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유리’인가 ‘부품’인가…차량용 커버글라스 품목분류는?

2025.12.23 08:25:37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자동차 계기판 디스플레이에 부착되는 ‘커버글라스(Cover Glass)’의 품목분류를 두고 수입업체와 세관 사이에 분쟁이 붙었다.

 

쟁점이 된 물품은 지난 2019년 4월부터 12월까지 홍콩에서 수입된 커버글라스다. 이 물품은 두께 8mm 이하의 강화유리를 자동차 계기판용 LCD 모듈 크기에 맞게 자른 뒤, 테두리에 검은색 인쇄(BM)를 하고 표면에 지문방지(AF)·빛반사방지(AR) 등의 특수 코팅 처리를 한 제품이다.

 

업체는 수입 당시 이 물품을 ‘기타 안전 강화유리’(HSK 7007.11-1000호 등)로 신고해 한-중 FTA 협정관세율 5.6% 등을 적용받았다. 이후 업체는 “이 물품은 단순한 유리가 아니라 디스플레이 모듈의 부분품”이라며 품목분류를 ‘기타 모니터의 부분품’(HSK 8529.90-9990호, 관세 0%)으로 변경해 달라는 경정청구를 제기했다.

 

세관이 이를 거부하자 업체는 2021년 10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해 세관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게 됐다.

 


◆ 유리 vs 부품, 품목분류 쟁점은?

 

이번 분쟁의 핵심은 특수 가공된 유리를 ‘재질’(유리)에 중점을 두어 분류할지, ‘기능과 용도’(디스플레이 부품)에 중점을 두어 분류할지 여부다.

 

세관이 주장한 HSK 7007호는 ‘강화안전유리’를 분류하는 곳으로 기본관세 8%가 적용된다. 반면 업체가 주장한 HSK 8529호는 모니터 등 전자기기의 ‘전용 부분품’을 분류하며 관세가 0%다.

 

관세율표 해석상 유리 제품이라도 고도의 가공을 거쳐 특정 기기의 부품으로만 쓰이는 경우 유리(제70류)가 아닌 기기의 부품(제85류)으로 분류될 수 있다. 결국 이 커버글라스의 가공 수준과 용도가 단순한 강화유리의 범위를 넘었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 업체 “특수 코팅에 전용 설계…단순 유리 아니다”

 

업체는 쟁점 물품이 일반적인 유리 가공 범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절단, 가공 외에도 고난도의 BM 인쇄와 특수 코팅(AF/AR/AG) 공정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업체는 “BM 인쇄는 빛샘을 방지하기 위해 계단형으로 적층 인쇄하는 특수 기법이며, AF·AR·AG 코팅은 디스플레이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 공정”이라며 “이는 유리의 본질적 특성을 벗어나 디스플레이 부품으로서의 기능을 부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물품은 특정 차량용 LCD 모듈 사이즈에 딱 맞게 제작됐고, 표면에 모델명과 제조일자까지 인쇄돼 있어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는 ‘전용 부품’임을 내세웠다.  

 

업체는 특히 “이 물품은 자동차 계기판 자체에 붙는 게 아니라, 계기판 내부의 영상표시장치인 LCD 모듈에 직접 부착된다”며 “관세평가분류원도 LCD 모듈을 모니터의 부분품으로 보고 있으므로, 그 모듈의 덮개인 이 물품 역시 모니터의 부분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세관 “본질은 강화유리…코팅·인쇄는 허용된 가공”

 

반면 세관은 이 물품의 본질은 여전히 ‘강화유리’라고 반박했다. 세관은 관세율표 제70류 주석을 근거로 들며 “유리 표면에 빛 반사를 방지하는 처리를 하거나 인쇄를 하는 것은 유리 제품에 허용되는 가공 범위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즉, 인쇄나 코팅을 했다고 해서 유리가 유리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세관은 “이 물품은 열처리 등을 통해 강도를 높인 강화유리이며, 자동차 계기판 등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므로 제7007호의 강화안전유리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관은 관세평가분류원의 과거 결정 사례 등을 언급하며, 해당 물품이 자동차 부품이나 디스플레이 부품의 형상을 명백히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다른 부품과 결합되지 않은 상태로 수입되었으므로 재질에 따라 분류해야 한다고 맞섰다.

 

◆ 조세심판원 “유리 특성 넘었다…디스플레이 부품 타당”

 

조세심판원은 심리 결과 업체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심판원은 쟁점 물품이 일반적인 강화유리의 범주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인 근거는 ‘가격 구성비’였다. 심판원은 “쟁점 물품의 원가 구조를 보면 지문·반사 방지 기능을 하는 특수 필름의 가격이 전체의 67%를 차지한다”며 “이는 파편 상해 방지를 주목적으로 하는 일반 강화유리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즉, 유리의 재질적 가치보다 광학적 기능의 가치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또한 심판원은 “관세평가분류원이 차량용 계기판 LCD 모듈을 ‘기타 모니터의 부분품’(제8529호)으로 분류하면서 커버글라스를 그 구성요소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인용했다.

 

결국 심판원은 “쟁점 물품은 특정 차량용 모니터에 전용되도록 제작됐고, 고도의 추가 가공을 통해 강화유리로서의 특성을 상실하고 모니터의 필수 기능을 수행하는 부품으로 변모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심판원은 쟁점 물품을 ‘디스플레이 모듈의 부분품’인 HSK 8529.90-9990호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세관이 경정청구를 거부한 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참고 심판례: 대전세관-조심-202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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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철 기자 bonobee@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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