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철의 부동산 돋보기]상가투자, 노후대책으로 안전할까?

2019.03.20 06:00:00

(조세금융신문=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지난 연말쯤 친한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내가 상의도 없이 노후대책용으로 약 5억 5000만원을 주고 역세권 5층 상가를 분양받았는데 잘한 결정인지 검토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직업상 이런 종류의 상담을 종종 받는다.

 

산업화 시대에 태어나 부모공양, 자식 뒷바라지로 앞만 보고 달려 정작 본인들의 노후준비를 전혀 하지 못한 50∼60대 중장년층이 주된 상담고객이다. 상가투자는 과연 노후대책용으로 안전한 것일까.

 

상가라고 하면 상가와 주택이 혼합된 건물에 있는 상가(상가주택), 아파트처럼 구분등기가 가능한 독립된 상가(구분상가)의 두 종류가 있다. 전자는 상가만을 따로 매매할 수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상가투자를 말할 때는 보통 후자를 말한다.

 

전철역 주변에 밀집해 있는 5∼8층 규모의 전문 상가, 복합 상가(한 건물 내 주거, 업무, 상가가 공존하는 건물),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용산전자상가’처럼 하나의 주제와 관련된 업종을 집단화시킨 형태의 상가(테마상가라고 함)등이 상가투자 대상이다.

 


부동산 투자 이익은 ‘운영이익’과 ‘자본이익’

 

부동산 투자로부터 벌어들일 수 있는 이익은 ‘운영이익’과 ‘자본이익’으로 구성되어 있다. ‘운영이익(Operate Gain)’이란 부동산을 구입하여 일정기간 동안 임대 혹은 직영하여 벌어들이는 이익을 말하며, ‘자본이익(Capital Gain)’이란 부동산가격이 올라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다른 말로 ‘처분이익’이라고 하기도 한다.

 

성공한 부동산 투자란 ‘운영이익’과 ‘자본이익’이 잘 나올 수 있는 부동산을 구입한 것을 말한다. 즉 투자로 구입한 부동산을 보유하면서 임대를 주어 받는 월세가 최소한 안정적으로 들어와야 하고(안정성), 주식 등 다른 것에 투자한 것보다 수익률이 더 높아야(수익성) 한다.

 

또 돈이 필요해서 팔고자할 때 쉽게 팔려야 하고(환금성), 팔 때는 산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아 남는 이익이 있어야 한다(성장성). 이와 같은 이유로 ‘안정성, 수익성, 환금성, 성장성’을 부동산 투자의 네 가지 체크포인트로 든다.

 

‘운영이익(월세 수입)’에 주안점, 임차인 입장에서 따져 봐야

 

그렇다면, 상가투자는 어떤 성격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상가는 가격이 올라 얻을 수 있는 ‘자본이익’은 별 기대할 것이 없어, 임대하여 벌어들일 수 있는 ‘운용이익(월세 수입)’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 부동산이지만, 안정적인 ‘운영이익’을 누리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먼저, ‘운용이익(월세 수입)’을 살펴보자. ‘운용이익’에 있어 가장 큰 위험은 임차인을 적기에 구하지 못해 비워놓아야 하는 공실로 인한 손실이다. 상가뿐만 아니라 업무용 빌딩 등 모든 임대용 부동산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상가에 투자하여 안정적인 ‘운용이익(월세 수입)’을 바란다면, 먼저 안정적인 임대가 가능한지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투자자 상황이 아닌, 철저히 임차인 입장에서 분석해야 장기간 공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신도시, 실 평수 10평 규모, 1층에 있는 상가를 15억원에 분양받았다고 하자(요즘 상가 분양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서울 혹은 신도시 역세권 내 분양가격이 이 정도 가격에 형성되어 있다). 분양가가 15억원이라면 보증금 1억원, 월세는 약 550만원으로 표면적인 수익률은 약 4.6% 정도다.

 

요즘 같은 저금리하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수익률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수익률이 달성되려면 상가를 사자마자 바로 월세를 받을 수 있어야만 한다.

 

임차인 입장에서 살펴보자. 임차인은 임대보증금 이외에도 권리금, 시설투자비 등을 합쳐 초기투자 비용으로 약 3억원 이상, 월세(관리비 포함) 약 600만원을 낼 수 있는 업종이어야 입점할 수 있다.

 

아직 상권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신도시에서 월세 600만원을 부담하고 할 수 있는 업종이 있을까. 신도시 1층 상가들 대부분이 장기간 비어 있는 이유이다.

 

신도시는 기반시설 및 상권이 형성되는데 보통 3∼5년이 걸린다. 그 기간 동안 임차인을 못 구하거나, 적어도 수개월 치의 월세는 못 받는다는 가정하에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여윳돈을 가지고 투자한 경우라면 몰라도 과도한 빚을 내어 투자한 경우라면 월세 수입은커녕, 이자도 못 내고, 매도조차 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수렁에 빠질 위험이 있다.

 

2018년 10월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도 유념해야 한다. 한번 들어온 임차인은 최장 10년(종전 5년)까지 계약 갱신을 할 수 있고, 임대료는 연간 5% 이상 증액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임차인의 지위가 크게 강화됐다. 임대료가 낮다고 해서 과거처럼 임대료를 한꺼번에 대폭 올려 ‘운영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어렵게 되어 있다.

 

상가투자, 노후대책으로 안전하지 않다

 

상가를 처분하여 얻을 수 있는 ‘자본이익’을 살펴보자. 필자 경험에 의하면 핵심 상권의 1,2층을 제외하고는 가격이 잘 오르지 않아 ‘자본이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통상 가시성이 약한 4층 이상 상가는 10년 이상을 보유해도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는다.

 

또한 처분하려고 해도 아파트처럼 쉽게 팔리지 않아 환금성도 취약하다.

현재상권이 좋다면 앞으로도 계속 좋을까. 상권은 트렌드에 민감하여 자주 바뀌며, 새로운 문화시설, 전철이나 광역교통망 등이 개통되면 기존 상권이 급격히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특성(소위 ‘빨대효과’라고 함)이 있다.

 

현재는 좋은 상권이라도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상가의 미래전망은 어떨까. 통계청 자료(2018년 유통업체매출증감률)에 따르면 전년 대비 온라인 매출증가율(15.9%)이 오프라인 매출성장률(1.9%)보다 약 8.3배 높았다.

 

이는 1인 가구 증가,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매장을 직접 방문해 물건을 구매하는 오프라인 구매에서 모바일 혹은 홈쇼핑 등 온라인 구매로 소비패턴이 급속히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오프라인 구매 감소는 향후 상가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져 상가 가격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상가투자, 노후대책용으로 안전할까. ‘운영이익’과 ‘자본이익’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상가는 손에 꼽는다. 그런 상가는 황금상권에 있어 무척 비싸다. 그 외 대다수 상가는 노후대책용으로 결코 안전한 투자처가 될 수 없다.

 

‘맹목적인 상가투자, 결코 노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경솔한 투자는 오히려 노후를 망칠 수 있음’을 명심하자.

 

 [프로필] 양 기 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감정평가사/경영학박사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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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apiya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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