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대복 한국 FTA연구회 이사장)
우리나라의 관세평가제도는 어떻게 발전되었을까?
1. 1949년 관세법 제정 전의 시기(- 1949년)
관세법이 제정된 1949년 이전까지는 역사적 자료, 기록이나 연구가 부재하고 미비하여 알 수가 없으나, 그 시대 상황에 따라 나름대로의 평가 방법이 있었으리라고 추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세계관세사에서 보는 대로, 근대 세관제도 도입 이전에는 국경·항구에서 통과물품에 세금을 부과하였을 것이고, 물품에 대한 과세가격 평가는 물품의 수량·중량 또는 임의가격으로 기준이 있었을 것이나 일반적이거나 통일된 기준은 거의 없었고, 시대별, 지역별로 제각각이었고 자의성이 컸으며 일부 국가 내에서도 일관성이 없었을 것이다.
19세기말 개항기에 일본·중국·미국 등과의 통상조약에 따라 관세부과를 시작하였으나, 관세평가 기준은 임의· 관행적이었을 거로 추정하며 일제강점기부터는 일본 관세(평가)제도를 적용하였을 것이고, 관세평가는 정부에서 내려 주는 과세가격 고시·기준가격 중심으로(*조선 시대에도 같은 방식이었음), 실질거래 가격 반영까지는 발전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본다.
2. 시가역산의 시기(1949-1964)
1948년 정부수립 이후 기초 법제가 정비되면서 1949년 관세법 제정으로 관세행정의 독자적 틀을 마련하였으나, 관세평가 기준은 여전히 기준가격·공시가격 성격이 강하였다.
1949년 제정된 법률 제67호 관세법의 제7조에서 종가세를 부과할 수입 외국물품은 수입할 때의 정상도착가격에 의하여 부과한다고 규정하여 놓고, 운영에 있어서는 수입물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물품의 국내도매가격에서 수입에 소요되는 정상비용과 이윤을 공제하는 방법으로 “수입할 때의 정상도착가격”을 의제하는 시가역산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하 김기인, 『관세평가정해』에서 주로 참조).
이 방법은 1961년까지 계속되었으나 관세법 개정에 따라 1962년부터는 수출국의 정상도매가격에 수출국에서의 선적까지에 요하는 정상비용 및 수입항에 도착할 때까지의 정상운임과 보험료를 가산한 가격을 과세가격으로 하도록 개정되었다.
이 방법은 과세가격 결정의 기초를 국내도매가격이 아닌 수입 외화가격을 기초로 하고 운임과 보험료를 가산하는 점에서 브뤼셀평가원칙에 개략적으로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3. 특관세 시기(1965-1973)
1964년 당시 외환 사정이 악화되어 수입물품의 국내가격이 폭등하고, 수입물품의 국내가격 폭등은 상품수입에 이윤이 증가되는 결과를 가져와 수입수요가 확대되고, 수입수요의 확대는 다시 외환 사정을 악화시키고 외환시세를 앙등시키는 악순환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러한 경제적 위기국면에서 수입수요를 억제하여 외환 사정의 악순환을 근절시키기 위하여 1964년 6. 12. 임시특별관세법을 제정하여 과당이윤을 보고 있는 특정한 수입 외국물품에 대하여는 관세 이외에 임시특별관세(특관세)를 부과하였다.
특관세제도는 과세대상을 과당이윤이 붙을 것으로 추정되는 특정 수입물품으로 하여 국내도매가격에서 수입 외화가격 및 정상비용·정상이윤을 공제하고 남는 이윤을 과당이윤으로 보며, 과당이윤이 일정비율 이상인 특정물품에 대하여 그 과당이윤의 90% 또는 70%를 특관세로 징수하도록 한다는 것이 그 골격이다.
특관세 제도 시행 이후 수입수요가 억제되고 이에 따라 외환수요가 감소되어 환율 상승 요인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특관세 제도와 병행하여 시행된 여러 경제 정책 모두의 효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관세는 재정수입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으나,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고, 또 환율 안정 등 경제사정이 변화되어 1973. 3. 3일 폐지하게 되었다.
4. 브뤼셀 평가협약 시기(1973-1983)
우리나라는 1961. 12. 30 일 제9차 관세법 개정 때 브뤼셀 평가 정의(BDV)와 비슷한 과세가격 개념을 도입하였으나 브뤼셀 평가 정의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이후 여러 차례 과세가격 개념의 개정작업이 있었으나 한 번도 브뤼셀 평가 정의와 정확히 일치된 적은 없었다. 반면에 1968. 10. 2일 브뤼셀 평가 협약에 가입하였으므로 법적으로는 브뤼셀 평가 정의를 국내법에 완전히 도입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하겠다( 한국은 BDV에서 1982.4.28. 탈퇴하였다).
