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촬영=김진산 기자) 제9대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장에 조영조 서울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장이 당선됐다.
지난 3월 21일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정기총회 및 회장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한 이석홍 후보(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장)와 곽일곤 후보(경남·울산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장)와 함께 선거를 치른 조영조 회장은 2차 투표 끝에 새 중앙회장으로 최종 확정됐다.
조영조 신임회장은 지난 2월 2일 서울지방협회장에 출마해 역시 현 회장을 누르고 당선된 바 있다. 두 번의 선거에서 3명의 후보 가운데 기호 3번으로 나서 모두 승리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서울협회장이 중앙회장을 맡게 된 것은 지난 2008년 하광덕 서울협회장이 중앙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무려 12년 만의 일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서울협회장이 중앙회장을 겸직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후 경쟁 구도로 개편되었고, 서울협회는 2011년부터 중앙회장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회원 수가 가장 많은 서울협회에서는 ‘이번에는 반드시 중앙회장을 서울협회에서 탈환해야 한다’라는 강한 의지를 밝혔는데 결국 이번 총회에서 그 염원을 이뤄냈다.
조영조 회장은 중앙회장 후보로 나서면서 ‘3년간의 내홍’에 대해 뼈 아픈 일침을 가했다. 지난 2020년 제8대 중앙회장 선거의 불법성을 지적하는 지방협회장의 고소·고발로 인해 이석홍 전 회장의 임기 3년 동안 불협화음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결국 주류업계의 외적 어려움이 가 중되는 가운데 내부에서부터 균열이 발생하면서 중앙회의 역할은 축소되고 말았다.
조 회장은 이에 대해 “중앙회가 내홍을 거듭하며 위상이 최악으로 추락하는 가운데 제조사와 수입사는 정부 부처와 협의를 통해 코로나19 자금 지원 정책을 모조리 철회하고 도매사 채권을 회수하며 막대한 이익 창출로 호황을 누렸다”라며 “중앙회가 확실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주고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각 지방협회에서 혼선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기를 놓쳤다”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중앙회를 더욱 견고하고 강력한 컨트롤 타워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번 중앙회장 출마를 앞두고 회원사의 권익을 보호하고 중앙회 위상을 높이기 위한 9가지 책무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내구소비재 제공, 제조사가 100% 담당해야”
최우선 과제로 삼은 1번 공약은 ‘불합리한 주세사무처리규정 및 명령고시 개정’이다. 현재 주류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명령위임 고시(국세청고시 제2022-16) 제3조 제2항 제3호에서는 소매업자에게 제공하는 내구소비재 즉 냉장 쇼케이스(주류용 냉장고)에 대해 “주류제조자 또는 주류 수입업자가 그밖의 주류 판매업자와 공동으로 내구소비재를 제공할 경우”라고 적시되어 있다.
이전 국세청 고시에서는 “주류 공급과 관련하여 주류 제조자, 수입업자 및 도매업자가 내구소비재를 제공하는 경우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라고 되어 있었으나 이번에 개정된 고시에는 이름만 도매업자에서 판매업자로 바뀌었을 뿐 결국 유흥음식업자인 소매업자에게 냉장 쇼케이스를 제공하는 주체에 주류 도매업자가 들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조 회장은 이에 대해 “음료 제조사가 업소에 냉장 쇼케이스를 공급하듯, 주류도 제조사에서 내구소비재를 공급하도록 개정하여 주류 도매사의 이익을 증진시키겠다”면서 “명령위임 고시에 내구소비재 제공 주체로 적시되어 있는 ‘주류 판매업자’를 삭제하여 제조사와 수입업자가 100% 냉장 쇼케이스를 공급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주류 도매업자가 소매업자에게 제공하는 쇼케이스 구매 비용은 연간 1,100억 원이며 서울협회 소속 도매업자가 연간 350억 원을 내구소비재 비용으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 회장은 국세청 명령위임 고시 중 개정해야 할 또 다른 과제로 ‘대여금’ 항목을 꼽았다. 고시 제3조 제1항에는 ‘주류의 거래와 관련하여 장려금, 할인, 외상매출금 또는 수수료 경감 등 그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금품(대여금은 제외한다) 또는 주류를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즉 대여금은 제공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주류 도매업자에게 대여금은 ‘달콤한 독약’이다. 제조업자로부터 대여금을 받은 도매업자들이 주류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면서 제조업자들의 대여금 회수로 인해 줄도산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제조사와의 이익공유, 상생·동반 성장 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대여금 전면 금지 ▲제조사 운영자금 지원 체계 마련 ▲내구소비재 과세표준 0.5%에서 최소 2% 이상 인상 ▲용기 공병 수 수료 인상 ▲업소 판촉 행사 및 광고 계약 시 도매사 사전 협의 의무화 ▲도매사 담당 제조사 직원 증원 등의 과제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이어 ‘주류 도매업 T/O 면허제’를 사수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면허제는 주류 도매업자의 생존권이기에 반드시 사수해야 합니다. 내외적 어려움으로 인해 기존 사업장은 무너지고 새로운 면허권은 매년 나오고 있습니다. 도매업 T/O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국세청 미 관계기관에 건의하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백서로 출간하려 합니다.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주 류 도매업 T/O제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없도록 강력한 처방을 내리겠습니다.”
