~337조원 수준에서 오르내리던 다주택자 대출 잔액은 2025년에만 36조원가량 늘었다. 이는 단순히 주담대 총량이 커진 데 따른 기계적 증가라기보다, 다주택자 대출이 다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금융권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 전세 회복 기대, 규제 완화 기대가 맞물리면서 다주택자 레버리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비중 상승이 단순한 숫자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선 1편에서 살펴봤듯 차주 수는 줄고 1인당 대출 잔액은 커졌다. 여기에 특정 자산군인 주택, 그것도 다주택 보유 차주에게 부채가 더 응축된다면 가계부채의 질적 취약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부채가 넓게 분산될 때보다 일부 차주군과 특정 자산시장에 묶일수록 가격 조정이나 상환 여건 악화 시 충격은 더 빠르게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대출 묶이면, 임대차 시장 변수

 

문제는 규제가 미칠 파장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다주택자 대출을 조이면 가계부채 관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충격이 어디로 전달될지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다주택자의 대출 구조는 매매시장뿐 아니라 전세·월세 시장과 긴밀히 연결돼 있으므로 주담대와 전세보증금, 임대수익을 결합해 자금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기 연장이나 대환이 어려워지면 차주의 대응은 단순히 ‘빚 축소’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다주택자 대출 연장 규제가 작동하면 임대인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은 제한된다. 상환 부담이 커질 경우 일부 임대인은 현금흐름 확보를 위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 형태로 전환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급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급매가 늘어도 그것이 곧바로 임차시장 안정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기존 임대주택이 실거주 매물로 전환되면 임대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매매시장을 겨눈 규제가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자극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규제 강화 속 집행 한계 지적도

 

금융당국이 상호금융권까지 회의 테이블에 올린 것은 우회 경로를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미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자금 수요가 2금융권, 특히 상호금융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반복됐다는 것이 당국의 인식이다. 실제 새마을금고와 신협중앙회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을 중단했다.

 

이와 함께 임대사업자 대출도 주요 점검 대상이다. 신규 취급 단계에서는 RTI 규제가 비교적 엄격하게 적용됐지만, 만기 연장 단계에서는 형식적 점검에 그쳤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당국은 이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도 설계가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금융권 전산에 차주의 전체 보유주택 수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아 다주택자 여부를 자동 분류하기 어렵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담보물의 위치와 유형은 확인할 수 있어도, 해당 차주가 전체적으로 몇 채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개별 확인 절차 없이는 즉시 추출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결국 규제 강도는 높일 수 있어도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행정 비용과 판별 오류 부담이 적지 않을 수 있다.

 

◇ 총량 관리의 착시?…부담은 어디로 이동하나

 

결국 다주택자 규제는 선명한 정치적 메시지와 달리, 시장에서는 훨씬 다층적인 비용 구조를 만든다. 투기성 레버리지를 줄이겠다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실제로는 임대 공급을 유지해 온 주택들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어서다. 특히 비아파트와 소형 임대주택까지 일률적으로 같은 잣대를 들이댈 경우 대규모 투자자뿐 아니라 원룸·다세대 중심의 소규모 임대인까지 동시에 압박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규제의 충격은 자산가보다 오히려 임차인과 청년층, 주거 취약계층에게 먼저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앞선 2편에서 다룬 40·50세대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이 높아 경기 민감도가 큰 차주군이었다면, 다주택자 규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채와 임대 공급이 얽힌 ‘시장 기능’의 문제를 드러낸다. 다시 말해 이번 국면의 핵심은 다주택자 대출을 줄이느냐의 단순한 찬반이 아니라, 그 규제가 어떤 자산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고 그 비용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전가되느냐다.

 

다주택자 대출 규제는 가계부채 관리의 사각지대를 겨냥한 조치일 수 있다. 다만 규제의 충격이 임대 공급 축소나 전월세 부담 확대로 이어질 경우 총량 관리의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를 줄이려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주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또 다른 형태의 부담 전가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시리즈 1편이 가계부채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주 수 감소와 1인당 부채 증가로 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흐름을, 2편이 중년층으로의 부담 집중을 짚었다면 3편은 그 부담이 이제 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인 임차인과 실수요자에게 어떻게 이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계부채 문제는 총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총량을 눌러도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의 다주택자 대출 규제 논의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과연 정부는 빚을 줄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빚의 부담이 머무는 자리를 옮기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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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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