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상속부동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단독 부담한 보증금과 재산세에 대해서도 다른 상속인에게 상속분만큼 보증금과 재산세를 달라고 청구(구상권)할 수 있다는 대법 판결이 나왔다.
요체는 공동상속지분 확정까지 상속재산 관련 존재하거나 추가 발생한 채무에 대해선 공동상속인들끼리 나눠 부담해야 하며, 그것은 상속재산 분할심판으로 소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최근 상속 부동산을 단독관리한 공동상속인 A를 상대로 다른 공동상속인 B 등이 제기한 부당이득금 관련 소송에서 A가 단독으로 받은 월세를 다른 상속인에게 상속분만큼 나눠주되 A가 단독관리 과정에서 임차인에게 내준 보증금‧납부한 재산세 등은 A의 단독부담이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대법 2023다318857, 24. 8. 1.).
부모 갑은 보증금 3750만원, 월세 375만원 임대차 계약이 걸린 상가 부동산을 갖고 있었다. 갑이 2014년 8월 갑작스레 사망하고, 상가 부동산의 소유권은 배우자 을과 자녀 A, B, C, D 등으로 넘어오게 됐다.
상속 부동산 관리는 자녀 A가 맡았고, 월세도 자녀 A가 받았다. 그런데 사망한 갑의 배우자 을도 2019년 세상을 떠나자 자녀 B, C, D는 상속지분 만큼 재산을 나누자며, 상속재산 분할심판을 걸었다.
2020년 12월 21일 대구고법 심판 결과는 자녀 A, B, C, D가 상속분만큼 고루 나눠 갖는 것으로 나왔다.
대구고법은 상속 부동산을 부모 갑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된 2014년 8월 23일을 기점으로 자녀 A의 단독소유로 하되, 자녀 B, C, D의 각자 상속분만큼 A가 현금으로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대구고등법원 2020브106, 20. 12. 21).
해당 심판은 2021년 4월 30일 대법의 재항고 기각으로 확정됐다.
자녀 B, C, D는 이번엔 부모 갑 사망 후 자녀 A가 독차지한 월세도 내놓아야 한다고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걸었다.
법원이 상속재산 분할심판에서 상속 부동산을 자녀 A의 단독 소유로 인정한 시점은 부모 갑이 사망한 2014년 8월 23일이지만, 상속 부동산의 월세) 구체적 상속분이 확정되는 시점까지는 상속분에 따라 나눠 가질 수 있다는 대법 판결(대법 2015다27132, 27149, 2018. 8. 30.)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자녀 A는 상속부동산 관련해서 자신이 단독지급한 임차인 보증금, 재산세도 공동부담해야 한다고 맞섰다.
원심은 월세에 대해선 상속분만큼 자녀 A, B, C, D가 나눠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창원지법 2022나61547, 23. 12. 14.).
월세(부당이득) 반환시점은 부모 갑 사망 후인 2014년 8월 23일부터 상속재산 분할심판이 확정된 2021년 4월 30일까지 받은 월세였다. 자녀 A에게 단독귀속되는 시점은 2014년 8월 23일이지만, 법원의 심판 확정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붕 떠버린 기간의 월세에 대해선 공동상속인들이 상속분만큼 나눠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증금과 재산세에 대해서는 자녀 A가 단독부담해야 한다고 판단 내렸다.
원칙적으로 상속은 의무와 권리의 승계이고, 의무에는 채무도 들어간다.
상가 부동산 임차 보증금은 갚을 때 쪼개서 갚을 수 없는 불가분채무이고, 자녀 A가 상속 부동산의 채무(임차 보증금)를 전부 갚았다면, 자녀 B, C, D에게 각자 상속 지분만큼 채무를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 등(대항력 등)은 임대차 계약서상 임대인에 대해서 쓸 수 있는데, 자녀 A는 상속재산 분할심판 확정에 따라 2014년 8월 23일 상속 부동산의 단독 소유자이자 임대차 계약서상 임대인이 됐다.
임차인이 임차 보증금을 받은 건 그보다 훨씬 후인 2022년 5월이며, 그 시점에서 임대인이자 단독소유자는 자녀 A뿐이니 당연히 상가 부동산 채무(보증금)도 자녀 A가 단독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재산세 역시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건데 자녀 A가 단독소유한 시점이 2014년 8월 23일이 되었기에 그 이후 자녀 A가 납부한 재산세는 모두 자녀 A의 부담이라고 판단 내렸다.
대법은 원심이 상속 부동산의 과실(월세)은 2014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공동 수익하라고 판단하면서 상속 부동산의 채무(보증금‧재산세)는 자녀 A에게 몰아주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상속의 대원칙은 권리와 의무를 전부 물려받는 거고, 권리만 챙기는 방법은 없다(민법 1007조).
부모 갑의 사망 시점인 2014년 8월 23일 시점에서 상속 부동산에 대한 수익권은 월세, 의무는 보증금이다.
그리고 부모 갑의 상속개시일로부터 공동상속인간 구체적 상속 지분이 확정되는 시점까지 2021년 4월 30일까지 추가 채무로 재산세가 발생한다.
대법은 원심이 월세(수익권)는 상속재산 분할심판 확정 전까지는 자녀 A, B, C, D 간 공유상태였으니 나눠 가져야 한다고 한 판단은 맞지만, 상속 부동산에 대한 채무는 상속재산 분할심판으로 소유권이 자녀 A에게 넘어갔으므로 자녀 A 단독부담이라고 판단한 건 잘못된 것이라고 보았다.
민법 1006조에서는 상속인이 여러 명일 경우 상속재산을 공유상태로 만들어 놓고, 1007조에서 상속재산의 권리와 의무는 법정지분율에 따라 나눈다고 하고 있다.
민법 1015조에서는 상속인끼리 싸우든 합의하든, 상속 지분율이 정해지는 경우 상속개시일부터 상속재산의 분할을 하게 하면서도, 이들이 지분율을 정하지 못한 기간 동안 상속재산에서 발생한 권리와 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대법은 원심에 보증금과 재산세에 대해 자녀 A가 단독 부담했다고 해도, 다른 상속인들에게 각자 상속 지분만큼 청구할 수 있는지(원칙적 적극). 상속재산 분할심판으로 자녀 A의 단독소유로 확정 결정됐더라도 공유상태 동안 보증금과 재산세를 각자 상속 지분만큼 청구할 수 있는지(적극) 다시 살펴보라며 원심을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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