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전세대출 103조 돌파

2020.12.03 18:40:06

전세대출 증가액 사상 최고 수준..."각종 규제에 실수요자 속만 탄다"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올해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10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주택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세 매물 ‘품귀현상’이 지속됐고,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세입자들의 전세 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결과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1월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총 103조3392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2월말 80조4532억원 대비 22조886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전세 대출 증가액이 사상 최초로 25조원에 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매물실종에 전세값 폭등…대출 수요도 늘어

 

5대 은행의 전세 대출 누적 잔액은 지난해 12월 80조원대에서 올해 5월 90조원을 넘었고, 10월 불과 5개월 만에 100조원을 넘겼다. 자세히 살펴보면 7월에서 10월 사이 매월 2조 이상 규모가 빠르게 증가했다.

 

이 시기 전세 대출 증가세가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탄 것은 정부 규제로 인한 전셋값 급등 때문으로 해석된다.

 

올해 상반기 정부가 주택 관련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각 은행마다 전세 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잡기 위해 고가주택매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렵게 막자, 주택 수요가 감소했으나 전세 수요가 늘었다. 자연스럽게 전셋값도 뛰었고 전세 대출이 증가했다.

 

하반기에는 정부의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등으로 서울을 비롯 전국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한층 더 가팔라졌다. 역시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전셋값이 뛰자 전세 대출이 늘었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이달 역시 전세 대출 증가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전셋값이 많이 올라있고 전세 물량은 많이 없다”라며 “당분간 전셋값이 널뛰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전세 대출 증가세 역시 이에 맞춰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 믿었는데…내 집 장만 ‘먼 나라 이야기’

 

정부가 투기 수요와 다주택자들을 잡겠다며 펼친 정책이 오히려 실수요자들 피해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 부동산 정책을 보면 정부는 ‘다주택자’와 ‘갭투자자’들을 부동산 시장 혼란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진단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정부는 6‧17 부동산대책으로 전세자금을 이용한 갭투자 차단에 나섰다. 이에 따르면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이 넘는 아파트 매입하면 대출금이 회수된다. 전세자금 대출 한도 역시 축소했다. 1주택자의 경우 최대 2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2주택자 이상은 대출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부 의도와 달리 전세 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실수요자들의 고통만 늘어났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전세 대출 규제로 갭투자를 잡으려 했으나,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전셋값이 오르면서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정부 측 대출 규제가 또 나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3일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신용대출 1억원 이상을 받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누적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의 사후 용도 관리도 강화되는데,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은 후 1년 안에 규제 지역 내 집을 사면 해당 신용대출은 회수된다.

 

이런 정책은 신용대출 자금이 투기성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이 오히려 울상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현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수단까지 차단되면서 수도권 내에서 ‘내 집 장만의 꿈’은 먼나라 이야기가 됐다.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막히자 ‘영끌’로 집을 살 방법이 원천봉쇄된 것.

 

정부는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치솟자 ‘달래기’에 나섰다. 내년부터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 재산세율을 3년동안 0.05%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3~4%, 단독주택 3~7% 수준으로 공시가격이 매년 상승하는 것을 고려하면 조세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완화된 재산세보다 늘어난 재산세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다주택자와 갭투자를 잡겠다는 명목으로 여러 규제 정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부동산과 금융시장에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전세가율이 늘면서 갭투자는 다시 성황을 맞았고, 다주택자는 증여 등 방식으로 세 부담을 피하고 있다. 실수요자만 늘어난 세 부담은 물론 자금책까지 막혀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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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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