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子曰; “君子 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자왈; 군주 주이불비 소인비이불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두루 사귀지만 편을 들지 않고, 소인은 편을 들지만 두루 사귀지 않는다.” - 위정(爲政) 2.14
공자의 제자들은 나이와 시기에 따라서 선진(先進)과 후진(後進)으로 분류하거나, 1기, 2기, 3기로 나누기도 합니다. 중국의 《논어》 전문가인 리링 교수는 《상가구》라는 책에서 공자의 제자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습니다.
1기는 공자가 35세 이전에 받아들인 초창기의 제자로 다음의 다섯 명을 언급했습니다. 안무요(자는 자로), 염경(자는 백우), 중유(자는 자로), 칠조계(자는 자개), 민손(자는 자건)이 그들입니다. 이 중에서 안연의 아버지 안무요, 염경과 중유는 공자와 나이 차가 불과 6살, 7살, 9살밖에 안 났습니다.
2기 제자는 공자가 노나라의 반란을 피해서 제나라로 건너간 후 다시 노나라와 돌아왔을 때로 여덟 명입니다. 대략 40대인 불혹(不惑)의 시기에 거두어들였습니다. 그 유명한 안회(자는 안연), 염구(자는 자유, 염유), 염옹(자는 중궁), 단목사(자는 자공) 등입니다.
마지막으로 3기 제자는 그가 55세부터 천하를 주유할 때 받아들인 제자들로 열한 명입니다. 유약(자는 자유), 복상(자는 자하), 언언(자는 자유), 증삼(자는 자여, 증자), 전손사(자는 자장) 등입니다. 이들 중 언언과 복상, 증자는 공자와 나이 차가 무려 45세, 44세, 46세 정도로 컸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제자들에 대해서 설명한 것은 공자학당 내에서 과연 파벌이 있었는가를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공자 사후(死後)에는 증자를 중심으로 한 ‘내성파’와 자하, 자유 계통의 ‘숭례파’로 나뉩니다. 만약 안연이 요절하지 않았다면 그를 중심으로 하나의 계통을 이어갔을 지도 모릅니다.
공자학당에서 다양한 배경과 나이의 제자들이 모였지만, 이들은 편을 가르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고 같이 학문에 힘썼습니다. 자공은 든든한 재정 지원자였고, 큰형 자로는 매번 스승한테 혼나더라도 앞장서서 질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안연이 스승의 사랑을 독차지하더라도 그 누구도 이를 질투하거나 시기하지 않고, 당연시했습니다. 물론 이는 안연의 인품이 훌륭한 면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밀고 끌어주는 관계로 노력하면서, 일부는 벼슬길에 오르고, 일부는 오직 학문에 정진했습니다. 특히 3기 제자들은 나중에 한 문파의 수장이 될 정도로 성장했고, 공자의 학문이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
만약 이들이 나이 많은 제자들을 ‘꼰대’라고 치부하고 무시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또한 기존의 제자들이 ‘텃세’를 부렸다면 어떠했을까요? 아마 지금의 《논어》는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서로 싸우고 갈등하면서 감히 공자의 어록(語錄)을 정리할 엄두도 안 났을 것입니다. 《논어》가 다양한 내용을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한 것은 결국 제자들의 개성이 모두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논어》는 공자의 다양한 제자들이 합심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낄끼빠빠’라는 말이 있습니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는 의미입니다. 눈치를 잘 봐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낄 때와 빠질 때를 잘 구분해서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이를 능숙하게 잘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잘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에는 왠지 모르게 삭막함이 느껴집니다. ‘끼리끼리’의 문화가 보입니다. 나이든 사람이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도 ‘낄끼빠빠’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나이든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왠지 부담감을 느낍니다. 지식과 경험을 듣는 것은 좋지만 굳이 필요 없는 충고와 조언을 듣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꼰대’라는 말이 나오고, 세대 차이와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다른 것에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
사실 같은 부류의 사람과 어울리면 마음이 편합니다. 긴장할 필요도 없고, 하고 싶은 말도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자주 다니는 모임은 어느 정도 ‘정화’가 되었기 때문에 ‘낄끼빠빠’를 걱정 안 해도 됩니다. 그런데 사람의 관계는 늘 편한 것만 좋은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불편함도 있어야 하고 그래야 배웁니다. 마치 음과 양의 관계처럼 말이죠.
혁신(Innovation)이라는 말은 16세기 중반에 생겨난 단어입니다. ‘in(into) + novate(make new)’라는 말의 결합으로 ‘안에서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종(異種), 즉 다른 종류의 것을 서로 합쳐야 합니다.
2011년 애플이 iPad2를 발표할 때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애플의 DNA는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애플의 기술은 인문학과 결합했습니다.” 그 유명한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입니다. 이후로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인문학 붐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애플의 혁신은 다른 종류의 학문과 만나서 새로운 것을 창조한 것입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계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퇴근 후에 같은 부서의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계속된다면 발전이 없습니다. 최소한 다른 부서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이질감(異質感)을 느끼고, 무언가 배워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회사와 학교도 벗어나야 합니다. 전혀 다른 종류의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좋습니다. 시간이 없고 바쁘다면 온라인에서라도 카페나 밴드, 오픈채팅 등에 가입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업무를 떠나서 독서나 글쓰기, 재테크, 와인, 명상, 등산, 캠핑, 골프, 테니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말이죠.
물론 새로운 공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포용’하고,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마음을 닫아버리면, 세상을 보는 눈도 좁아집니다.
공자의 수제자 안연, 공자와 가장 오래 함께한 애제자 자로는 나이 차가 무려 30세나 되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존경했습니다. 안연은 자로의 실행력을, 자로는 안연의 학문적 경지를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파벌에 대해서 〈위령공편〉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군자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기에 다투지 않고, 무리를 이루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당(黨)을 만들지 않는다.”
후세의 사람들이 참조할 만한 말입니다. 지금 우리의 인간관계는 어떤가요?
[프로필] 조형권(나단) 작가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출간, 교보문고 MD의 선택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출간, 교보문고 북모닝 CEO도서 선정
•《공부의 품격》 출간
•(현)SK그룹 내 마케팅 임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졸업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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