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지난 1990~2018년 간 한국을 포함한 22개 선진국과 신흥시장 국가의 정치사를 분석해보니 선거를 앞둔 해에는 세제개편 발표를 꺼렸는데, 신흥국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했고, 선진국일수록 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를 앞두고 세제개편을 발표하지 않다가 선거에서 승리해 집권한 세력도 집권 후 자신들의 정치적 자산이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할 때 수개월 내에 세제개편을 발표하고 세제개편을 하는 추세가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김도형 금융조세포럼 회장은 14일 법무법인 율촌 회의실에서 개최한 ‘정치와 세제 개편’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스리랑카는 역대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감세를 발표하고 실제 집권 후 감세를 감행하다가 재정 위기에 봉착, 최근 증세정책을 시행한 뒤 자본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 나라경제가 위기에 빠졌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김 회장에 따르면, 지난 1971~2012년 16개 선진국들의 정당 이념과 소득세제 개편 현황을 분석한 대부분의 연구 결과 선거 주기에 따라 소득세의 증세와 감세의 순환이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금 종류와 타당성에 관계없이 조세 부담이 대체로 현직 정치인들의 지지율을 하락시키고 궁극적으로 재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정치인들은 감세에 비교적 관대한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선거 직전 집권 여당은 국민에게 인기가 없고 정치적 부담을 져야하는 증세 보다는 국민에게 단기적 경제적 이득이 되는 감세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당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진보정당은 증세(누진적 조세 구조), 보수정당은 감세(세율인하)를 추진할 것이라는 통상적 기대와는 달리 선거경쟁이 얼마나 치열한 가에 따라 조세정책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좌파정당도 높은 지지로 선거에서 여유롭게 승리한 경우에만 소득세 증세의 동력을 가질 수 있고, 치열한 경쟁으로 간신히 승리한 경우는 소득세 인상할 유인이 적다”면서 “심지어 좌파정당도 선거 승리를 위해 누진적 소득세 정책을 버리고 감세 정책을 추진한 사례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좌파는 소비촉진적 경제정책을, 우파는 투자촉진적 경제전략을 각각 채택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좌파는 저소득층의 소득세를 감소하는 정책을 주로 사용하고, 우파는 고소득층의 세금과 기업들의 과세를 줄여주는 방향의 정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밖에 부패 수준이 높을수록 세제는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국제투명성기구(TI)가 2012년 154개 나라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정치인이나 관료가 부패가 심할수록 조세가 더 복잡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정치적 지지자나 후원자의 뜻을 받들어가지고 세제를 개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세제개편이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세제개편의 이원화와 새로운 재정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제를 제기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모아보려 한다”고 이날 토론회의 방향을 제시했다.
송쌍종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세법 개정은 정부 당국자가 캐스팅보트를 쥐어선 안되고, 일본처럼 민관학계의 세무 전문가들이 협력해서 만든 세법 개정안을 국가가 권위를 인정해 수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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