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명도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는데도 정작 건물을 비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판결문에 적힌 피고와 실제로 그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
이른바 '점유자 상이' 문제로, 집행관이 현장에 나가더라도 판결의 상대방이 아닌 제3자가 점유하고 있으면 강제집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엄정숙 변호사는 "명도소송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실수가 바로 점유자 특정을 잘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가나 점포의 경우 임대차계약서에 이름을 올린 명의상 임차인과 실제로 그 공간에서 영업하거나 거주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가족이 대신 운영하거나, 임차권을 사실상 양도받은 제3자가 사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인이 명의상 임차인만을 피고로 지정해 소송을 진행하면, 설령 승소하더라도 실제 점유자에게는 그 판결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집행관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 "나는 판결문에 적힌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점유자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집행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수개월에 걸친 소송이 한순간에 무력해지는 것이다.
엄정숙 변호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실무 전략으로 소송 초기에 명의상 임차인과 실제 사용자 모두를 피고로 지정할 것을 권한다.
"누가 실질적 점유자인지 확신이 서지 않더라도 일단 관련된 사람을 모두 피고에 포함시키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피고를 넓게 잡아두면 이후 소송 과정에서 정리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빠뜨리면 새로운 소송을 다시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명의상 임차인이 "나는 이미 그곳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거나 "실제로 점유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엄정숙 변호사는 이때가 매우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강조한다.
상대방이 스스로 점유 사실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면, 그 내용을 반드시 변론조서에 기재되도록 해야 한다.
변론조서에 남긴 진술은 이후 그 사람이 다시 점유를 주장하거나 집행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차단하는 증거가 된다.
변론조서에 비점유 사실이 확인된 후에는 해당 피고에 대해서만 소를 취하하는 일부 소취하 절차를 진행한다.
이렇게 하면 실질적 점유자에 대해서만 판결을 받게 되므로, 집행 단계에서 점유자가 판결의 상대방과 다르다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처음부터 한 명만 피고로 지정했다가 그 사람이 점유를 부인하면, 소송 자체가 공전하거나 새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낭비가 생긴다.
엄정숙 변호사는 "명도소송은 판결을 받는 것이 끝이 아니라 실제로 건물을 비우게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아무리 깔끔하게 승소하더라도 집행 현장에서 점유자가 다르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소송 초기 단계에서 피고를 넓게 설정하고, 소송 과정에서 비점유자의 진술을 조서에 확보한 뒤 일부 소취하로 정리하는 것이 집행불능을 예방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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