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검토하면서 금융권의 경영 책임성과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반복되는 금융사고와 최고경영자(CEO) 권한 집중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지주 거버넌스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정책적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CEO 선임 및 연임 절차, 이사회 독립성, 성과보수 체계 등을 포함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금융권 파장을 고려해 발표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의는 최근 금융권에서 잇따른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배경으로 꼽힌다. 은행권에서는 직원 횡령 사건과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 논란도 이어지면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와 최고경영자 장기 연임 문제가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일부 금융지주에서는 회장이 이사회 구성에 영향을 미치면서 사실상 연임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개선안의 핵심은 경영진 권한 집중을 완화하고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데 있다. CEO 연임 시 의결 요건을 강화하거나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융사고 발생 시 임원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 도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는 단기 실적 중심의 경영 관행을 완화하고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 책임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 역시 금융권 지배구조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대통령은 금융지주 회장 장기 연임 관행을 언급하며 금융권 내부에 소수 인물 중심의 ‘이너서클’이 형성돼 권력이 유지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하고, 금융회사 경영진의 책임성과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규제 강화에 따른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지배구조 관련 제도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정관 변경이나 경영 체계 개편 등 추가 대응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제도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정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당국의 정책 방향을 지켜보며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국내 금융산업 거버넌스 개편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CEO 권한 견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 체계가 강화될 경우 금융지주 경영 구조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향후 어떤 수준의 제도 개편안을 내놓을지에 따라 금융권 지배구조 논의도 한층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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