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아동용 내복’의 품목분류를 둘러싸고 수입업체와 인천세관이 분쟁을 벌였다. 쟁점이 된 물품은 2016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수입된 아동용 보온내의 세트다. 합성섬유로 만든 편물제 상·하의로 구성됐으며, 포장에는 ‘아동 내의 세트’로 표시돼 있다.
수입업체는 이 물품을 내의로 판단하고 남아용은 ‘소년용 내의’(HSK 6107.99-9000호), 여아용은 ‘소녀용 내의’(HSK 6108.92-1000호)로 신고해 수입했다. 당시 세관은 이를 그대로 수리했다.
그러나 2019년 관세조사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조사 과정에서 업체가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신청하자, 관세평가분류원장은 “상의는 티셔츠(HSK 6109.90-3010호), 하의는 소녀용 긴 바지(HSK 6104.63-0000호)”로 각각 분류된다고 회신했다. 이에 인천세관은 기존 신고가 잘못됐다며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경정·고지했고, 업체는 불복해 2022년 6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 ‘내의 세트’냐 ‘티셔츠·바지’냐…품목분류 쟁점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상·하의가 한 세트로 포장돼 팔리는 아동용 보온 의류’를 하나의 세트 품목(내의·파자마 등)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각각의 의류(티셔츠, 바지)로 쪼개야 하는지 여부다.
일반적으로 ‘내의 세트’로 판매되니 하나로 묶어 분류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관세율표 해석에는 “소매용 세트로 판매된다고 해도 서로 다른 호에 해당하는 의류라면 각각 해당 호로 분류한다”는 원칙(제11부 주 제14호)이 존재한다.
물론 ‘앙상블(ensemble)’, ‘파자마(pajama)’처럼 상·하의를 묶어 하나의 호로 분류하는 예외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물품이 ‘앙상블’이나 ‘파자마’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지에 달렸다.
◆ 업체 “세트로 팔리는 내의…왜 갑자기 쪼개나”
업체는 “상·하의가 소매용 세트로 포장돼 함께 판매되는 내의를 명확한 기준도 없이 분리하여 과세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업체는 우선 사전적 정의를 들었다. ‘내의’는 겉옷 안쪽에 입거나 방한용으로 껴입는 옷을 뜻하며, 영어 단어 ‘underclothing’ 역시 속옷뿐 아니라 내의류를 포괄하므로 쟁점 물품은 내의 세트로 분류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 품목분류 사례의 일관성 부족을 지적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유사한 ‘실내복 세트’에 대해 어떤 때는 내의류(6108호)로, 어떤 때는 상·하의 분리 분류로 회신하는 등 혼선이 있었다는 것이다.
신의성실원칙도 강조했다. 업체는 “2년 넘게 동일한 세번으로 신고했고 세관이 이를 이의 없이 수리해왔다”며 “이는 과세관청이 비과세에 대한 묵시적 의사표시를 한 것이므로 이제 와서 소급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 세관 “티셔츠와 바지가 명백…‘세트’ 예외 규정 안 통해”
반면 세관은 업체의 주장이 품목분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관세율표 제11부 주 제14호에 따라, 상의와 하의가 서로 다른 호에 해당하면 세트 포장 여부와 상관없이 각각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관은 우선 ‘앙상블’ 가능성을 차단했다. 관세율표상 제6109호(티셔츠)에 해당하는 물품은 앙상블 구성품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이 있다. 세관은 “쟁점 물품의 상의는 원형 넥라인, 트임 없음, 조임 없는 밑단 등 제6109호 티셔츠의 정의에 완벽히 부합한다”며, 상의가 티셔츠인 이상 앙상블로 묶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파자마’ 분류도 거부했다. 파자마는 주로 잠옷으로 착용하는 헐렁한 옷인데, 쟁점 물품은 몸에 달라붙어 보온을 목적으로 겉옷 안에 입는 옷이므로 용도와 형태가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파자마가 분류되는 제6107·6108호 해설서에서도 티셔츠류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어, 상의를 파자마류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의에 대해서도 세관은 “팬티 같은 속옷의 봉제 형태가 없고, 발목까지 오는 긴 바지 형태”라며 제6104호의 ‘긴 바지’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 조세심판원 “세트여도 분리 분류가 원칙…신뢰보호 대상 아냐”
조세심판원은 세관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관세율표 제11부 주 제14호에 따라 서로 다른 호로 분류되는 의류는 소매용 세트라도 각각 분류하는 것이 원칙”임을 재확인했다.
심판원은 쟁점 물품 상의가 제6109호의 ‘티셔츠’ 정의(원형 넥라인, 트임 없음 등)에 부합하고, 하의는 제6104호의 ‘긴 바지’ 구조를 갖췄다고 판단했다. 반면, 상의가 티셔츠에 해당하므로 앙상블이나 파자마 세트로 묶일 수 있는 요건은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세계관세기구(WCO) HS위원회의 결정 사례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WCO 역시 소매용 세트로 포장된 여성 의류(긴소매 티셔츠와 바지 세트)에 대해 상·하의를 각각 별도의 호로 분류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업체가 주장한 ‘신의성실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심판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판원은 “납세자의 수입신고를 세관이 그대로 수리한 것은 단순한 사실행위에 불과하며, 이를 과세관청의 공적인 견해 표명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업체가 사전에 품목분류 사전심사 제도를 이용해 정확한 세번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세번을 적용한 점 등을 들어 귀책사유가 업체 측에 있다고 봤다.
결국 심판원은 쟁점 물품을 상의는 티셔츠(HSK 6109.90-3010), 하의는 소녀용 긴 바지(HSK 6104.63-0000)로 각각 분류해 과세한 처분이 정당하다며 업체의 청구를 기각했다.
[참고 심판례: 인천세관-조심-202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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