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서민들이 고물가로 고난의 시기를 겪는 가운데 불황 수혜 업종에 세금을 물려 어려운 계층을 돕는 데에만 써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발의된 곳은 의원 1석의 소수정당, 기본소득당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은 2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유 4사와 16개 은행에 대해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일명 한국판 횡재세 법안 발의를 추진한다고 발표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유사는 고유가 일수록 이익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매입단가가 높은 만큼 마진의 규모도 커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쟁시장에서는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경쟁사간 가격경쟁으로 적정선을 찾아가지만, 유류는 경기가 어렵다고 사용량을 줄이기 어려운 필수 원자재인데다 소수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라서 경쟁에 따른 가격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은행도 아무리 불황이라도 이자를 미루지는 않기에 불황에도 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났고, 이어서 금리상향이 이뤄졌기에 올해 은행 수익 전망은 장및빛이다.
몇몇 주요국들은 이러한 업종에 세금을 물려 불황에 대한 부담을 나누기 위한 작업을 시행 또는 시도 중이다.
미국 하원은 원유 사업자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급증한 수익분의 50% 세율로 셈을 물리고, 만일 사업자가 세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가격을 인상할 경우 최고 75%까지 세율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영국은 앞선 5월부터 석유·가스 회사들에 대해 기존 40%의 법인세율에 더해 25% 추가 횡재 이득 법인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불황 수혜 이득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담론이 전혀 없다.
거대 양당이 경쟁적으로 발의하는 세금 법안들의 경우 저소득자가 이득을 볼 여지는 극히 낮다. 양극화가 너무 벌어져 근로자 절반 가량은 깎을 래야 깎을 세금이 없기 때문이다. 저소득자 세금 만 원 깎아주자고 연봉 1억 근로자 세금 오십 만원을 깎아주자는 것이 정부의 소득세제 개편안의 본질이다.
용 의원은 상장법인 4개 정유사 및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을 제외한 16개 은행의 이익 중 불황에 따른 횡재 이득을 별도 계산해 단일 50% 세율과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경제 여파 있었던 2020, 2021년을 제외한 직전 5개 연도의 평균 영업 실적보다 10~20% 증가한 실적까지는 기업 노력에 따른 실적으로 보지만, 이를 초과하는 이득분만큼은 단순 경기변동에 따른 불로 소득, 횡재 이득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용 의원은 올해 바로 적용한다면 3~4조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다고 추정했다.
용 의원은 이렇게 거둔 세금을 정부가 멋대로 쓰지 못하게 하고, 별도 기금 계좌에 넣어 오로지 취약계층 지원에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불황에 따른 횡재 이득은 불황이 시작, 심화되는 시점에 정점에 달하기에 적용 시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시작하지 않으면 효과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용 의원은 “유류세 인하, 법인세 인하는 경제 약자들에게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며 “국회 민생특위에 횡재세 도입을 논의 안건으로 삼을 것을 계속 촉구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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