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트럼프 재집권시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칠 여파는?

2024.08.07 17:53:38

전문가들 “트럼프 당선돼도 큰 틀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정책 유지할 것”
삼성전자‧SK하이닉스 포함 타국기업 대상 보조금 축소‧폐지 가능성에는 의견 갈려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지난 7월 13일(현지시간) 발생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총격 피습 사건 이후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에서의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확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재계가 바싹 긴장하는 모습이다.

 

피습 사건 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블룸버그 등 미(美)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보조금 축소, 대(對)미 수출국가들에 대한 관세 적용 확대 등 초강력 보호무역정책 추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암흑기에서 벗어나 간만에 회복세에 접어든 국내 반도체업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관련 정책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워서다.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미국 현지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설립 중이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IRA(인플레이션감축법)‧반도체지원법 등에 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수조원대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 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보조금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조세금융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될 시 향후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편집자주]

 

◇ 국내 기업 반도체 수출 7개월째 호조…트럼프 당선 돌발 변수되나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그간 부진한 수출 성적을 보였던 반도체는 작년말을 기점으로 서서히 수출이 늘면서 회복세에 돌입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1월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작년 12월 110억 30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월 대비 21.8% 증가한 규모다. 앞서 같은 해 11월에도 반도체 수출액은 전월 대비 12.9% 늘어난 95억 2000만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반도체 수출 증가세는 올해 들어 더욱 가속화됐다. 산자부가 6월 초 발표한 ‘올해 5월 수출입 동향’에 의하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4.5% 증가한 113억 8000만달러로 집계되면서 작년 11월 이후 올해 5월까지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월 22일 관세청이 발표한 ‘7월 수출입 현황(7월 1일~20일)’에서도 반도체 수출 증가세는 돋보였다. 7월 반도체 수출액은 68억달러로 작년 7월 43억달러에 비해 무려 57.5% 급증했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산업이 활짝 기지개를 켜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최대 반도체 위탁회사 TSMC를 보유한 대만을 상대로 “미국에 방위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만이 미국 내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미국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다”며 현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관련 정책을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같은달 17일 뉴욕 증시에서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 ASML, 마이크론, TSMC 등 반도체 관련 글로벌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 여파는 국내 증시에까지 미쳤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내려가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7월 초부터 오름세를 보였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하락세로 전환돼 7월 19일에는 전일 대비 2500원 하락한 8만 4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달 17일 SK하이닉스 종가는 전일 대비 1만2500원 떨어진 22만 500원을 기록한데 이어 18일과 19일에는 각각 8000원. 3000원 하락한 21만 2500원, 20만 9500원을 기록하면서 3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유지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등에 61조여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중이다. SK하이닉스도 5조 2000억여원을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 등에 첨단 패키지 공장 건설에 나선 상황이다.

 

해당 투자로 인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약 9조원대의 보조금을 지급받는 것이 확정됐다. SK하이닉스는 조만간 약 9000억원대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 전문가 “트럼프, 바이든 반도체 정책 유지 가능성↑” 의견 일치…세부사안에는 이견

 

미 대선을 둘러싸고 반도체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큰 틀에서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자국 기업 보조금 확대, 타국 기업 보조금 축소 등 일부 사안에는 전망을 달리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 할지라도 미국의 반도체 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시절 반도체 정책은 대중국 규제 위주였던데 반해 바이든 대통령은 여기에 ‘자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을 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후에 기존 보조금 등의 혜택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여러차례 미국이 국제 무대에서 돈을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펼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또 “대만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 자체를 리스크로 여기고 있는 만큼 대만에 많은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때 대만 내 반도체 제조시설의 미국 이전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연원호 국립외교원 경제기술안보센터장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연원호 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AI‧양자컴퓨터 등 핵심반도체에는 강력한 기술 통제를 하고 메모리 등 범용 반도체의 대미 수출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한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집권시 이같은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연원호 센터장은 중국 현지 공장을 통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현재 중국에 설립한 우리 기업들의 공장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의 50%가량이 생산되고 있는데 향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ASML 등 반도체 장비기업의 대중 수출을 추가 통제한다면 단기적 측면에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또 이러한 환경 변화를 맞이한 중국이 자국 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해 반도체 장비, 최종 제품 등에 대한 국산화를 가속화한다면 결국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은 중국이라는 큰 시장까지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대만 정책 변화와 우리 기업의 보조금 축소 가능성 등에는 “지금까지 트럼프 진영 인사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일자리 창출, 경기 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반도체 같은 특정 전략산업의 미국 내 투자가 증가난다면 오히려 보조금‧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더 줬으면 줬지 줄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한다면 대만을 상대로 이전보다 더 거래적인 관계를 확립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의 대미 수출 흑자를 지적하면서 방위비 증액, 미국산 무기 추가 구입 등을 더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대만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EU 등도 같은 이슈로 작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양팽 KIET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전문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으로 인해 반도체 보조금 등 혜택 부문에서는 미국 기업과 타국 기업간 차별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타국 기업의 보조금 혜택 등을 아예 없애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앞서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기업 보조금 지급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기업보다 인텔‧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이 실제로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받았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이런 차별을 뛰어넘어 타국 기업에는 보조금 자체를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또 “지난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내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보조금 규모 등을 지정한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원점으로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11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대만이 미국 반도체를 다 뺏어갔다’는 식으로 발언한 만큼 앞으로 타국기업을 상대로 차별을 가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정부가 본격 출범하는 2025년 이후부터는 현재 미국 내에 짓고 있는 반도체 제조시설이 완공되는 시점인 것을 고려하면 보조금 축소‧폐지 뿐만 아니라 한국‧대만 등 타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 관세 부과까지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향후 미국 정부가 어떤 반도체 정책을 펼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전에 이에 따른 전망이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미 대선까지 3개월가량 남았는데 이 기간 동안 어떤 돌발 변수가 발생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반드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 당선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큰 틀 차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펼친 반도체 정책을 이어받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다만 이때 눈여겨봐야 할 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과격한 규제를 새롭게 추가하느냐 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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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주 기자 sierr3@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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