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대기업 총수가 고작 지분 0.8%로 전체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을 공개했다.
이번 분석 대상은 올해 5월 1일 공정위가 지정한 자산 5조원 이상 60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공시집단) 소속회사 2083개의 주식소유 현황이다. 공정위는 매년 공시집단을 지정한 후 이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다.
올해 지정된 60개 공시집단 중 총수 있는 기업집단 52개의 내부지분율은 57.9%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내렸다.
내부지분율은 계열회사 전체 자본금 중 총수(동일인)와 총수 관련자(친족, 임원, 계열회사, 비영리법인) 등이 보유한 주식 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그룹 지배력의 원천이다.
그러나 정작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고작 4%에 불과했다. 총수는 2%, 2세 0.8%, 기타 친족 1.2%였다.
특히 상위 10대 그룹 내부지분율은 55.2%였지만, 총수의 지분율은 0.8%에 불과했다. 대림은 0.02%, SK는 0.03%, 태영은 0.05%에 그쳤다.
총수가 '솜털' 같은 지분을 통해 전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는 의미다.
10대 그룹의 내부지분율은 1999년 46.6%에서 올해 55.2%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총수의 지분율은 같은 기간 1.8%에서 0.8%로 줄어 이러한 현상이 더 강화되고 있다.
60개 공시집단 중 5월 1일 기준으로 순환출자를 보유한 집단은 삼성(4개), 현대자동차[(4개), 현대중공업(1개), 영풍(1개), SM(27개), 현대산업개발(4개) 등 6개 집단 41개였다.
순환출자 집단 수는 작년보다 4개 감소했고, 순환출자 고리 수도 241개 줄었다. 롯데·농협·현대백화점·대림이 완전히 없앴고, 삼성·현대중공업·영풍·SM이 일부 해소한 결과다.
52개 총수 있는 공시집단 중 31개 집단이 총 186개 금융보험사를 소유하고 있었다. 미래에셋(33개), 한국투자금융(23개), 삼성(17개), 유진(13개) 순으로 많았다.
이 가운데 12개 집단 소속 29개 금융보험사는 32개 비금융계열사(상장 10개, 비상장 22개)에 출자하고 있었다. 피출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은 9.0%다.
공정거래법상 의결권을 제한받는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는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출자가 작년보다 22.5% 증가했다.
반면 적용받지 않는 공시집단 소속 금융보험사 출자는 작년보다 144.6% 늘어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금융보험사 의결권 규제 실효성이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는 공정위의 판단 근거다.
해외계열사 출자 현황을 보면 16개 집단 소속 41개 해외계열사가 44개 국내계열회사에 출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출자회사 평균 지분율은 49.89%였다.
롯데(15개), LG(4개), 네이버(3개) 순으로 이러한 해외계열사가 많았다.
특히 롯데·네이버·넥슨은 해외계열사가 국내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하며 지배구조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해외계열사의 현황이 충분히 공시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정위는 이를 막고자 26일 발표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에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 출자한 해외계열사의 주식소유·순환출자 현황,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해외계열사 현황을 반드시 공시하는 의무를 총수에게 부여하는 조항을 넣었다.
공정위는 이 밖에 52개 총수 있는 집단의 자산총액이 1천743조6000억원으로 작년 국내총생산(GDP) 잠정치 대비 100.8%에 달해 경제력 집중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총수일가가 4%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에 힘입어 대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며 "소유와 집에 간 괴리가 과도해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소수 주주와의 이해 상충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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