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충격을 통과한 저축은행업계가 경영진 교체 대신 연속성을 선택하고 있다.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 조짐을 보이자, 새로운 실험보다 검증된 리더십을 유지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최근 주요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최고경영자(CEO) 연임을 확정했다.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는 6연임에 성공하며 11년차 대표 체제를 이어가게 됐고, 박중용 JT저축은행 대표와 장매튜 하돈 페퍼저축은행 대표, 정영석 유안타저축은행 대표 등도 자리를 지켰다. JT친애저축은행 최성욱 대표 또한 재선임 수순을 밟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연임 배경으로는 실적 방어가 꼽힌다. OK저축은행은 공격적인 영업 확장을 통해 자산을 10조원대로 키웠고, JT저축은행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체질 개선 성과를 냈다. 페퍼저축은행과 유안타저축은행 또한 PF 부실 국면에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며 조직 안정성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저축은행업권 전반의 실적 흐름이 개선됐다. PF 부실 여파로 적자를 냈던 저축은행업계는 지난해 순이익 417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연체율(6.04%)과 고정이하여신비율(8.43%)도 2%p 내외로 내려앉으며 건전성 지표가 개선됐다. 업황이 회복 흐름을 보이자 경영진 교체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축은행 특유의 ‘1년 임기’ 구조는 연임 기조를 더욱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년 성과 평가를 거쳐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에서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유인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수익성 방어 성과가 연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영진 교체가 잦아질 경우 리스크 관리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의 연속성을 우선시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 장수 CEO 체제의 양면성
이러한 흐름이 긍정적인 신호로만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장수 CEO 체제가 고착화되면 지배구조 경직성과 내부 견제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저축은행은 대주주 영향력이 큰 구조를 갖고 있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독립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한데, 이 때문에 연임이 반복될수록 인사 다양성이 줄고 조직의 대응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강화하는 것과 달리 저축은행권에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율이 적용되며 지배구조 관리의 사각지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같은 안정 우선 흐름 속에서 예외적인 움직임도 포착된다. 웰컴저축은행은 연임 기조 대신 세대교체 성격의 인사를 선택했다. 박종성 부사장과 손대희 웰컴에프앤디 대표가 각자대표로 선임됐다. 특히 손 대표가 손종주 웰컴금융그룹 회장의 장남이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승계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부분 저축은행이 버티기 국면에서 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는 가운데, 웰컴저축은행은 세대교체를 바탕으로 한 조직 재편에 나서며 새로운 방향을 택했다. 선택의 결이 다른 만큼 향후 성과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다. 김대웅 전 대표 체제에서 이어진 외형 성장의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PF 리스크 이후 흔들린 건전성을 회복해야 하는 이중의 숙제를 안게 된 상황이다.
최근의 저축은행업계 인사 전략을 종합하면 그 방향은 명확하다. PF 부실이라는 구조적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변화보다 생존과 안정이 우선순위로 설정됐다는 점이다.
다만 업황이 본격적으로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경우, 지금의 연속성 중심 인사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안정 기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뒤늦은 구조 개편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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