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근 시인의 詩 감상]채석강 _서정임

2018.08.05 11:21:04

 

채석강_서정임

 

그동안 틈만 나면 떡살을 얹어 온

대를 잇는 떡집이다

 

비 오는 날 거대한 떡이 익어가는 김이 오른다


먼 백악기부터 공룡들과 따개비와

고속도로를 달려와 거친 숨을 몰아쉬는

갯강구 같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시간을 사서 들고가는 저 오래된 떡집

 

떡이 익어가는 냄새를 맡는다

내 어머니의 어머니를 읽는다

차마 멀리 썰물에 쓸려 보내지 못한 채

한 알 한 알 알갱이로 가슴에 박힌 사연을

켜켜이 쌓아둔

그리하여 끝끝내 변산반도(邊山半島)에서

떡시루에 김 모락모락 피워 올리는

그 뼈아픈 회한을 읽는다

 

두 팔 걷어 올리고

오늘도 거대한 시루에 떡살을 안치는

누군가의 손길이 바쁘다

 

詩 감상 _양현근 시인

채석강에 가면 누천만년의 시간이 쌓아올린

떡시루 같은 거대한 바위의 결을 만난다.

바람과 파도와 시간의 합작품에

무수히 밟고 지나간 발자국의 사연까지 고명으로 얹힌

참 오래된 떡집을 만날 수 있다.

오늘도 변산반도 끝자락에서 떡살을 안치는

어머니의 시린 손길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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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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