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판매채널 장악 및 인보험시장 공략으로 손해보험업계의 중심에 선 메리츠화재에 우려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공격적인 매출 확대 전략으로 손해보험업계에서 이목을 끌고 있는 메리츠화재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호실적의 원인이 저금리와 자본규제 등 악화된 시장 환경에 고전한 보험사와 달리 채권 등 자산 매각을 통해 거둬들인 것이란 해석이 나온 것.
현재의 호실적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이익을 보증하는 채권 매각이 이원차마진 악화를 유발, 성장을 갉아먹을 것이란 지적이다.
메리츠화재는 상반기 13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이며 손보업계에선 유일하게 전년 대비 순이익이 3.1% 증가했다.
손보업계 전체 당기순이익 규모가 평균 30% 가까이 주저앉은 상황에서 이를 극복한 메리츠화재는 손해보험사들의 주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메리츠화재의 경영전략은 표면적으로는 압도적인 GA매출과 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인보험상품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파격적인 보장범위와 조건의 상품을 한정판매, 매출량은 극대화하면서도 손해율이 악화될 시점을 정해 판매를 중단하는 ‘치고 빠지기’가 이 같은 호실적의 ‘마법’으로 분석되어 왔던 것.
삼성화재를 비롯한 대형사들까지 판매채널 공략 및 인보험시장 매출 경쟁에 뛰어들 정도로 메리츠화재가 시장에 미친 영향력은 컸다.
그러나 보험업계 일각에선 메리츠화재의 실적 호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목소리가 상반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보험영업이익에서 모든 보험사들이 당기순손실을 거두고 있으며 이를 투자영업이익으로 보전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땐 결국 ‘채권 매각’이 메리화재의 핵심 전략이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메리츠화재가 채권을 팔아 거둬들인 투자 영업 이익은 119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1% 급감했던 현대해상은 투자이익 3563억원 중 채권 처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23.6%(841억원)였다.
현대해상도 투자이익의 4분의 1을 채권을 팔아 충당한 셈이나, 손보업계5위사 규모의 손해보험사가 대형사인 현대해상 보다 채권을 1.4배 매각했다는 점에서 메리츠화재의 수익에서 채권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영업이익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이 결국 실적 급감이란 결과를 받아든 반면, 메리츠화재는 자사가 보유한 채권을 풀어 이익을 최대한 방어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
증권업계에서 메리츠화재의 우수한 상반기 성적표에도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 나온 원인이 바로 이 같은 대규모 채권매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채권은 보험사가 지니고 있는 ‘핵심자산’으로 손꼽힌다. 장기 국고채 등 채권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보험사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손보사 중 유일하게 당기순이익을 개선한 공시일에 증권업계에서 역설적으로 메리츠화재에 대한 평가가 낮아졌다”며 “매출 급증에 가려져 있던 채권매각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기순이익은 방어했지만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해석이 대두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채권은 보험사가 지닌 자산중 장기적으로 가장 큰 수익을 보장하는 안전자산이다”며 “타 보험사도 배당 등의 이유로 어쩔수 없이 채권을 매각했지만 매각차익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리스크 관리라는 보험사의 존재 의의가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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