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임대인이 파산 선고를 받거나 개인회생 절차 인가 결정이 내려지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엄정숙 변호사는 "임대인의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임차인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본인의 보증금채권이 어떤 지위를 갖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파산이나 개인회생 여부에 따라 보증금 회수 방식과 가능성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임대인이 파산 선고를 받으면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청구권은 파산채권으로 전환된다.
파산채권은 파산관재인이 채권 목록을 작성하고 배당 절차를 통해 변제가 이뤄지는데, 임차인은 배당 순위에 따라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에 해당하면 최우선변제권이 파산 절차에서도 인정돼 일정액을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변제받을 수 있다.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채무자회생법 해석 및 실무상 일반 무담보채권자보다 앞선 순위에서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는 파산 절차 내 배당에서 우선권을 갖는 구조이며, 임차인이 직접 담보권 실행 경매를 별도로 신청하는 것과는 다르다.
최근 대법원(2022다247378)은 우선변제권이 있는 부분을 포함한 임차보증금반환채권 전부가 면책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임대인이 파산 후 면책 결정을 받으면 임차인은 임대인 개인에 대한 추가 청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후에는 해당 주택이 경매 등으로 환가될 때 그 대금에서만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엄 변호사는 "파산 선고 전에 확정판결을 받아두더라도 파산 절차가 개시되면 개별적인 강제집행은 중단되고 임차인도 파산 절차에 편입돼 배당을 받아야 한다"며 "소송 제기가 언제나 첫 번째 수단인 것은 아니고, 임대차 종료 여부와 임대인의 재산 상황, 경매 진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소송·경매 신청·채권 신고 가운데 어떤 수단이 유리한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인회생은 파산과 달리 채무자가 일정 기간 변제 계획에 따라 분할 변제하고 나머지를 탕감받는 구조다.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은 원칙적으로 개인회생채권에 해당하나,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의 경우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는 개인회생절차의 구속을 받지 않고 면책결정의 효력도 미치지 않으므로, 우선변제권 범위 내에서는 개인회생절차와 무관하게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다.
다만,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는 나머지 부분은 다른 개인회생채권과 함께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대상이 된다. 변제 계획이 인가되면 보증금채권이 감액되거나 수년간 분할 변제 대상이 될 수 있고,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강제집행도 제한된다.
엄 변호사는 "개인회생 절차 공고가 나면 즉시 채권 신고를 해야 본인의 보증금채권이 변제 계획에 포함된다"며 "인가 전에 채권자 목록에서 누락되거나 변제율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는 경우도 있어 공고 단계부터 면밀히 살펴야 하고, 신고 기한을 놓치면 변제 계획에서 아예 제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입신고나 확정일자를 갖추지 못한 임차인은 일반 채권자와 동일한 순위에서 안분배당을 받게 돼 보증금 회수가 더욱 어려워진다.
엄 변호사는 "임대인의 재정 악화 징후가 보이는 즉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사안에 맞는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파산이나 개인회생 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단독으로 취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시점이 보증금 회수의 분기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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