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15% 최저한세 ‘냉큼’ 받은 미국, 과세권 나눠주는 필라1은 “밥 먹고 얘기하자”

2022.08.25 16:17:34

— 미 ‘인플레 저감법’에 글로벌 최저한세 담았지만, 일부 반대도…유럽도 헝가리, 폴란드도 폴라2에 저항
— 대다수국가들 다른나라 입법 추이 눈치보기 극심…국제조세 소송 급증 불가피 “로펌들만 신나는 게임”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다국적 플랫폼기업들이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 자회사를 두는 식으로 사실상 조세를 회피해온 문제를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도 2024년부터 15%의 ‘지구촌(global) 법인 최저한세’를 세법에 도입한다. 국회 예결위원회가 심의 중인 기획재정부 발표 2022년 세제개편안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재부는 다만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국조법)’에서 용어 정의와 적용 대상, 계산 방식 등 핵심 사항을 반영하는 내용만 포함시켰다. 내년에 국조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해 모델 규정·주석서의 기술적 내용·이행 체계 논의 결과 등을 반영할 예정이다. 이는 국제사회 합의로 이뤄진 법인 최저한세를 한국 정부만 도입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가 저마다의 세법에 국제사회의 다자간 합의사항을 제대로 반영할 지를 지켜보면서 제도를 완성해 나가야할 필요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저한세가 도입되면 다국적기업 자회사가 최저한세율(15%)보다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나라(가령 9%의 헝가리)에서 법인세를 납부하더라도 15%에 미달된 세율(6%)로 최종 모법인 소재 국가 국세청이 추가로 법인세 과세권을 갖게 된다. 본점 등 최종모기업이 저세율국에 소재할 때 역시 해당 소재지국에서 15%에 못미치는 법인세율로 과세 됐다면 해외 자회사들이 소재한 나라 국세청에 15% 미달 세율을 계산한 추가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적용 대상은 직전 4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 이상 매출액(연결기준) 7억 5000만 유로(약 1조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 그룹이다. 세계적으로는 7000~8000개 기업이, 한국 기업 중에서는 최종 모기업 기준 245개 기업이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5%의 법인 최저한세가 도입되면 다국적기업이 세금을 적게 낼 목적으로 최종 모회사 또는 판매・제조・마케팅 등의 목적의 자회사를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나 헝가리, 아일랜드 등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 세워도 실익이 없어질 전망이다.


소비지국에 과세권 나눠주는 디지털세(필라1)은 아직 합의도 못봐…헝가리 “퉁쳐서 합의할 땐 언제고?”
 

지구촌 법인 최저한세는 141개국이 참여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선진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에서 결정한 내용이다. IF는 디지털세(稅)를 한 기둥(Pillar 1)으로, 지구촌 법인 최저한세를 두번째 기둥(Pillar 2)으로 설정했다.

 

필라1(디지털세)은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과 최근 넷플릭스를 앞지른 디즈니 등 지구촌 플랫폼 기업들의 지구촌 이용자들이 창출한 플랫폼 가치를 고려, 각국 이용자 규모를 현지 법인들의 과세 이익에 반영하는 개념이다. 그런 과세권을 해당 과세당국에 배분하는 소비지국 과세 개념으로, 국제사회는 아직 필라1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미국에서는 미합의 상태인 필라1은 물론이고 필라2도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OECD 합의를 이끌어온 미국이 국제사회가 이미 합의한 필라2을 자국 세법에 반영하는 것이 불확실해 보인다는 전망이다.

 

이런 전망은 우선 유럽연합(EU)이 필라2의 법인 최저한세 시행지침 초안에 대해 완벽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점 때문에 나왔다. 폴란드와 헝가리가 주로 합의에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지난 2021년 10월 IF 차원의 합의가 필라1, 필라2 모두를 아우르는 것인데, 주로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들의 과세권을 소비지국에 나눠주는 필라1 이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국 국세청에만 유리한 필라2만 먼저 합의할 수 없다는 논리다.

 

미국 의회는 다른 이유로 필라2에 대한 자국 세법 반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공화당 세금통 하원의원들은 최근 OECD 다자간 조세조약에 대해 점점 더 회의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세율이 평균 9%인 헝가리가 필라2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자 헝가리 정부에 감사 편지를 보낸 하원의원도 있다고 한다.

