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렌식 세무조사, ‘희망 사다리’의 산파…박진하 용산세무서장의 후반전

2024.06.29 12:44:08

36년4개월 국세청서 세무조사 그랜드슬램 달성한 조사통…28일 명예롭게 퇴임
수평적 리더십 정평, “국세청 잘해왔고 잘할 것”…세무법인 회장으로 후반전 출장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국세청 내부 인트라넷에 서장님 퇴임 소식이 올라오자 댓글이 좌르르 달렸습니다. 다른 퇴임 소식에도 축하와 아쉬움의 댓글이 달렸지만, 전국 도처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올린 댓글은 압도적으로 많았죠.”

 

28일 박진하 용산세무서장의 명예퇴임식을 이틀 앞둔 지난 26일 기자와 통화한 용산세무서 조사과 정영식 조사5팀장은 “상급자, 하급자 구분 없이 능력과 인품을 인정받은 분이라는 징표”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박진하 서장은 지난 1년동안 200명 넘는 세무서 직원들과 빠짐 없이 밥을 먹었다. 물론 종전 근무지에서도 늘 그랬다. 때론 점심, 때론 저녁밥상을 마주했다. 밥값은 물론 식후 커피값도 매번 박 서장 몫이었다. MZ세대 직원들과 밥 먹으면서 가장 쿨한 사람으로 정평이 났다.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외려 “서장님이 뭐 하고 싶은 말이 있을텐데 안 하시네”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을 아꼈다고 한다. 집안일 때문에 일찍 자리를 뜨더라도 술이 빠질 수 없는 저녁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박 서장의 수평적 리더십은 누구나 공감한다. 의사결정 때 조분조분 합리적이었고, ‘지시형’이 아니라 ‘설득형’, ‘교감형' 리더였다.

 

늘 잔일이 많은 운영지원과 직원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당초 따로 퇴임사도 만들지 않았단다. 하지만 박서장이 그럴수록 함께 일했던 용산세무서 동료들은 박서장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더 정성스레 그의 퇴임식을 준비했다. 기자에게 한 마디라도 더 그와의 추억을 귀띔해주려고 애썼다.

 

한 용산세무서 직원은 “스스로 자기 자랑하기가 쉽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고, 박 서장님은 유독 말 안할 겁니다”라며, 함께 근무했던 1년동안 박서장과 함께 즐거웠던 추억을 들려줬다.

 

박서장은 술을 즐기지는 않았지만 사람 좋아하고 어울리기 좋아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이던 아내가 아픈 뒤로 저녁약속은 사실상 어려웠다. 젊을 때부터 몸이 약했던 아내였다. 박진하 서장을 아는 국세청 사람들은 모두 그의 집안 사정을 안다.

 

기자가 퇴임을 앞둔 박 서장을 지난 20일 만나 인생 후반전 계획을 물었었다. 박서장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 2, 3, 4국 전체 부서에서 근무했다”며 국세청 조사국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임을 은근히 어필했다.

 

사실 그는 국세청 세무조사 방식에 큰 획을 그은 장본인이다. 국세청 본청 조사국 전산조사과 근무 시절. 지금은 일상이 된 과학적 범죄조사(Forensic, 포렌식)의 기반을 박 서장이 닦았다. 대한민국 국세청 세무조사의 뿌리부터 열매까지, 각론부터 철학까지 꿰고 있을 법한 세무조사의 달인인 셈.

 

10년 이상 재직한 국세청 사람들은 지난 2014년 ‘희망 사다리’라는 인사 개념을 또렷이 기억한다. 박진하 당시 국세청 전체의 5급 이상 인사 실무를 담당하는 인사1팀장을 맡아 일하면서 6급 이하 하위직 직원들도 간부 승진 가능성을 높이는 인사 시스템을 기획, 관철시켰다. ‘희망 사다리’라는 이름도 나쁘지 않았다. 많은 후배 국세공무원들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다.

 

28일 퇴임한 박진하 서장은 자신의 평생 직장인 국세청과 직장동료들을 높이 평가한다. 이날 퇴임식에서 박서장은 “국세청 조직은 어느 조직보다도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선제적으로 세정 방향을 설정, 미래를 향해 쉼 없이 달려가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36년 넘는 근무 이력이면 조직에서 느꼈던 희노애락이 없었을까. 떠나는 마당에도 그는 희망만 강조한다.   

 

특히 그가 말 한마디 대신 고기를 더 구워주려 애썼던 MZ세대 후배들에 대해선 “우리 새내기 후배들은 고학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본인들을 희생할 줄 아는 후배들”이라며 친정 국세청의 미래를 낙관했다.

 

마지막 근무지 동료들에게는 “작년 6월30일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세무서로 발령 받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관서에서 근무하는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우수한 동료들과 마지막 근무지에서 일한 건 행운이었다”고 자부심을 선물했다.

 

스카이(SKY) 대학 갈 실력이 아니면 입학이 어려웠던 국립세무대 6기로 국세공무원의 길을 걸어온 박진하 서장은 재임 중 방송통신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공부 욕심이 남달랐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세무대 동기 A씨는 “지방국세청장까지 무난히 했었을 친구”라고 귀뜸했다.

 

세무조사 그랜드슬램의 주역인 그의 몸값은 퇴직 전에 이미 상한가를 찍었다. 여러 세무법인에서 제의가 많았지만, M세무법인 파트너들이 분리 독립해 설립한 세무법인 리원(LEONE)에서 회장 직함으로 후반전을 뛰기로 했다.

 

“한 사람이 성공하는 데는 태어난 국가가 50%, 부모님이 물려주신 게 30%, 개인 역량이 20% 기여한다고 합니다. 제 개인역량 20%도 허물은 덮어주고 잘 하는 것은 칭찬해주며 어려운 일을 같이 거들어 준 선・후배,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발휘할 수 없었죠.”

 

직장 동료들에게 밥값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박진하 서장의 인생 후반전에 그의 역량 20%를 올곧이 발휘하게 해줄 사람들은 납세자(고객)들이다.

 

투철한 공직관에 효심 깊고 아내와 자녀들에게 자상한 가장인 박진하 세무사. 인간미를 ‘진하’게 풍겨온 그가 ‘박진’감 넘치는 인생 후반전에 선발 출장한다. 응원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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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dipsey@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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