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일부 언론에 “작년 9.13.대책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서울 집값이 6월 들어 반등기미가 보인다”는 기사가 등장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난 6월 26일 “집값 과열시 지금 HUG(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한 고분양가 관리가 한계점에 이르러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재개발․재건축 등)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한데 이어 7월 8일 국회보고 자리에서 “분양가상한제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재차 언급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말들이 많다.
주택가격 반등, 합리적 판단인가?
서울의 집값은 과연 반등하고 있을까? 한국감정원 발표 통계에 의하면 금년 6월 기준 서울의 ‘주택매매가격종합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2.03% 상승했다.(강남구는 1.44% 상승). ‘단독주택매매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6.01% 상승했다.(강남구는 5.84% 상승).
서울 집값이 상승하였다면 한국감정원 발표와 달리 재건축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영향보다 단독주택가격상승으로 인한 영향이 크고, 단독주택 가격상승은 공시지가 상승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통계 기준이 되는 거래량을 살펴보자.
지난 5월 기준 월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전년 동월대비 약 40% 감소한 3432건으로 서울 25개구로 나누면 구별로 약 137건에 불과하여 급매물이 소진된 정도의 거래량이다.
‘주간아파트값변동률’ 조사에 사용되는 표본은 전체 표본 7400호를 261개 구역으로 나누면 구역별 표본은 약 28개에 불과하다.
이 정도 표본으로서 일주일 단위로 주택가격 동향을 통계로 생성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신기하고도 놀라운 통계기술이다.
표본에 대한 부동산중개업소의 호가(부르는 가격)를 기초로 통계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주택 시장에 혼란만을 야기하는 ‘주간주택가격동향’은 발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진국 중 일주일 단위로 주택가격 동향을 발표하는 나라는 없다.
현 수준의 월간거래량이나, 정확성이 의문되는 ‘주간주택가격동향’을 근거로 주택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은 무리다. 강남 일부 급매물 거래나 호가 상승을 이유로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당분간은 집값이 상승할 수 없는 객관적인 지표와 규제 등이 차고 넘친다.
HUG 통제로 후분양 검토하자 '전가의 보도' 등장
정부는 왜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을까?
'분양가상한제'란 공동주택(주상복합 포함)을 분양할 때, 분양가격을 LH공사 등이 공급한 토지가격(민간택지는 감정가격)에 정부가 고시한 건축비 및 건설업체의 적정이윤을 더한 가격이하로 정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분양가격=토지가격+건축비+건설업체의 적정이윤).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면 입주자모집공고를 할 때 분양가 산출근거(분양원가)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므로 높은 분양가 책정이 불가능하다. 적용시기를 입주자모집공고일로 하면 HUG의 분양보증을 피하기 위해 후 분양을 선택한 단지도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에 포함 될 수 있다.
또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어 분양받은 아파트는 최하 1년에서 최장 8년까지 전매도 금지된다. 주택사업자가 '분양가상한제'에 민감한 이유이다.
1977년 처음으로 도입된 '분양가상한제'는 주택 경기에 따라 폐지와 도입이 반복되었다. 현재의 제도는 2015년 4월 공공택지뿐만 아니라 민간택지에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주택법’에 근거규정을 마련하고, 세부적인 지정요건을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시행령에 위임하여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실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현 정부는 지난 2017년 8.2 대책의 후속조치로 그해 11월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지정기준을 완화했다. 집값이 물가상승률의 2배 넘게 오르고, 거래량이나 청약경쟁률이 일정한 기준에 맞으면 지정가능 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에 적용한 적은 없었다. 대신 HUG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분양가를 통제해 왔다.
분양가격이 주변시세에 비해 높으면 HUG가 분양보증을 해주지 않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HUG 주택분양보증서’가 없으면 아파트 등을 완공 전에 선 분양을 할 수 없으며, 중도금대출도 불가능하다.
이같은 HUG를 통한 분양가 통제를 피하기 위해 최근 분양에 자신이 있는 강남재건축 아파트들이 선 분양을 포기하고, ‘HUG 주택분양보증서’가 필요 없는 후 분양으로 방향을 돌리려 하자, 정부는 고분양가로 인한 집값 상승을 우려하여 '분양가상한제' 실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후 분양을 실시하면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할 수 있는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분양가상한제’ 중․장기적 효과 없다
'분양가상한제'는 집값(특히 강남 집값) 잡는 보검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투자심리를 잠재워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이나, 중장기적으로는 집값 잡는 보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분양가상한제'는 사유재산의 재건축 등으로 인한 개발이익이 공익적 가치에 기여되는 것이 아니라 ‘로또분양’이 되어 분양받은 사람들에게만 이전되는 문제점이 있다.
새 아파트에 낮은 분양가가 책정되면 무주택자들이 청약에 쏠리게 되고, 기존주택에 대한 매수수요를 감소시켜 단기적인 가격안정에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재건축 사업성이 악화되어 사업이 지연되고 신축공급이 줄어들어 중․장기 공급부족을 가져온다.
중․장기적인 신축아파트 공급부족은 기존아파트 매수수요를 늘려 집값은 다시 오르게 된다. 2006년 ‘판교 로또청약’이 판교 및 분당아파트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06년∼2010년 과도한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인한 공급부족이 5년 후인 2015년에서 2018년까지의 가격폭등의 원인 중의 하나이었음을 기억하자.
적절한 분양가통제와 수요 분산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지난 5월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서울지역 분양가 상승률(12.54%)은 집값상승률(1.96%)의 약 6배다.
HUG는 이와 같은 분양가 상승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6월 6일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변경했다. 그간 주변 아파트가격의 10%씩을 관행적으로 올리던 새 아파트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를 넘지 못하도록 변경했다. 사실상 ‘분양가상한제’ 수준 정도로 강화한 것이다.
따라서 고분양가로 인한 집값 상승이 우려된다면 HUG를 통한 규제를 보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굳이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려면 단기적이고, 국지적으로만 실시해야 한다. 지금의 규제만으로도 시장은 버겁다.
한 사람이 수십 채씩을 사재기 하거나 이를 부추기는 투기행위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되, 서울(특히 강남)에 넘쳐나는 주택수요를 인정하고 수요를 분산시키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추어 가격상승을 차단하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최초 분양가가 아무리 낮아도 결국은 주변시세와 같아지기 때문이다. GTX 등 광역교통망 확충을 서둘러 서울로의 접근성을 강화시키고, 공급부족에 대비하여 예정된 3기신도시 건설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서울로의 수요를 분산시키는 중․장기적 정책을 서두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집값은 무조건 내려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물가상승 정도는 용인하면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
[프로필] 양기철 (주)하나감정평가법인 부회장
감정평가사/경영학박사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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