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동기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매년 8월경 정부에서는 정기국회에 제출할 다음 해의 세제개 편안을 발표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2017년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의 모든 내용이 그대로 입법화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제개편안 대부분이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입법화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 발표하는 세제개편안이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지난 8월 초 정부가 발표한 2017 세제개편안의 기본방향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 세입기반 확충이다.
정부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재원을 안정지속적으로 조달하고 국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매년 세제를 효율적으로 개편하고자 하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국가대계를 위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세제개편은 소홀히 하면서 특정목적을 위한 임시방편적인 제도 개편이 이뤄진다면 조세원칙이 약화되고 예측 가능성과 법적안 정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 등의 정책목적 달성을 위한 조세제도 활용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가능하면 대다수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조세논리에 맞고 공평한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복잡다단한 경제 상황과 사회변화를 반영하기 위하여 매년 세법을 개정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사회적인 합의조차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조세지출 상당부분이 근본적인 개편 없이 땜질식으로 만들어지는 세법 개정은 일관성이 없고 복잡해진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조세전문가조차도 이해하기 어렵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한 현실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년 관성적으로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정기국회에서 급하게 처리해 다음 해부터 시행하려는 조급증도 문제다.
충분한 논의가 생략되고 실무상 발생할 수 있는 오류에 대해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세제개편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더라도 불요불급한 것이 아니면 시행시기를 최소한 1〜2년 후로 하여 최종 시행 전에 불합리한 점이나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것이다.
올해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와, 저소득자는 세 부담을 줄이고 지원을 받는 것이 핵심이다. 얼핏보면 조세 이론에 나오는 수직적 공평을 통해 소득재분배를 달성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개인소득자 중 절반에 가까운 46.8%의 납세자가 소득세를 전혀 부담하고 있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손쉽게 소수의 일부 초고소득자에게만 지나치게 큰 조세부담을 지우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한다.
일반적인 조세원칙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과 헌법상의 원칙인 ‘국민개납주의(國民皆納主義)’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지나치게 많은 면세점 이하 납세자 수를 줄이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대다수 납세자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소수의 기업이나 개인들이 대부분의 세금을 부담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계속해 방치해서는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7월 새 정부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간의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약 178조원의 추가재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올해 발표한 세제개편 안에 따르면 연간 약 5조 5000억원의 추가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정도의 금액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국정과제들을 원만하게 수행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재원조달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장기적으로 증세 등의 조치를 검토해 그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회도 정부가 제출한 세제개편안에 대해 정파적인 관점을 벗어나 심도 있는 검토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세제를 만드는데 제 역할이 필요하다.
마침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으니 최소한 한 정권에서라도 정부와 국회가 예측가능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종합적인 중장기 세제개편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프로필] 이 동 기
•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세무사/ 미국회계사
• 전)신안산대학교 세무회계과 겸임교수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