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회장 선거]② 최중경 겨냥한 시민단체, ‘사외이사 겸직 논란’

2020.06.15 13:00:00

분식회계·탈세 사건 터진 기업에 사외이사 3연임
비상장사 감리위 구성 권한 가진 회계사회 회장 ‘부적절’
본연의 업무에 맞춰 넓은 회장인재풀 형성…원칙론 과도하면 안 돼

회계사회는 이권단체가 아니라 공익성을 인정받는 법정단체다. 회장선거를 포함, 운영 역시 공공성과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런데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선거규칙을 바꾸고, 피선거권 문턱을 높이는 등 차기 회장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17일 결정될 45대 회장 선거와 관련 회계사회의 운영 실태를 진단해봤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최중경 회계사회 회장은 시민단체와 사이가 좋지 않다.

 

최중경 회장은 2017년 1월 13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회계부정은 일종의 살인행위다. 징역 50년형에라도 처해야 한다”고 발언할 정도로 회계투명성, 공정성을 생명처럼 여기고 있다.

 

그런데 시민단체들은 최중경 회장의 회계투명성, 공정성을 집요하게 지적해왔다.

 


경제개혁연대는 2014년 3월 A대기업 사외이사로 첫 선임된 최중경 회장에 대해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최중경 회장이 2016년 사외이사에 재선임되고 2018년 재재선임됐을 때도 경제개혁연대는 사퇴를 요구했다.

 

공직자 출신이 형사 사건에 휘말린 A사 사외이사를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최중경 회장이 A사 사외이사가 된 2014년 A사 회장 B씨는 이미 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였다.

 

2017년 9월 증권선물위원회는 2013~2016년 회계장부 조작혐의로 A사에 과징금 50억원과 2년간의 감사인 지정조치를 내렸다.

 

A사의 C부회장의 경우 분식회계 혐의로 앞선 2014년 2000만원의 과징금과 해임권고를 받았는데 그는 2017년 4월에야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최중경 회장은 B부회장 재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최중경 회장과 B회장, C부회장은 경기고 동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018년 당시 그가 비상장회사인 D사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것도 지적했다.

 

공인회계사회는 비상장회사에 대한 감리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며 회장은 이에 대한 보고를 받고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감리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할 위원회 구성 권한은 회계사회 회장에게 있다.

 

지난 3월에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E사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최중경 회장을 비판했다.

 

연구소 측은 “회계사회 회장으로 비상장회사의 회계감리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사외이사·감사위원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이면에 채이배 전 의원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와 경제개혁연대 출신 인사이며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최중경 회장의 A사 사외이사직 수행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지난 2018년 채이배 전 의원은 “기업의 회계 투명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율규제기관인 공인회계사회의 장이 분식회계로 임원의 해임 권고를 받은 기업의 사외이사직을 재차 맡겠단 발상 자체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채이배 전 의원의 발언은 최중경 회장만이 아니라 차기 회장 후보군에도 강한 경고가 되고 있다. 설령 채이배 전 의원이 회계사회 회장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그와 시민단체들은 회계사회 회장의 사외이사 겸직을 계속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기준’ 불가피한 회계사회 회장

 

회계사회 회장의 사외이사 겸직이 도의적으로는 부적절할지 몰라도 회계사회 정관상 회장의 겸직을 금하는 조건은 없다.

 

회계사회 회장은 상근도 아니며, 몇몇 정부 위원회 위원 인사권 등등을 제외하면 회계사 회장의 구체적인 업무범위는 법이나 규칙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여기에는 다소 모호한 회계사회 회장의 위치가 반영돼 있다.

 

회계사 F씨는 “회계사회 회장직이 원로들을 대우해주는 명예직인 측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다”며 “다만 회장의 의지에 따라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최중경 회장은 명예직으로 회장직을 수행하지 않았다.

 

감사인지정제 도입은 회계업계의 숙원사업이었다. 전면 자율수임제에서는 온전히 회계사가 외부감사 업무를 할 수 없고, 이로 인해 부실회계와 회계조작 범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감사인지정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외부감사법 통과, 법안 통과 후 규칙개정과정에서도 최중경 회장은 손을 늦추지 않았다.

 

개정 외부감사법의 실무사항은 금융위 규칙 등으로 위임된 부분이 많다. 언제든지 변동이 가능한 재량사항이기에 꾸준히 개혁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가 회계투명성 확보를 목표로 일하는 회장을 추구한 만큼 해온 만큼 최중경 회장에게 높은 공정성 요구가 제기된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회계사회 관계자는 과거 본지와의 취재에서 “시민단체가 해야 하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했다고 본다”며 “회장을 포함한 회계사회 구성원은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상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계업계 관계자 G씨는 “회계개혁이 최중경 회장 때 첫 한 발을 뗀 수준이기에 앞으로 회계사회 회장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며 “사외이사 겸직이 공정성 부분에서 문제가 되긴 하지만, 그만큼 힘 있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이란 뜻도 되기에 과도한 원칙론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G씨는 “그런 만큼 내부출신이냐, 외부출신이냐를 따지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이며 전반적으로 공정성에 대한 강한 소신과 능력이 있는 인물이라면, 회계사회 본연의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부분은 현실적으로 용인해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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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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