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손해보험업계의 시장 경쟁을 주도했던 메리츠화재가 질병 보장에 나서면서 생명보험사와도 본격 경쟁에 나섰다.
그동안 손보사들은 손해율 악화를 우려해 건강보험 보통약관에서 임신출산과 치핵수술비 등을 면책 질병으로 분류해왔으나 메리츠화재가 최근 이 같은 관행을 깬 것.
메리츠화재가 생보사와 동일한 보장범위를 지닌 건강보험을 앞세움에 따라 보험업계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이란 전망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가 최근 탑재한 수술비(1~5종) 특별약관이 판매채널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손보사들의 일반약관 면책조항으로 설계사들이 건강보험 시장에서 생명보험사에 밀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손해율 악화 우려를 감수하고 특별약관을 통해 뒤집었기 때문이다.
설계사들이 메리츠화재의 특별약관이 손보사임에도 생보사 수준의 보장 범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 어필하며 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만큼, 메리츠화재는 올해 하반기 건강보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메리츠화재 설계사 입장에선 생보사의 5종수술비와 동일한 조건에서 상품의 장점을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게된 만큼 향후 영업활동 범주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메리츠화재는 손보업계가 면책하고 있는 제왕절개와 요실금, 치핵수술비 등의 질병을 수술로 인정, 최초 일회에 한해 보험 보장 범위를 업계 최초로 확대했다.
메리츠화재를 제외한 손보사들이 건강보험 보통약관에서 임신출산과 관련된 제왕절개를 비롯해 부인성 질환인 요실금 등의 항목을 면책조항으로 못 박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손보사들의 이같은 정책은 해당 질병들을 수술로 인정했던 생보사와 비교해 일장일단이 있다. 장기적 관점의 손해율 관리에는 도움이 됐지만 판매채널에서는 생보사와의 경쟁에서 열위에 설 수밖에 없었다.
메리츠화재가 이 같은 업계의 관행을 깨뜨리며 동일업계는 물론 생보사와의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건강보험 수술비 특약을 통해 타사들이 면책하고 있는 질병들을 보장범위에 포함시켰다”며 “판매채널에서의 강점을 강화하고 소비자 혜택을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손해율 관리에 실패할 경우 재무건전성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메리츠화재가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매출 확대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손보업계는 이 같은 특약이 삽입된 배경이 장기 수익률이 높은 보장성보험인 인보험 매출을 늘려 시장을 장악하고자 한 메리츠화재의 결단에 있다고 보고있다.
파격적인 설계사 수수료와 GA채널 장악력을 앞세워 손보업계 부동의 1위사인 삼성화재와 인보험 시장에서 격돌한 메리츠화재가, 보장범위 확대라는 강수를 통해 자사 판매채널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상반기 136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1320억 원)보다 3.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880억 원, 매출액은 3조8592억 원으로 각각 2.4%, 11.9% 늘었다.
손보사의 대표상품인 자동차보험의 영향력을 과감히 포기하고 장기인보험에 ‘올인’한 결과, 메리츠화재는 대형 손보사들도 피해가지 못한 실적 저하의 문제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태다.
보장범위를 파격적으로 확대하고 매출량을 끌어올린 이후 손해율 관리 시점을 판단, 판매와 중단을 반복했던 메리츠화재의 ‘줄타기 영업 전략’이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선 셈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장범위 확대와 판매중단을 반복했던 메리츠화재의 경영 전략이 다시 판매채널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며 "매출과 손해율 관리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메리츠화재의 장기 성장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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