브뤼셀 평가 정의가 우리 관세법에 정확히 수용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법체계상으로는 “정상도착가격”의 개념을 중심으로 상당 부분 수용되었다고 볼 수 있는 면도 없지 않지만, 그 당시 실무상 관세평가의 기본적인 평가방법은 “대비평가방법”이었다.
수입신고된 물품의 가격이 과세가격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 인지의 여부를 “가격자료”와 비교하여 그 차이가 일정한 범위 내의 것이면 신고가격을 인정하고 그 범위를 벗어난 것은 신고가격을 불인정하는 방법이었다.
“가격자료”는 관세청장이 전국세관에 수입신고된 물품의 송장과 오퍼가격, 물가에 관한 외국의 통신·신문·잡지 및 해외 공관장의 조사가격을 기초로 작성하여 시달한 “주요 수입물품 표준가격자료”가 주된 가격자료가 되었으며, 세관장이 해당세관에 수입 신고된 물품의 가격을 물품별로 카드화해 기록해 둔 “실적 가격”이 또한 가격자료로 활용되었다.
이것은 세관공무원에게는 편하고 권위(?)있는 방식이었으나, 납세의무자의 실거래 내용을 세부적으로 검토하여 가산요소, 공제요소를 가감하는 방식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브뤼셀 평가체제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었고, 세관 공무원들의 관세평가 기법 등 능력개발이 발전되지 못하게 하는 등 관세평가 업무 발전에는 커다란 저해 요인이 되었다.
5. GATT 평가협약의 시기(1984- )
한국은 1967년 4월 14일에 “GATT 1947”의 71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였고,
1979년 “GATT Valuation Code”가 채택되었다. 이 관세평가 협정은 동경라운드에서 체결된 9개 MTN 협정중 하나로서 1981.1.1. 발효하였고, 우리나라는 1981.1.6. 가입하였다.
그러나 많은 당사국들이 이 협정 채택에 신중했으며, 결과적으로 1981년도부터 일부 국가들(미국과 EU는 80년 8월)만이 적용을 시작했고 한국은 개도국으로 5년 유예를 받아서 1986년도부터 적용해도 되었으나 좀 당겨서 1984년 7월 1일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1995년 1월 1일 WTO 출범과 함께, WTO 관세평가협정은 상품무역에 관한 다자간 협정들중 하나로 포함되었고, WTO의 정식 회원국이 된 한국도 이 WTO 관세평가협정의 적용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부가적으로 밝혀 둔다.
현재 한국의 관세법은 WTO 관세평가협정의 원칙과 규정을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관세법 제30조(과세가격결정의 원칙)는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 거래가격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협정의 제1평가방법(principle of transaction value)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국의 관세평가제도는 기준가격 중심에서 거래가격 원칙으로 또 WTO 표준에 부합한 정밀 평가체계로 단계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관세평가 제도는 시대별 무역 환경 변화와 국제규범에 따라 점진적으로 발전해왔으며, 현재는 공정하고 투명한 과세를 위한 핵심 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2001년 도하 라운드에서 현재의 WTO 관세평가 협정에 대한 문제점 유무에 대하여 검토한 바 있으며, 그 당시 평가협정의 무결성이라고 까지 할 수는 없지만 협정의 핵심체계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 평가 협정의 이행에 도전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국가들에게 관세는 여전히 중요한 정부 수입원으로 남아 있다.
어떤 기업들은 높은 관세를 포함한 무역 정책 틀 하에서 운영되거나, 대규모 비공식 무역 부문의 현실에 직면해 있다. 경우에 따라 세관 행정당국의 제한된 자원으로 인해 협정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이행을 방해할 수도 있다.
우리는 오늘날 빠르고 변혁적인 변화가 특징인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디지털화, 인공지능, 전자 상거래, 다국적 기업 거래 그리고 변화하는 무역 역학은 우리에게 관세평가 규정을 새롭고 복잡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도록 도전할 것이다.
한국 세관 공무원들은 탄력성있고 효과적으로 도전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변동성이 큰 국제 거래 환경과 끊임없이 진화하는 비즈니스 모델 속에서 관세평가 협정의 해석과 적용의 통일성을 보장하고, 지속적인 참여를 통해, 투명성이 있고, 국경에서 효율성, 예측 가능성이 강화된 다자간 무역 시스템의 초석을 다질 것이다.

[프로필 ] 이대복 (사)한국 FTA 원산지연구회 이사장
• 경영학 박사
• 2022.10.28 ∼ 한국세관역사연구회 회장
• 2021.1. 15 ∼ 한국관세법판례연구회 고문
• 2010.06~2011.07 관세청 차장
• 2008.09~2010.05 인천공항 본부세관장
• 2006.~2007. 미국 관세청(CBP) 파견근무
• 2003.~2004. 서울본부세관 심사국장
• 2002.~2003. 미국 관세/무역전문 로펌(Sandler, Travis &Rosenberg, P.A.) 고문
• 2005년 홍조근정훈장 수상
• 1994년 WCO 사무총장상 수상
• 저서 : ‘한국세관의 역사(2009년,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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