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금융감독원의 '칼날'인 종합검사가 장기표류하고 있다.
유례없는 국가적 재난 사태에 오프라인 업무가 미뤄지는 것은 필수불가결하지만, 최근 발생한 굵직한 금융사고에 대한 진위 파악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공존한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감원은 원래 예정했던 종합검사 업무를 진행하지 못했고, 오는 7월 역시 확답을 받기 불분명한 상황이다.
앞서 금감원은 은행 3곳, 지주 3곳, 생보 3곳, 증권사 3곳, 여전사 1곳, 자산운용사 1곳 등 올해 상반기에만 총 17차례에 걸친 종합검사를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종합검사는 사실상 무산됐다. 금감원이 감염병 재난 위기경보 '경계' 수준 이상 단계에서는 꼭 필요한 사안이 아닐 경우 종합 검사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24일부터 보건 당국은 감염병 재난 위기 경보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했다.
금융업계에서는 현 사태를 고려할 때 올해 종합검사 자체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종합검사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진정돼야 종합검사 일정도 정상화될 것 같다. 현재로선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현장 검사를 실시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 디스커버리·라임 사태 '급한 불 끄기'
금융 당국에 따르면 내부에서는 금융시장에 혼란을 준 디스커버리, 라임 사태에 대한 검사가 먼저 실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15일 금감원은 라임 사태 관련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한 우선적 현장 검사를 실시했고, 디스커버리 펀드 관련 IBK기업은행에도 칼날을 들이댔다.
또한 우리, 신한, 기업 은행 외에 하나은행도 금감원 종합검사 타깃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때문이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코로나19, 잇달아 발생한 금융사고로 인력 여유가 없어 종합검사 자체를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금감원 관계자는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이 하향 조정돼야 현장 검사에 나갈 수 있다"라며 "하반기부터 현장 검사를 실시해도 올해 안에 예정됐던 금융사와 이슈들을 다 살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통상적으로 금감원 종합검사에는 40여 명의 검사국 검사역이 한 달 이상 투입된다. 디스커버리, 라임 사태에 대한 검사 마무리만 해도 8월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 4년 만에 부활한 '부담감' 작용했나
금감원 종합검사 시기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이 반영됐을 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앞서 금감원은 2015년 폐지됐던 종합검사를 지난해 4년 만에 부활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실시한 종합검사 결과 발표도 1년 가까이 연기되고 있다. 과거 금감원 종합검사 결과가 현장 검사 후 3개월 내외에 공개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4년 만에 실시한 종합검사니,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검사 결과 발표가 통상적인 수준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은 팩트"라고 전했다.
이런 지적에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여름 휴가 없이 종합검사를 할 수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해석도 힘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금감원은 여름 휴가철인 7~8월에는 종합검사를 하지 않았으나, 상반기 종합검사를 한 차례도 실시하지 못한 만큼 일정을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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