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덕이 있는 자는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2024.04.27 18:04:27

 

(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子曰; “德不孤, 必有隣.”

자왈; “덕불고, 필유린.”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덕이 있는 자는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_이인里仁 4.25

 


“덕불고 필유린”. 가장 유명한 공자의 말씀 중 하나입니다.

제가 책에 사인을 할 때 많이 쓰는 문구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뜻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셔서 별도로 설명을 드리기도 합니다. 덕이 있는 자는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이 말은 진리임을 깨닫게 됩니다. 덕이 있는 사람은 사회적 지위나 부와 명예에 따른 이웃이 아니라 진정한 이웃이 있습니다. 기버(Giver)의 삶을 삽니다. ‘기버’는 ‘기부’이기도 합니다. 꼭 물질적인 나눔이 아니더라도 정신적인 나눔(경험과 지식, 배려와 사랑)을 실천합니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시죠. 남에게 베풀기 좋아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어 주는 사람이 있는지요? 하다못해 밥 잘 사주는 선배를 후배들이 더 따르게 마련입니다. 반면 잘 나누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직 자신의 성공에만 관심 있습니다. 후배를 위한 진심 어린 충고보다는 질책이 더 많습니다. 출세를 위한 방법도 잘 알고 있습니다. 소위 잘못된 성공 방정식에 따라서 해바라기와 같이 윗사람만 쳐다봅니다.

 

비록 그렇게 성공해서 부와 명예를 쌓더라도 결국 사회적 지위라는 ‘무대’ 위에서 내려오면 자신을 따르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라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 쌓은 부를 과감하게 쓴다면 ‘돈’을 보고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관계가 아닌 허상일 뿐입니다. 만약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그들이 여전히 내 곁에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덕’은 가장 빛나고, 중심이라는 의미

 

물론 덕을 베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사회에서는 눈에 보이는 ‘실적’을 그 사람의 평가에 대한 척도로 삼습니다. 남을 돕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공(功)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전 생각도 날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준만큼 받기를 바라는 것보다 베풀면 나의 영혼도 구제됩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공자는 ‘덕’을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당시 위정자들에게 덕에 대해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덕으로써 정치를 하는 것은 북극성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다른 별들이 함께 둘러싼 모습과도 같다.” - 위정편(2.1)

 

‘덕’이 가장 빛나고, 중심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주변에 덕을 받드는 별들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덕은 외롭지 않습니다.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입니다. 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예(禮)’입니다. 마음속으로만 덕을 갖고 있으면 상대방이 알 수 없습니다. 말로 표현하거나 행동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위정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덕으로 백성을 다스린다면 법을 어길 때는, (백성이) 부끄러움을 안다”라고 했습니다(위정 2.3). 반면 엄격한 법으로만 다스리면 형벌을 면할 방법만 궁리합니다. 왕을 두려워하고 피하려고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고 의심하고, 왕은 외로워질 것입니다. 홀로 남은 북극성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 사회에 대입해보면 어떨까요? 더 많은 법과 규제를 만드는 것이 정답일까요? 오히려 어릴 적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염치’와 ‘배려’가 무엇인지 교육하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법은 그 다음의 장치일 것입니다. 이웃 나라처럼 국민의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감시하고 규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국민은 법과 시스템이 두려울 뿐이고,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의(義)’에 기반한 행동을 하지 않게 됩니다.

 

춘추시대 말기의 위정자들은 안타깝게도 공자의 ‘덕치주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치에 ‘인품(仁品)’은 그다지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강력한 병사, 뛰어난 병법가, 풍족한 식량이 우선이라고 봤습니다. 그러한 패권주의를 통해서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범하고 병합했습니다. 하지만 남은 것은 무엇인가요? 백성들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영원할 것 같은 국가도 결국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빛나는 북극성도 떨어졌습니다.

 

‘덕’은 개인과 국가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중요합니다. 조직이 매끄럽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중간에서 ‘덕’을 베풀고, ‘감정노동’을 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린치핀》의 저자 세스 고딘(Seth Godin)도 감정노동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합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대신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책에서 언급한 데이비드라는 직원이 있습니다. 그는 6년 동안 커피숍체인에서 일했습니다. 저자가 놀란 것은 그의 태도였습니다. 굳이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인사하고, 고객들에게 세심하게 신경 썼습니다. 너무나 신기해서 고딘은 질문했습니다.

 

“데이비드씨, 어떻게 그렇게 일할 수 있나요?”

“저는 축복을 위해서 일합니다.”

 

데이비드는 인생을 주도적으로 설계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커피숍에서 일하는 것은 상당히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일 것입니다. 단순히 반복되는 일뿐만 아니라 불평하는 고객의 응대도 받아줘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이 ‘선물’이고 ‘축복’이라고 믿었습니다. 고객들과 교감하는 것이 행복이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커피숍의 주인이라고 가정해 보시죠. 장사가 잘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직원을 해고해야 합니다. 단 ‘한 명’을 남겨야 한다면 누구를 남길까요? 커피를 매뉴얼에 따라서 잘 만드는 직원인가요? 아니면 ‘덕’을 갖춘 데이비드처럼 스스로 손님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직원인가요?

 

답은 아마 여러분도 잘 알 것입니다. 대부분 데이비드를 선택할 것입니다. 그는 남을 위하는 ‘덕’의 마음을 갖고, ‘예’라는 방식으로 친절을 베풀었기 때문입니다. 덕이 없는 예는 그냥 껍데기이고, 립서비스일 뿐입니다. 공자는 계씨편(16.12)에서 제나라의 경공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나라 경공은 말 4천 필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그가 죽던 날 백성들 중 그 누구도 그의 덕을 칭송하지 않았다.”

 

즉, 경공은 재상 안영 덕분에 나름대로 치세를 펼쳤으나, 본인은 사치와 향락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그가 죽고 나자 그 누구도 왕의 ‘덕’을 칭송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만약 그가 4천 필의 말을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다면 많은 이들은 왕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했을 것입니다. 결국 자신의 부와 명예에 집중했던 경공은 쓸쓸하게 죽었습니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죽은 뒤에 4천 필의 말은 그에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자, 이제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우리는 ‘덕’을 베풀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또는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덕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인(仁)’의 마음을 갖고 ‘예(禮)’로 베푸는 것. 그것이 바로 ‘덕’입니다. 덕이 있는 자는 외롭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웃이 있습니다.

 

 

[프로필] 조형권(나단) 작가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출간, 교보문고 MD의 선택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출간, 교보문고 북모닝 CEO도서 선정

•《공부의 품격》 출간

•(현)SK그룹 내 마케팅 임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졸업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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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단(Nathan) 작가 choja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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