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네이버가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무섭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쿠팡과 알리에 대응할 승부수를 띄웠다.
자사가 구축한 풀필먼트 연합인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 기존 ‘NFA’ 체제를 개선하고, 더 나아가 물류 계약 및 물류비 정산 과정에도 직접 개입하여 사실상 쿠팡의 ‘판매자 로켓’과 유사한 방식을 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풀필먼트 개편과 함께 2025년 시행을 목표로 물류 계약의 당사자로 참여하기 위한 비공개 베타테스트(CBT : Closed Beta Test)를 진행한다. 네이버는 지난달 초 NFA 소속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도 받았다. 네이버는 이미 관련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고, 구체적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풀필먼트란 물류 원스톱(One-Stop) 서비스다. 물류 전문기업이 상품을 판매하려는 업체들의 위탁을 받아 배송, 보관, 포장, 환불·교환 등 물류 전 과정을 담당한다. NFA는 네이버 물류 협력업체들로 풀필먼트가 필요한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위해 네이버가 7개 풀필먼트사(CJ대한통운, 아워박스, 위킵, 파스토, 품고, 아르고, 하우저)와 손잡고 제휴를 맺었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빠른 배송’이다. 당일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도착하는 ‘익일 배송’의 경우 쿠팡은 직접 투자로 독자적인 물류망을 구축한 반면 네이버는 제휴를 선택했다. 다만,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물류 기업들과 판매자간의 느슨한 연결만으로 쿠팡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 네이버 내부의 판단으로 전해졌다.
◆ 네이버, ‘물류 계약 당사자’ 참여 검토…쿠팡 ‘판매자 로켓’ 유사한 형태
업계는 네이버의 NFA 개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첫 번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도착보장’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다. 최근 쿠팡·알리익스프레스 등 유통 공룡들 사이에서 ‘네이버 도착보장’의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비효율을 최소화하고 업체 간 제 살 깎아먹기 구조에서 탈피하자는 취지다.
두 번째는 네이버의 역할 확대다.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는 그동안 스마트스토어 입점 기업을 상대로 풀필먼트사를 소개 시켜주는 단순한 역할에 그쳤다. 네이버를 둘러싼 외부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중개 역할에 머무른다면 지금의 위기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네이버는 기존 NFA 소속 업체들 가운데 일부를 선정하고 이들과 함께 ‘물류 중개인’이 아닌 ‘계약의 당사자’로 참여할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는 우선 네이버와 직접 물류 계약을 맺어 ‘익일 배송’을 보장받는다. 또한 물류비 정산, CS 등 물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과 절차를 네이버를 통해 해결한다. 네이버가 직접 풀필먼트사와 소통하고 협업하며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여 협력하는 구조다.
언뜻 보면 쿠팡의 ‘로켓배송’과 유사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물건을 직접 매입한다. 반면 네이버는 물건을 매입하지 않는다. 직매입 부분을 제외하고 네이버가 물류비 정산, CS, 환불·교환 등 모든 과정에 관여하고 보장한다는 점에서 쿠팡의 ‘판매자 로켓’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CJ대한통운 유력 후보 관측…택배 파업 리스크 부담
업계에선 네이버와 손을 잡을 유력한 후보로 CJ대한통운을 지목한다. 막대한 자본력을 투입해 풀필먼트 사업을 확장한 CJ대한통운은 현재 ‘네이버 도착보장’에서 가장 많은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가 14개의 허브터미널과 280여개 서브터미널을 운영 중인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으면 풀필먼트를 넘어 배송에 대한 관리 부담도 덜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반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의 파업에 대한 우려다. CJ대한통운의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배송 차질이 발생하면 ‘네이버 도착보장’ 신뢰도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사업부는 당연히 CJ대한통운 택배사를 이용한다”며 “다른 풀필먼트 업체들은 롯데택배, 한진택배, 우체국택배 등 복수의 택배업체와 별도의 계약을 맺어 혹시 모를 파업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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