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일반 담배에서 가열형 ‘전자담배 글로’로 흡연 습관을 완전히 바꾼 경우 독성물질 노출 및 흡연 관련 질환에 연관된 잠재적 위해성 지표가 현저히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해외 의학 학술지에 실렸다.
BAT의 주력 가열형 전자제품 ‘글로’의 유해성 물질에 대한 임상실험 연구 결과가 지난 1일 의학학술지 ‘응급의학과 내과’ 6월호에 실렸다.
해당 연구는 영국 회사이자 ‘전자담배 글로’의 제조사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이하 BAT)가 수행한 연구다. BAT가 연구비용 전액을 지원했으며, 연구인력은 BAT 소속 연구원, 실험 대상자들은 영국이다.
BAT는 영국 사우스햄프턴에 글로벌 연구개발 센터와 연구인력 1500명을 두고 있는 세계 1위의 글로벌 담배회사다.
BAT가 수행한 연구보고서 제목은 ‘6개월간 가열형 전자제품 사용 후 변화하는 생체지표 : 무작위 시행(Changes in biomarkers after 180 days of tobacco heating product use: a randomised trial)이다.
연구 주제는 일반 담배에서 BAT의 가열형 전자담배 ‘글로’로 전환시 6개월간 다양한 유해 노출 생체지표와 잠재적 위해 생체지표가 통계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하는 연구다.
실험집단은 일반담배 흡연자(일반담배군), 일반담배→글로 전환자(글로군), 금연자 등의 그룹으로 나뉘었으며, 연구 결과, 글로 전환자의 경우 ▲폐암 위험성 생체지표의 현격한 감소 ▲심혈관계 질환 위험성 등 흡연 관련 질병을 암시하는 염증성 표지인 백혈구 수치의 현저한 감소 ▲고밀도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성 저감 ▲폐 건강 관련 두 가지 핵심 지표의 개선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 등 다양한 흡연 관련 질병과 연관된 산화 스트레스 지표 개선 등 부문에서 통계적으로 현저한 변화가 관측됐다.
쉽게 말해 글로로 전환하면 흡연자보다 금연자에 유사한 수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통계의 오류를 의심해볼 만한 대목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연자보다 글로 전환자의 유해물질이 더 감소한 경우가 관측된 것이다.
통계는 기본적으로 합산치이기에 개인차가 심한 연구의 경우 개별 실험대상자에 대한 보정작업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 해당 연구도 이를 고려했다는 대목이 있지만, 다음의 요인에서 실험의 엄밀성을 충족했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의문 1. ‘흡연량 체크’ 엄밀했나
흡연량의 경우 실험 결과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핵심 요인이다. 하지만 연구 내용을 볼 때 이상한 점이 보인다.
비교 대상군인 일반담배 흡연자는 59명, 하루 평균 17.3개비에서 4~5개비 더 피거나 덜 피웠다. 최고로 많이 피우는 날은 30개비를 폈다.
글로 흡연자는 21.3스틱을 폈고, 하루 9~10스틱을 더 피거나 덜 폈다.
이상한 점은 최고 흡연일과 최저 흡연일의 편차다.
일반담배군은 아무리 적어도 하루 7~8개비는 꼭 피웠다. 연구를 시작한 첫 3개월은 최소 흡연량이 하루 7.4개비였는데, 그 다음 3개월 후에는 8.7개비로 약간 변동했다.
글로군은 최저 흡연일에는 하루 0.4~0.7 스틱을 피웠다. 실험 종료시점이 다가올수록 최저 흡연일의 흡연갯수도 0.3스틱 줄었다.
글로 최저 흡연량은 일반담배군에 비해 너무 낮다.
이상한 점은 보복 흡연일로 추정되는 흐름도 있다는 것이다.
일반담배군은 많이 피는 날이 27.8~30개비였는데 최저 흡연일보다 20개비 정도 차이난다. 글로 흡연군은 많이 피는 날의 경우 53.5~53.8스틱에 달했다. 게다가 일반담배군은 실험 종료일이 다가올수록 최대 흡연량을 줄였는데 글로군은 거의 줄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한다. 일반담배 흡연군은 대체로 피던 대로 폈는데, 글로 흡연군은 ‘특정한 날’에 따라 의도적으로 흡연량을 조절했다는 것이다.
이는 다음의 의문을 제기한다. 유해물질 점검하는 기간을 피해 흡연량을 대폭 줄였고, 그 다음에 몰아 피웠을 가능성 등이다.
