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올해 11월 5일 치뤄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국내 금융기관 및 수출기업들에게 가해지는 불확실성이 대폭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23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홍성국 의원이 주최하고 ‘조세금융신문’이 주관한 ‘미국 대선 이후 국제경제 환경 변화 가능성과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송두한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책 자문위원은 “향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슈퍼관세’ 현실화 등 수출입 및 산업금융을 둘러싼 급격한 환경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송두한 자문위원은 “당선 이후 트럼프가 IRA(인플레 감축법)를 폐지한다면 국내 기업들은 미국을 포함해 역내 투자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서 “삼성‧SK 등 반도체‧배터리 수출 대기업들은 이미 IRA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상태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수출규제 여파로 인해 대한민국 수출경제 역시 전반에 걸쳐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기존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했던 기존 대중국 수출 충격에 이어 대미 수출 급감까지 더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두한 자문위원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반(Anti) ESG 투자 제도화, 급격한 금리인하 등 국제 금융환경도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이로인해 우리 금융환경의 불확실성도 커지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는 공약을 통해 대통령 취임 즉시 행정명령을 내려 퇴직연금의 ESG투자를 영구 금지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며 “여기에 금융기관이 탄소배출 산업(전통 제조업)과의 금융거래를 회피할 경우 정부가 공적연금 등 이들 금융기관과의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금융기관이 추구해왔던 ESG 비전‧전략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만큼 트럼프 당선시에는 추후 전통 제조업 등 반 ESG 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지난해 상반기까지 트럼프 정책을 옹호하는 주를 중심으로 200개 이상의 반 ESG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이같은 전망 속에서 송두한 자문위원은 국내 금융기관이 ESG 금융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미 수출기업의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투트렉전략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두한 자문위원은 “‘RE100’, 유럽의 ‘탄소국경세’ 등 비관세 장벽에 대비해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금융투자는 확대함과 동시에 대미 수출 제조기업을 상대로는 리스크 관리 및 지원 확대 등 선별적 접근에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송두한 자문위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이 급격한 금리인하를 추진할 시 현재 눈덩이처럼 불어난 우리나라의 코로나 부채가 경착륙할 위험이 높은 만큼 정부·금융당국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EU(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GDP 대비 정부부채가 늘어난 반면 GDP 대비 가계부채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달리 중국‧한국 등 신흥국은 같은기간 정부부채가 정체됐으나 가계부채는 급증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2009년 GDP 대비 64.5%의 비중을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100.2%까지 불어났다.
송두한 자문위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2441조원 수준이었던 국내 민간대출(가계+자영업자+중소기업) 규모는 2023년 3329조원으로 5년새 888조원 급증했다. 구체적으로 이 기간 가계대출은 1505조원에서 1768조원, 개인사업자(자영업) 대출은 449조원에서 697조원, 중소기업대출은 487조원에서 864조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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