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춘 _ 하영순
유리 벽을 월장한
햇살이 전해 주는 따뜻함을 받아
입춘대길이라 쓴다
개나리도 목련도 이 소식 전해 듣고
작은 입술
달석 달석 하겠지
미소 짓고 싶어
시베리아 말발굽 소리 천지를 진동할 때
길게 느껴지던 겨울이
어느새 꼬리 감추고
양지 바른 언덕배기
노란 아기 민들레
배시시 예쁜 눈으로 미소 지으니
대지는 벌써 가쁜 숨을 내쉰다
[詩 감상] 양현근 시인
입춘이라는 말이 이렇게 먼저 웃을 수 있다는 걸
이 시를 읽으면서 알게 된다
하영순 시인의 「입춘」은
계절을 말로 설명하지 않고, 몸으로 전해준다
유리 벽을 넘은 햇살 하나가
겨울의 경계를 가볍게 지우고,
‘입춘대길’이라는 말이
기도가 아니라 생활이 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시베리아의 말발굽 소리가 아직 귓가에 남아 있는데도
노란 민들레는 먼저 웃고 있다
봄은 이렇게 늘 성급하고, 그래서 믿음직하다
이 시의 입춘은 선언이 아니라
대지가 먼저 내쉬는, 조금 가쁜 안도의 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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