“배달 등 주류 통신판매 적극 저지”
또 다른 과제는 역시 주류 도매업계의 생존권이 달린 ‘주류 통신판매 저지’다. 현행 국세청의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제2022-21호에 따르면 ▲주류 부문 시·도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하는 주류 ▲주류 부문 ‘대한민국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주류 ▲농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와 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는 전통주 등에 대해 세무서장의 승인을 받아 주류 통신판매를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음식과 함께 배달하는 주류도 허용되고 있는데 1회 주문금액 중 주류 판매금액이 50% 이하일 때 음식과 함께 주류를 배달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 오더 방식의 주류 통신판매가 새롭게 허용됐다. 미리 전화나 모바일 등으로 주류를 주문하면 매장 안에서 직접 소비자와 대면하여 인도하는 판매방식이다.
국세청은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체계적인 주문과 판매 관리로 매장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또한 고객의 소비성향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음식과 주류를 사전에 준비할 수 있고 신기술, 서비스에 대해 자유로운 시장 진입 환경을 조성하여 스타트업 시장의 확대, 민간 투자 촉진 등 주류 관련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주류의 통신판매를 허용하게 된다면, 한국의 경우 연령 제한과 통신판매 제한 이외에 다른 규제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알코올 제품 판매와 소비에 대한 규제가 약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통신판매를 허용하면 국민건강이 저해되고 청소년의 주류 구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면서 “통신판매를 허용하는 국가는 판매 시간과 판매장소를 제한하고 있다. 소매점의 주류 배달이 허용되면 청소년들이 손쉽게 주류를 접할 수 있는 루트를 제공해 주는 격이 된다. 또한, 통신판매로 인해 주류 도·소매업자는 큰 타격을 입게 되며, 자본력이 탄탄한 대형 유통업체가 시장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무알코올 주류, 도매상 판매 허용돼야!”
다음으로 제기된 문제점은 무알코올 주류, 특히 무알코올 맥주의 유통에 주류 도매업체가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무알코올 맥주는 알코올이 0.0%인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논(non)알콜 맥주 또는 알코올 프리 맥주는 실제로는 알코올 함유량이 1% 미만의 극히 미세한 알코올이 함유된 맥주를 일컫는다.
현재 국내외 유명 맥주 제조사에서 생산한 무알코올 맥주는 대형 할인점과 편의점은 물론 통신판매를 통해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조 회장은 “무알코올 맥주의 매출은 2022년 약 2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0% 가까이 증가했다”라며 “앞으로도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현행법상 무알코올 맥주는 주류 도매사에서는 취급 및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주류 도매업자가 판매하지 못하게 하려면 ‘맥주’라는 이름을 쓰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주류 도매업자가 판매할 주류 면허에 ‘일반 탁주와 주정을 제외한 전주류’ 외에 ‘무알코올 주류’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주류 판매 구역 권역화, 중소기업중앙회 가입, 혁신 자문기구 설치 등으로 한 단계 도약”
다음으로는 ‘주류 판매 구역 권역화’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각 시도협회의 담당권역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 소재 주류 도매업자가 제주도에 있는 소매업자에게 주류를 납품하는 사례도 있다. 결국 주류 판매 권역 상호 침범으로 인해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벌이면서 스스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대한민국 주류 도매업 판매 구역의 문제점을 찾고, 외국의 사례를 조사하겠습니다. 또한, 주류의 특수성을 고려해 관련 부처와 지방협회 간 협의를 거쳐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 영남권, 호남권, 제주권 등으로 판매 구역 권역화를 추진하겠습니다. 각 시도협회 간 자체 규약을 통해 위반 업체에 대한 위약금과 손해배상 등의 제재를 가할 방침입니다”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 가입과 함께 주류 도매업 발전을 위한 중앙회 혁신 자문기구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중앙회를 한국경제 4단체 중 하나인 중소기업중앙회에 가입시켜 중기중앙회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부 자금 저리 대출 등 각종 혜택과 함께 지자체로부터의 유휴부지를 불하받아 도매사 하치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이는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데 이를 더욱 확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정부 정책자금을 활용해 부지를 확보하고, 공동 물류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중기중앙회 가입으로 인한 많은 혜택을 회원사에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중앙회 혁신 자문기구 설치와 관련해 조 회장은 “국세청, 제조사, 주류 도매사의 발전을 위한 가치와 철학 논리를 지닌 분을 중심으로 중앙회 혁신 자문기구를 설치해 주류 도매사의 발전 방향을 맞춤형으로 설계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며, 분기별 시대 흐름에 맞는 문제점 및 방향을 찾아 정책에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스마트 AI를 기반으로 한 빠른 변화의 흐름 속에 주류 도매업계는 계속 바뀌는 주류 트랜드와 소비문화로 인해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이런 가운데 조영조 신임 중앙회장은 추진력 있는 리더로서 ‘개혁과 혁신’을 통해 도매업계의 발전을 책임져야 하는 중대한 사명을 지니게 됐다.
“중앙회는 그동안의 묵은 갈등과 반목은 털어내고 상생과 화합으로 하나 되어 건실하고 탄탄한 서포트 역할을 통해 도매업계를 뒷받침하여 더 확실하고 새로운 큰 희망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3년 개혁과 혁신을 쉬지 않고 이뤄내겠습니다. 3년 뿐만이 아닌 30년 혹은 그 이상의 기반을 다지는 선봉장이 되겠습니다”라는 조 회장의 발언에서 중앙회의 새로운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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