 

민주당에서도 “OECD 다자간 조세조약 대신 기존의 자국 최저한세 제도인 ‘해외자회사 무형자산 저율과세소득(Global Intangible Low-Taxed Income , GILTI)’ 제도를 보완, 다국적기업 세금 인상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며 법안에 반대하는 상원의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한국을 막론한 대다수 국가들은 다른 나라들 눈치를 보고 있다. 한국에서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에 법인 최저한세율을 담는 이번 다자간 조세조약은 말 그대로 ‘다자’라는 상대가 있는 게임규칙이다. 다른 나라가 같은 설계도에 입각해 세법을 고치지 않으면 국제조세 소송만 뒤따르고, 국제사회 합의의 정신은 온데간데 없어질 것이다. 실제 조세재단(Tax Foundation) 등 자유주의 싱크탱크들은 새로운 다자간 조세조약이 각국 변호사들의 배만 불리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무튼 EU와 미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은 절차와 관련된 자국의 노력이 타당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EU와 미국이 앞장서기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플랫폼 대기업인 FAANG+D는 대부분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페이스북(F)이나 구글(G)을 현지에서 이용하는 한국인들이 많다면, 지금껏 미국 국세청(IRS)이 대부분 걷거나 일부 과세권을 포기해야만 했던 법인세를 앞으로 한국 국세청이 필라1에 따라 일부 나눠 걷을 수 있게 된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당연히 반대여론이 형성될 수 밖에 없다.

 

미국 입장에서는 사실 15%의 지구촌 법인 최저한세율은 해외로 나간 자국의 플랫폼 대기업들이 다른 나라 국세청에 내는 세금을 IRS가 걷게 해주는 장치다. 게다가 삼성이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한국 기업들도 한국 국세청에 납부하는 실효 법인세율이 자국 실효세율보다 낮으면 차이만큼 IRS가 걷을 수 있는 부대이익도 있다.

 

그러니 증세에 반발하는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입을 안 할 이유가 없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재가한 ‘인플레 저감법(inflation reduction act)’에 15% 최저한세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상하원이 모두 가결한 것을 미국의 국익을 알 수 있다.

반면 미국의 초국적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그동안 아끼거나 저세율국가에 나눠냈던 법인세를 지구촌 전체 나라에 이용자 수만큼 헤아려 나눠 내라고 하는 디지털세(필라1)는 미국 정부(정확히는 IRS)에게 달가운 세제가 아니다. OECD가 회의 일정을 빡빡하게 잡지 않은 이유일 수도 있다.

 

달러기축 위기에 빠진 미국…바이든 민주당 정부의 11월 중간선거용 인위적 인플레 조장 음모론도 솔솔

 

물론 지구촌 전역에서 지정학적 이유로 발생한 인플레이션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한 이후 지구촌은 이를 전쟁이라고 부르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부는 유럽의 패션잡지 <보그>의 화보 모델로 출연하는 것을 보면 계속 ‘전쟁’이라고 불러야 할 지 의문이다.

 

“정치적 인플레 아닌가요?”라고 묻는 <폭스뉴스> 기자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마이크가 꺼진 줄도 모르고 “개새끼!”라고 한 장면도 떠오른다. 음모의 재구성을 해보자면, 미국은 그동안 달러 기축을 믿고 엄청난 달러를 찍어냈다.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의 몰락을 막고자 헬리콥터로 현금을 살포(airdrop) 했다. 화폐량 증가는 인플레를 낳는다.

 

하지만 미국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잘못으로 물가가 폭등했다고 할 정도로 어리숙하지 않다. 마침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켜줘 국제에너지가격과 식량가격이 급등한 ‘공급측면 인플레’가 미국의 국내적 수요견인 인플레를 살짝 가려줬다. 지구인들은 미국 정부 발표대로 러시아 욕만 했다.

 

그런데 모두가 ‘전쟁’이라고 부르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 국제에너지가격과 식량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으니 어쩌나. 바이든 대통령이 건 의 마법이 11월 중간선거에서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려면 100여일 남았는데 말이다.

 

미국 야당인 공화당과 자유주의 싱크탱크들은 때를 놓치지 않았다.

“납부한 법인세에 근로소득세 같은 원천징수분을 포함시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게다가 최근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원가가 급등, 과세이익이 급감했다. 세금 낼 게 없다.”

 

미국은 겉으로는 대립을 해도 궁극적으로는 여야가 합심해 국익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지구촌이 100년만에 합의한 다자간 조세협약이 자리를 잡기까지 지난한 시간과 노력이 불가피한 방증이다.

 

한국의 기재부가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필라2에 대한 원칙적인 조항만 법률에 마련해 놓고 시행령, 시행규칙에 미루는 한편 시행시기도 2024년으로 일단 미뤄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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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dipsey@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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