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산업은행의 단순 차명계좌에 부과된 세금이 부당하게 징수돼 반환돼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
과세당국이 세금을 징수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더라도, 명백한 하자가 있는지 먼저 따져보지 않았다면 곧바로 무효로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한국산업은행이 대한민국, 서울시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금융실명법의 비실명 금융계좌 범위가 바뀐 후 제기된 단순 차명계좌 과세 분쟁의 연장선에 있다.
금융실명법 5조는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소득에는 소득세 90%를 원천징수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초 단순 차명계좌(계좌 이름만 다르고 명의인이 실제 가지고 있는 계좌)는 비실명 금융계좌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행정해석이 달라지면서 은행들이 보유한 차명계좌에도 세금이 원천 징수됐다.
산업은행은 세금을 납부한 뒤 "단순 차명계좌에 불과해 금융실명법 5조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냈다"며 소득세 징수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냈다.
이에 2022년 대법원은 "단순 차명계좌는 비실명계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이 나오자 이듬해 산업은행은 과세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하지 않고 곧바로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산업은행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과세처분이 위법 사유가 있다는 것 외에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 행정소송을 통해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과세 관청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과세요건 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여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신한은행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같은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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