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세금 체납 상태에서 배우자에게 돈을 갚는 방식으로 재산을 이전하더라도, 다른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면 사해행위로 취소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변제’라는 외형만으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은 국세청이 제기한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채무자 A씨가 배우자에게 지급한 1억원 상당의 금전을 사해행위로 보고 이를 취소하고 반환을 명령했다.
이번 사건은 체납 상태의 납세자가 부동산 매각대금 일부를 배우자에게 지급한 행위가 증여인지, 아니면 정당한 채무 변제인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앞서 A씨는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등을 체납한 법인의 과점주주로서 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양도소득세 등 국세도 납부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보유 부동산을 모두 처분하는 과정에서 매매대금 중 1억원이 배우자인 피고에게 지급됐다.
과세당국은 이를 사실상 재산 은닉 행위로 보고 사해행위 취소를 청구했다. 반면 피고는 해당 금원이 기존 대여금 및 구상금 채무를 변제한 것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법원 판단은 쟁점별로 갈렸다.
먼저 법원은 해당 금원이 증여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다. 배우자가 과거 채무를 부담하거나 금전거래가 있었던 정황 등을 고려할 때, 단순한 무상 이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변제라고 하더라도 보호받을 수는 없다고 봤다. 법원은 A씨가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고, 강제집행이 가능한 재산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특정 채권자인 배우자에게 우선적으로 변제한 점에 주목했다.
특히 A씨는 부동산을 모두 처분하고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자 계좌 등을 활용해 매매대금을 배우자에게 귀속시킨 점을 고려하면 다른 채권자를 해할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배우자의 인식도 문제가 됐다. 법원은 피고가 배우자로서 재산 처분 상황과 체납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악의’ 역시 인정된다고 봤다.
결국 법원은 해당 1억원 변제를 사해행위로 판단하고 취소를 명령했다. 피고는 원상회복으로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채무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이뤄진 변제가 원칙적으로는 허용되더라도, 배우자 등 특수관계인에게 편중된 지급은 사해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조세채권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재산 이전의 형식보다는 실제 거래의 내용과 효과를 기준으로 더 엄격하게 판단된다는 점도 드러났다.
[참고 판례: 의정부지방법원-2023-가단-129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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