BAT는 하루 최저 흡연량인 0.4~0.7스틱 흡연일이 언제 몰려 있는지에 대한 개별 실험대상자 자료와 이것이 전체 추세와 어느 정도 상관성이 있는지 등을 볼 필요가 있지만, 그러한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의문 2. 글로‘만’ 무료제공
연구를 보면 BAT는 글로흡연군에는 기기값, 담배스틱값을 전액 제공했다. 일반담배 흡연군에게 담배비용을 지원했다는 대목은 없다.
글로군에게 어떻게 보면 맘껏 피워라는 메시지를 줬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글로흡연군은 많은 날은 하루 53스틱씩 피웠다.
하지만 이러한 무료지원은 글로 실험군에게 BAT에 우호적인 인상을 주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행동의 적극성 측면에서 일반담배군보다 글로군이 훨씬 높다고 추론되는 대목이 있는데 일반담배 지원자는 59명, 글로 지원자는 두 배가 넘는 127명에 달한다. 이는 그것이 글로 무상제공이든 금연효과든 글로에 대한 관심이 지원자 수에 영향을 미쳤다는 방증이다.
또한, 무료제공은 글로이용자들이 회사에 우호적인 반응을 나타낼 강력한 동기를 제공한다. 사람은 외부의사가 개입됐더라도 선택은 자신이 했고, 그 선택을 유지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는데 무료제공이란 강력한 동인으로 한번 우호적인 심리상태를 구축하고, 무료제공이 계속되면 우호적인 감정은 실험 끝날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개도 밥 주는 손은 물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에서도 이를 우려한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맥상 연구진은 글로군 중 건강검사 일정에 따라 흡연량을 조절한 ‘극단적인 경우’을 배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군의 1스틱 이하의 최저흡연량은 120여명의 평균값이란 것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극단적인 경우가 배제됐어도 전체 추세는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의문 3. 글로 대상자, 건강해지려는 사람들
일반담배-글로 흡연군을 모집할 때 회사측은 최소 5년 이상 매일 10~30개비를 피는 인원을 모집했다. 표현상으로는 10~30개비지만, 담배는 필수록 더 필수 있는 중독성이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구의 초점은 글로 흡연군이다. 실험대상국인 영국은 주요국가 중 전자담배가 금연에 가까운 효과를 낸다고 국가적으로 인정한 나라다.
따라서 글로 이용자들은 상당한 흡연자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담배제품을 체험한다는 것 외에 건강에 관심이 많은 계층에도 응모됐을 가능성이 크다.
건강한 사람과 건강하지 않은 사람,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 남성과 여성, 사는 환경, 스트레스 정도 등 흡연이 미치는 영향에는 분명 개인차가 있다.
연구 내 통계에서만 유의미
이러한 연구를 하려면, 무엇보다도 글로든, 일반담배든 하루 흡연량을 완전히 통제해 자기보고 편향을 제거해야 한다. 최대한 실험대상자간 건강상 연령상 차이가 작아야 하며, 다양한 일반담배와 글로간 다양한 비교가 해야 한다.
연구자가 의도적으로 일반담배군의 유해물질 노출을 많아보이게 하고, 상대적으로 글로군을 작게 하기 위한 추가적인 통제장치도 필요하다.
BAT는 세계 1위의 강력한 다국적 회사이며, 2017년 이후 공식적으로 미국에 연간 200만 달러 안팎의 로비를 하는 회사다. 로비 법안은 대부분 전자담배 관련된 법안이다. 의회에 들어간 공식적인 돈만 집계된 것이며, 다른 방식으로 지원한 비공식적 자금은 얼마인지 모른다. 공식적 로비 내역은 미상원의원실에서 자료를 받아 공개하는 미국 비영리단체 ‘오픈 시크릿츠’(http://www.opensecrets.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이 실험결과가 완전한 ‘확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통계적 경향성에서 유의미한 수치가 나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보도자료에는 글로가 지닌 잠재적 위해저감 효과가 과학적으로 더욱 면밀히 ‘입증’되었다고 강조한 것과는 다소 누그러진 태도다.
해당 연구는 독일의 출판업체 스프링거(https://link.springer.com/) 사이트에서 ‘응급의학과 내과(The Journal of Internal and Emergency Medicine)’ 내지 연구주제명을 검색하면 누구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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