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국세청이 싱가포르 소재 회사가 보유한 한국 내 부동산 지분의 간접 양도에 대해 원천징수 법인세를 부과한 처분을 법원이 취소한 결정이 나왔다.
자산이 위치한 국가가 아닌 제3국의 자산 소유자가 해당 자산의 지분을 간접적으로 양도하는 이른 바 ‘역외 간접양도 과세’에 대한 국내 최초의 법원 판결이라서 주목된다.
사건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 국제조세팀은 22일 “국세청이 지난 2021년 최초로 역외 간접양도에 대해 과세했는데, 지난 17일 1심 법원이 ‘해당 과세처분이 모두 위법하다’고 판결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 소재 1차 자회사가 한국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지분이 홍콩에 위치한 매수인에게 양도됐다. 국세청은 이를 실질적으로 한국 회사 지분의 양도로 보고 과세를 시도했다.
1심 법원은 그러나 “현행 법인세법 및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하에서는 명확한 입법적 근거가 없는 한 이러한 거래에 대해 과세할 수 없다”며 국세청의 주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특히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과세는 특정 유형의 거래를 규율하는 명시적 규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결국 국세청 과세의 위법성을 결정하면서 “이 사건 양도소득은 한국 세법이 정한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고, 해당 거래와 양도소득에 대해 법인세,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려면 ‘국세기본법’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등의 일반적인 조항이 아닌 특정한 유형, 거래행위, 과세범위 등을 규율하는 명시적 구체적 근거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제흠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외국의 유사 판례와 국제기구의 연구를 근거로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 사건의 쟁점은 그간 국내에 전례가 없던 역외 간접양도 과세에 관한 것으로, 기존의 판결례나 학계에서의 논의만으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대법원의 ‘보다폰(Vodafone)’ 판례 등 외국 사례와 국제기구에서의 논의를 깊이 있게 분석, 과세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