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8일 금융투자소득세 적용시 총자산 중간층의 가구 세부담보다 상‧하위층 세금부담이 높다는 제목의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출처는 국책기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지난해 12월 발간하고, 온라인 상으로는 7일 공개한 ‘투자 및 보유 행태를 고려한 자산 유형에 따른 세 부담 연구’다.
이 기사들 제목의 포인트는 하위 계층에 있다.
상위가 중위보다 세금부담이 높은 건 당연한 건데, 하위가 중위보다 높은 결과가 나오니 뭔가 잘못된 거 아니냐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연구보고서에서는 연구자들이 만든 가상 모형경제 내에서 관측을 해본 결과, 총자산이 가장 적은 1분위는 금투세 세율이 184%, 중간인 5분위는 21.7%, 가장 주식을 많이 가진 10분위는 43.4%로 관측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는 금투세 때문은 아니다.
보고서 89페이지에서 연구자들은 중위 대 상‧하위간 세 부담 역전이 발생하는 이유를 조그맣게 설명해놨다.
‘낮은 가구들은 금융투자로 인한 손실로 인하여 총소득은 높지 않은데 비하여 배당소득과 증권거래세 등은 여전히 부과되기 때문.’
한 마디로 개미들은 주식거래하고 배당받는 걸 고스란히 원천징수됐기에 세 부담이 큰 거지 금투세 때문에 이런 결과가 관측된다고 말하진 않은 것이다.
애초에 금융소득 4000원 벌어서 세금으로 7000원을 내는 사람들이 5000만원 공제 캡을 씌우는 금투세 때문에 184% 실효세율을 부과받는다는 건 상식영역에서는 이해갈 일이 아니다. 다만, 배당 원천징수, 거래세라면 이해는 아주 간단하다.
중위보다 상위의 세 부담이 더 높은 것도 지극히 당연하다.
중위는 주식으로 버는 돈이 많지 않아서 15.4%를 적용받는 금융소득 분리과세 구간(2000만원)에 들어가 있다. 상위는 2000만원 이상 돈을 벌기에 마땅히도 15.4%보다 세율이 갑절로 더 높은 종합소득과세율을 적용받는다.
기사들에서도 이러한 부연설명이 들어가 있지만, 제목의 선점효과는 강력하다. 한번 오염된 인식은 수 차례 고찰을 겪어야 오해가 해소될 여지가 생긴다.
◇ 1, 10분위의 괴짜 자산가들
이 연구는 비전공자들을 위해 해설을 꼼꼼하게 단 건 아니다.
그저 연구자들이 만든 개인투자자 생애 주식투자를 관측하는 현미경(모형경제)을 공개하고, 주식시세에 따른 자산 변동과 세금 부담 변동을 ‘관측’한 값을 공개했을 뿐이다.
관측값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현미경이 어떻게 설계됐고, 어떻게 이런 숫자가 나오는지 설명하는 게 더 중요하다.
하지만 보고서에서 나온 총자산 1~10분위 구성만 봐도 현실과 부합한다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28억을 버는 사람이 3000만원을 쓰는데, 1200만원 버는 사람은 5000만원을 쓴다. 이런 괴짜 자산가들, 당신은 이해되는 가.
보고서에서 제시한 금투세 적용시 연평균 소득, 자산, 세 부담 도표에서 총자산 1분위의 경우 연평균 근로소득이 1147만원인데 소비는 5044만원을 하고, 총자산은 –13억8419만원이다.
소득보다 소비가 많으니 50년 경제활동에서 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는 건 당연한데, 상식적으로 연 1100만원 버는 사람이 5000만원을 쓰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선 이게 ‘평균값’이다.
반대로 자산이 가장 많은 10분위 경우 연평균 근로소득이 27억8599만원인데, 소비는 고작 2754만원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소득에서도 역전이 발생하는데 8분위가 연 71.8만원을 버는데, 10분위는 20.8만원을 번다.
그나마 상식적으로 부자가 더 벌고, 가난한 자가 못 번다고 ‘관측’되는 영역은 배당소득 영역정도다.
기사들에서 주로 사용한 모형경제 내 영역에서 1분위는 금투세에서는 7000원을 세금으로 내는데 주식양도세에서는 1000원을 세금으로 낸다. 왜 그런지는 설명이 부족하다. 금투세에서의 7000원이 배당이나 거래세로 인한 부담이라면, 주식양도세로 가도 같은 금액을 배당이나 거래세로 물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한 가지 의문은 이 연구에서는 주식 양도세 대상을 총자산 20억 이상 가진 사람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페이지 81).
금투세에서 양도세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평균적’으로 총 자산이 –13억8419만원인 1분위에서 양도세를 낼 만한 총자산 20억원의 괴짜가 있는 것인지 보고서 내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저자들이 증권사 자료를 가져다 쓰면서 펀드 자료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긴 한데, 보고서에 명확하게 적시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의문들은 연구가 잘못됐다는 것을 결코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연구에서 관측된 값들은 그 자체로는 중립적인 것이며, 오로지 해설로만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해설이 맞는지는 후속 연구들로 보완된다.
<본지>는 정확한 해설을 위해 수 차례 조세재정연구원 측에 연락했으나, 해당 연구자는 해외출장 중으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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