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0.72명.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다.
현재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출산율 감소는 산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인구가 감소하면 생산 가능 인구가 부족해지고 전체 소비자 수가 줄면서 내수 시장도 자연스럽게 축소되는 수순이다. 저출생 현상과 함께 고령화가 가속화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연금과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국가는 물론 기업에서도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결국 ‘저출생’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 동력 자체를 약화시킬 국가적 위기 과제다.
“애 낳으면 누가 보는데”
“아니, 그 전에 돈이 없는데 결혼은 어떻게 하라는 건데”
저출생의 현실은 암담한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결혼 적령기 청년층에게 감당하기 버거운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은 결혼과 임신‧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요인이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선 일과 가정의 양립이 보장돼야 한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아도 지금처럼 일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사내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육아 휴직이나 직장 내 어린이집 등 정부 정책은 물론 결혼 지원금 및 휴가 제공, 출산 지원금, 난임 시술비 지원, 근로 시간 단축 등 결혼‧출산‧육아를 독려하는 탄탄한 복지 정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조세금융신문은 오는 11월 7일 ‘아시아 저출생 원인과 극복방안 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황을 진단하고, 저출생 해결을 위한 국가 간 정책공조 등을 살펴본다.
세미나에 앞서 국내 금융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저출생 사내 복지 정책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봤다. 금융사들은 임직원 복지를 넘어 우리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결혼‧출산‧육아 관련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추진하고 있었다.
◇ KB금융‧국민은행‧KB증권, 일과 가정 양립 적극 지원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은 결혼‧출산‧육아 관련 사내 직원 대상 동일한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출생 장려금 상향과 난임 의료비 지원 강화, 배우자 출산 휴가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이용 활성화 등 혜택이 눈에 띄었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출생 장려금으로 자녀 1명당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한다. 기존 자녀별 첫째 8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300만원 지급에서 최근 각각 1000만원, 1500만원, 2000만원으로 금액이 대폭 상향됐다.
의료비 지원도 강화했다. 본인 또는 배우자 난임 치료 시 현행 최대 500만원에서 100% 늘린 1000만원을 지급한다.
배우자 출산 휴가 기간도 늘렸다. 출산일로부터 90일 이내에서 10일 동안 휴가 사용이 가능했으나, 20일로 확대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요건도 ‘9세 또는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자녀’를 둔 경우에서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로 완화해 이용 가능 대상 범위를 넓혔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부터 ‘재채용 조건부 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재채용 조건부 퇴직은 2년의 육아휴직 기간을 모두 사용한 직원 대상으로 퇴직 시 3년 후 재채용 기회를 제공해 총 5년의 육아기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재채용 시 별도 채용 과정 없이 퇴직 전 직급으로 회복돼 급여 감소 등 불이익 우려도 없다.
KB금융 계열사인 KB증권도 일과 가정 양립 지원을 통해 경력 단절 없이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임신근로자 대상 단축 근무 및 유연 근무를 실시하고, 연장 근로를 차단한다. 출산 전후 휴가를 일태아의 경우 120일, 다태아(쌍둥이)의 경우 150일로 제공해 법정 기준일인 일태아 90일, 다태아 120일보다 많이 제공하고 있다.
특히 산후에는 일태아의 경우 60일, 다태아의 경우 75일의 휴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출산을 한 직원 대상 출산 축하금을 지급한다.
이외에도 남자직원 대상 배우자 출산 시 10일의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출산 장려 제도를 운영 중이다.
난임을 겪고 있는 직원들을 위해선 6개월(연장 시 최대 1년)의 휴직 제도를 시행하고, 2024년부터 난임시술휴가를 기존의 연 3일에서 연 7일로 확대했다.
육아휴직은 출산휴가 120일 포함 자녀 1명당 2년으로 법정기한보다 길게 부여한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의 효과적인 육아를 위해 2회로 분할 사용도 가능하다.
또한 KB증권은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직장 어린이집도 운영하고 있다.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투자협회 푸르니어린이집을 공동 운영하고 있으며, KB금융그룹 내 계열사에서 운영 중인 어린이집 3개소(KB손해보험 합정, KB국민은행 구의, KB국민카드 아이누리(종로))와도 협약을 맺어 해당 어린이집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직원들이 자녀의 원활한 학교생활 적응을 도울 수 있도록, 희망하는 직원의 경우 3월 한 달간 단축 근로를 사용할 수 있다.
◇ 신한금융‧신한은행, 장애자녀 둔 임직원 복지 혜택 확대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직원들의 출산 장려 차원에서 임차주택 지원보조금 추가한도를 신설했다. 1자녀일 경우 3000만원, 2자녀일 경우 6000만원, 3자녀일 경우 1억원으로 임차한도를 늘렸다.
또한 자녀 출산 축하금도 대폭 인상했다. 기존 첫째 출산의 경우 100만원이었으나 120만원으로, 둘째 12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셋째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넷째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높였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임직원 대상 복지 혜택도 확대했다. 장애자녀 1~3급 직원대상 월 3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던 것을 40만원으로 인상했고, 장애자녀 4~6급 직원대상 월 20만원에서 월 30만원을 지급한다.
신한금융 주요 계열사인 신한은행에서도 결혼‧출산‧육아 관련 다양한 사내복지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임직원 대상 본인 결혼 축하금으로 100만원, 자녀 결혼 축하금으로 50만원을 지급한다. 본인 및 자녀 결혼시 은행장 명의의 화환을 전달하고, 본인 결혼시 5영업일 휴가가 제공된다.
