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4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통상 세금 부담이 커지는 시점이 임박하면 매도 압박이 확대되며 거래가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왜 이렇게 조용하냐”는 반응과 함께 “이 정도면 움직일 때가 됐는데도 반응이 없다”는 당혹감이 감지된다.
오는 5월 9일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해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가 추가되는 구조가 복원된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최고 실효세율은 80%를 웃도는 수준까지 높아진다. 세금 변수만 놓고 보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지만, 그럼에도 시장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 거래 급감·가격 약세…시장 ‘정체 구간’ 진입
실제 시장 지표는 ‘움직이지 않는 시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올해 1월 1만2039건에서 2월 9207건, 3월 7112건으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신고 기준으로도 거래 위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흐름이다.
가격도 약세다.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14억 원대에서 9억 원대로 낮아졌다. 다만 이는 가격 하락이라기보다 고가 거래 비중이 줄고 중저가 거래 중심으로 재편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문제는 거래 감소와 가격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음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상 이 같은 흐름에서는 매물 출회가 확대되거나 추가 하락 압력이 커지지만, 현재는 이러한 반응이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이 하락 국면으로 진입했다기보다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움직이지 않는 ‘거래 실종형 정체 구간’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급매 이후 ‘버티기 시장’…거래 멈춘 구조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매도 압박’이 아니라 ‘버티기’다. 지난달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나온 급매 물량이 대부분 소진된 이후, 집주인들은 추가 가격 조정 없이 현 수준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반면 매수자들은 막판 가격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망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교착 상태는 구조적 요인이 겹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매도 측면에서는 중과 적용 시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구조로 인해 매도를 미루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매수 측면에서는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이 여전히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가격 기대 격차까지 좁혀지지 않으면서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매물로 출회되기보다 증여로 전환되는 수요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사례가 증가하며 거래 감소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무회계 해봄 김재경 대표세무사는 “양도세 중과가 복원되면 세금 부담이 양도 차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구조”라며 “이 경우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매도보다 증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거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초급매는 이미 대부분 소진된 상태”라며 “현재는 집주인과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거래가 멈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세금 나와도 안 움직인다…정책·시장 엇박자
더 주목할 부분은 시장 심리의 변화다. 과거에는 세금 강화가 매도 압박으로 직결됐지만, 최근에는 정책 변화에 대한 시장 반응이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금 정책이 반복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일정 수준의 ‘학습 효과’를 갖게 됐고, 정책 발표 자체가 충격으로 작용하지 않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시장 참여자들이 정책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이미 정리는 끝났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가로 보유세 강화를 시사하고 있는 점도 변수로 거론되지만, 정책 효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보유세 카드에 대해 “시장 기대치를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는 위험한 접근”이라며 “정책 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시장 신뢰도만 떨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는 정책이 강도를 높이는 동안 시장은 이미 움직임을 멈춘 ‘엇박자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양도세 중과라는 강한 정책 변수조차 시장을 흔들지 못하는 ‘무반응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 막판 변수 제한적…거래 절벽 장기화 가능성
향후 시장 흐름은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뉜다. 우선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일부 급매가 추가로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그 규모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매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물량은 상당 부분 소화됐고, 남은 매물은 가격을 낮추기보다 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거래 절벽이 장기화되는 것이다. 매도자는 가격을 유지하고 매수자는 관망을 이어가면서 거래 부진이 지속되는 ‘정체 구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매매 거래가 줄어든 영향으로 전세 수요가 일부 유입되면서 전세 시장 불안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김 소장은 “일부 급매가 나올 수는 있지만 시장을 뒤흔들 정도의 물량은 아닐 것”이라며 “이미 시장은 방향을 정리한 상태에 가깝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는 시장을 흔드는 ‘트리거’라기보다 이미 형성된 흐름을 확인하는 이벤트에 가까워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금이라는 강한 정책 변수조차 시장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거래 회복보다는 관망과 교착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책보다 시장이 먼저 움직임을 멈춘 상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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