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75~2.00%로 0.2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이후 3개월만에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2%대로 진입한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10년만이다.
동시에 FOMC는 연내 추가적인 금리인상 움직임도 보였다. 통화정책회의 이후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15명 중 8명이 올해 총 4차례의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즉 연내 두 차례의 추가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지난 3월 7명보다 1명이 증가했으며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역시 2.13%에서 2.38%로 0.25%p 올랐다.
금리인상 신호는 물가상승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는 고무적이고 성장전망은 긍정적이다”고 밝혔다. FOMC성명서 역시 “경제활동이 탄탄한(solid)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처럼 미국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적극적인 신호를 보임에 따라 통화정책에 대한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기준금리가 두 차례 추가 인상될 동안 한국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국과의 기준금리차가 최대 0.1%p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과거사례를 분석해 발표한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현상이 1%p 이상 벌어질 경우 월 평균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하반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바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가상승률 등의 지표가 여전히 저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를 기록하며 8개월 연속 1%대에 머물렀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보다 낮은 1.3%로 나타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한국은행 창립 68주년 기념사’에서 “국내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회복세 역시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8 상반기 KDI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9%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도 성장률은 보다 하락한 2.7%로 예상했다.
KDI는 “최근의 경기회복세가 본격적인 고용개선이나 물가상승압력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완화적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한국국제경제학회 하계정책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나선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 역시 “성장 모멘텀이 꺾이고 있는 한국이 미국의 금리인상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 바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불안 역시 통화정책의 주요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이주열 총재는 “기준금리 한두 번 인상 자체가 곧바로 자본유출을 촉발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등 일부 취약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자본유출에 큰 변수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졌고 유럽중앙은행(ECB)도 통화 정책 완화 축소를 시사하고 있다”며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국제 자본 이동과 국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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