자녀 출산시 축하금도 지급하는데 첫째 자녀 120만원, 둘째 자녀 200만원, 셋째 자녀 300만원, 넷째 자녀 500만원으로 신한금융과 혜택이 동일하다.
배우자 출산 휴가는 10영업일이며, 태아검진을 위한 휴가는 월 1~4일 사용 가능하다. 육아휴직은 일태아 출산 시 최대 2년이고 다태아 출산 시 최대 3년이다. 미숙아 또는 장애아 출산시 6개월 이내로 휴직 추가부여가 가능하다.
난임 휴직으로 1년 이내(육아휴직기간 미포함 운용) 사용 가능하며 난임 휴가 3일 이내 유급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난임치료비로 1000만원 이내 지급된다.
또한 신한은행은 서울과 경기권 대여주택 임차한도를 최대 4억원까지 높였다.
해당 제도는 은행이 전세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으로 무주택자 직원 대상 무료로 전셋집을 빌려주는 일종의 임차사택 제도다. 그런데 자녀가 있는 경우 지원 규모를 늘려준다는 것이다.
지원 확대에 따라 기존 3억원에 더해 1자녀일 경우 3000만원, 2자녀일 경우 6000만원, 3자녀일 경우 1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운영한다. 만 9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자녀(입양자 포함)에 대해 ‘맘 편한, 4Hours’ 적용이 가능하다.
일태아 출산은 육아휴직 2년에 맘편한 1년 이내로 사용 가능하고, 다태아 출산은 육아휴직 3년에 맘편한 120영업일 이내 사용 가능하다. ‘맘 편한, 4Hours’는 1일 4시간만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휴게시간 30분을 포함해 오후 12시부터 4시30분까지만 근무하면 된다. 이때 근무시간은 부서장과 상의해서 조율 가능하다. 남자 직원도 해당 제도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신한은행은 모성보호 차원에서 임신한 여성 근로자 1일 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한다. 초등학교 입학기 자녀를 둔 직원이라면 여자 직원, 남자 직원 모두 요청시 3~6월 중 특정 두 달을 선택해 10시 출근이 허용된다.
◇ 우리금융, 자녀 수 상관없이 출생축하금 500만원
우리금융그룹은 전 계열사에서 결혼‧출산‧육아 사내복지 정책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가족‧육아친화제도’ 시행을 통해 그룹사별로 그간 서로 다르게 운영하던 지원기준과 금액을 공동 기준으로 통일한 것이다.
우리금융 전계열사 임직원들은 자녀 한 명당 임신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 양육까지 최대 1900만원을 지원한다.
난임치료 중인 직원 대상 연간 500만원까지 치료비를 지원하고 특별휴가 6일을 보장하는 등 직원들이 더 편안하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출생축하금도 자녀당 500만원으로 대폭 상향한다. 자녀 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던 출생축하금을 자녀 수 상관 없이 동일한 금액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금융 전계열사는 월 25만원 ‘미취학 자녀 양육수당’을 신설해 초등학교 입학 전 자녀를 둔 가정에 자녀 한 명당 3년간 총 900만원을 지급한다.
이밖에도 우리금융은 돌봄이 집중되는 시기 직원들이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2년으로 연장한다. 또한 ‘그룹 공동어린이집’을 운영해 직원들이 어린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 환경도 조성한다. 우리금융은 향후 임직원 수요 등을 고려해 ‘그룹 공동어린이집’을 꾸준히 확대할 방침이다.
◇ 하나은행, 출산장려 태스크포스 운영
하나은행은 육아기 단축근로 제도인 ‘Mom-Together’라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만 9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직원들 중 희망하는 직원들에게는 1년간 오후에 4시간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급여는 50%를 지급한다.
출산에 대한 경조금은 아이의 숫자에 더해서 지원한다. 첫째일 경우 100만원을 지급하지만, 둘째일 때는 200만원, 셋째 300만원, 넷째 400만원 등 다둥이 가정에는 더 많은 혜택을 지원한다.
또한 하나은행은 저출산 문제 극복 및 출산장려를 위한 각종 제도 개선 논의를 위해 노사공동으로 ‘출산장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더해 난임 휴가와 휴직을 지원하고 임직원들의 가임력 보존을 위한 전문 검진 및 난임 치료를 지원한다.
최근 ‘결혼‧출산‧육아’ 복리후생이 확대된 것에 대한 각 금융사 임직원들의 반응도 뜨겁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일과 가정을 병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복지 혜택이 주어지고 있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이 예전보다 많이 경감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장 차원에서도 결혼‧출산‧육아 복지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 자체가 이전 보다 높아졌고 실제 복지에도 반영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최근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한‧중‧일‧북‧베‧러‧이 전문가 총집합…조세금융신문, ‘저출생 세미나’ 개최
조세금융신문은 국가적 과제로 급부상한 ‘저출생’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세미나를 개최한다.
오는 11월 7일 오후 2시부터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아시아 저출생 원인과 극복방안 모색’을 주제로 개최하는 이번 세미나는 조세금융신문이 주관하며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다.
세미나에는 한국, 중국, 일본, 북한, 베트남, 러시아, 이집트의 사회 문제 전문가들이 총충돌해 거시경제 측면에서 분석한 아시아 저출생 현황과 향후 전망 및 정책공조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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