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피의자가 수사 과정에서 물건을 버리고 소유권을 부인했다면 통상의 경우와 달리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거나 별건 수사의 증거로 쓰더라도 위법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1부(당시 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성폭력범죄처벌법·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7∼2019년 여성 청소년과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한 혐의, 성관계하는 장면을 불법 촬영하고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제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A씨가 여성들의 치마 입은 모습 등을 불법 촬영했다는 제보를 받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그의 PC에 저장된 파일을 압수했다.
A씨는 압수수색 직전 신발주머니에 파일 저장매체인 SSD 카드를 담아 집 밖으로 던졌다. 경찰이 우연히 이를 발견했으나 A씨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자 경찰관은 유류물로 보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영장 없이 압수했다.
A씨의 PC와 SSD 카드에서는 제보 내용 외에도 아동·청소년을 비롯한 여성들의 나체나 성관계하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 등이 발견됐다. 검찰은 이 영상들을 증거로 삼아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의 쟁점은 이렇게 발견한 자료들을 증거로 쓸 수 있는지였다.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중 새로운 범죄를 발견한 경우에는 압수수색을 중단하고 새로운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압수수색과 저장매체 탐색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도 보장해야 한다.
1심 법원은 증거 능력을 인정해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 법원은 PC와 SSD 카드에서 나온 것들을 증거로 쓸 수 없다며 성 매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SSD 카드는 유류품이므로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고 영장 발부 범죄와 무관한 내용을 압수했더라도 위법이 아니라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정보저장매체를 소지하던 사람이 그에 관한 권리를 포기했거나 포기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압수할 때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압수의 대상이나 범위가 한정된다거나 참여권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A씨를 비롯해 누구도 신발주머니 속 SSD 카드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으므로 참여권을 행사할 피압수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제출자가 존재하는 임의제출과 달리 압수의 범위를 한정하기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만 대법원은 경찰이 새로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임의로 압수한 PC 파일에 관해서는 2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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