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TV 스탠드의 관세 품목분류를 둘러싸고 수입업체와 인천세관 사이에 논쟁이 붙었다.
쟁점이 된 물품은 TV 화면 아래나 뒷면에 볼트와 너트로 조립·장착돼, 거실장 등에 TV를 세워 놓고 볼 수 있도록 하부를 지지하는 플라스틱·철강·알루미늄 재질의 TV 스탠드다.
업체는 이 물품을 수입할 당시 재질에 따라 ‘기타 플라스틱 제품’(HSK 3926.90-9000호, 관세율 6.5%), ‘기타 철강제품’(HSK 7326.90-9000호, 8%), ‘기타 알루미늄 제품’(HSK 7616.99-9090호, 8%)으로 신고했고, 세관도 이를 수리했다.
이후 업체는 해당 분류가 잘못됐다며 2020년 2월과 3월, 세관에 경정청구를 제기하고 이미 납부한 관세 등의 환급을 요청했다. ‘기타 TV 부분품’(HSK 8529.90-9642호)으로 품목분류를 변경하면 WTO 양허관세율 0%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관은 경정청구를 모두 거부했다. 결국 업체는 2020년 5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해 세관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게 됐다.
◆ TV 스탠드, 품목분류 쟁점은?
이번 분쟁의 핵심은 TV 스탠드를 관세율표상 ‘부분품(parts)’으로 볼지, 아니면 ‘부속품(accessory)’으로 볼지다.
관세율표 제8529호는 제8525호부터 제8528호까지의 기기(텔레비전 수신용 기기 등)에 전용되거나 주로 사용되는 ‘부분품’만을 분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부속품’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지 않았으므로, 만약 쟁점 물품이 부속품에 해당한다면 결합되는 기기와 무관하게 물품 자체의 구성 재료(플라스틱, 철강, 알루미늄)에 따라 각각 분류해야 한다.
결국 이 스탠드가 특정 TV 자체를 구성하는 필수불가결한 구성요소인지, 아니면 TV 사용의 편리함과 효율성을 더해주는 보조 물품인지에 따라 품목번호가 달라진다.
관세 차이도 적지 않다. 업체가 주장한 제8529호로 인정되면 WTO 양허관세율 0%가 적용된다. 반면 재질별 일반 물품으로 분류되면 6.5~8%의 관세율이 부과된다. 즉, ‘TV 부분품’으로 보느냐, ‘재질별 부속품’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다.
◆ 업체 “스탠드형 TV에 필수불가결…전용 부분품 맞다”
업체는 쟁점 물품이 특정 모델의 스탠드형 TV에 꼭 맞게 제작된 전용 부분품이므로 제8529호로 분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탠드형 TV의 특성상 스탠드가 없다면 소비자는 TV를 바닥에 놓거나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놓고 사용해야 하므로 스탠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체 측은 “쟁점 물품은 특정 모델 외에 다른 모델에 사용될 수 없고, 볼트 및 너트에 의해 외형상 TV와 하나로 완전히 결합되므로 필수불가결한 부분품”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적 기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부분품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논리도 폈다. 관세율표 해설서 제85류에서 전기·기계적 기능을 가지지 않더라도 외형을 구성하는 케이스·받침 등을 부분품으로 분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제8529호에서 대상을 지지하는 ‘프레임’을 부분품으로 예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업체는 부속품이 되기 위해서는 기능 변환을 위해 추가되거나 대체 장착되는 등 호환성이 있어야 하는데, 쟁점 물품은 특정 TV와 완전히 결합되어 닳거나 대체됨 없이 수명을 함께하는 물품이므로 부속품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세관 “TV 수신 기능과 무관…편의성 더하는 부속품”
반면 세관은 쟁점 물품을 관세율표상 제8529호의 ‘부분품’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세관에 따르면 관세율표상 부분품은 물품의 주체를 구성하는 데 직접 필요한 것이어야 하며, 부수적으로 사용상 편리함을 주는 부속품과는 구분된다.
세관은 쟁점 TV 뒷면에 화면크기와 중량을 기준으로 규격화된 디스플레이 설치 홀(Hole) 패턴인 ‘베사(VESA)’ 규격이 뚫려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소비자가 원할 경우 언제든지 쟁점 스탠드를 제거하고 해당 베사 규격을 활용해 벽걸이형 거치대나 호환 가능한 다양한 디자인의 스탠드를 별도로 구매하여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관은 쟁점 스탠드가 제조 시 결합되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TV에 소비자가 사용 시 결합하는 물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스탠드의 결합 유무는 이미 완성된 TV의 본질적 기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단지 기울임 및 회전 등 TV 시청의 편의성, 효율성, 심미성을 부가해 주는 ‘부속품’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 조세심판원 “다른 거치 수단 존재…‘전용 부분품’ 아냐”
조세심판원은 심리 결과 세관의 품목분류 결정이 옳다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제8529호의 용어에서 ‘부속품’은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채 열거된 기기에 전용되거나 주로 사용되는 ‘부분품’만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쟁점 물품이 특정 TV에 전용되도록 제작된 것은 맞지만, TV 자체를 구성하거나 기능에 필수불가결하게 필요한 물품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심판원은 쟁점 TV 뒷면에 표준 장착홀 규격이 뚫려 있어, 쟁점 물품이 아니더라도 TV를 지지하거나 거치할 수 있는 다양한 물품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삼았다.
결국 심판원은 쟁점 물품을 특정 TV에 전용되는 ‘부분품’이라기보다는 시청 환경에 맞춰 지지 및 거치 편의를 제공하는 ‘부속품’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재질별 품목번호로 분류한 세관의 경정청구 거부처분은 잘못이 없으며, 업체의 주장은 기각됐다.
[참고 심판례: 인천세관-조심-202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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