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영하의 추위에도 온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불태웠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열정 넘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 무승부를 시작으로, 아프리카의 다크호스 가나에 아쉬운 패배, 그리고 영원한 2인자 ‘날강두’가 이끄는 포르투갈에 짜릿한 역전승까지, 우리 대표팀이 약 2주간 보여준 투혼과 국가를 위한 헌신은 지치고 힘들었던 국민들의 마음에 큰 위안과 자랑이 되었다.
이번 월드컵은 여러 가지로 이슈가 많은 대회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중동지역에서 열린 대회이기에 무더운 카타르의 6월 날씨를 피해 겨울에 개최되었고, 유럽 국가들의 리그 시즌이 한창 진행중이었기에 많은 슈퍼스타들이 부상으로 참가를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우리 역시 대표팀의 캡틴 손흥민 선수가 안면 부상으로 인해 대회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축구 변방이라고 여겨졌던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호주 등 아시아 축구 연맹 소속 국가들의 선전 및 16강 진출은 아시아 축구의 발전과 세계 축구와의 격차를 조금 더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 역시 대회 기간 내내 새벽잠을 설쳐가며 가족들과 경기를 지켜 보았다. 우리 대표팀의 가슴 설레는 여정은 아쉽게도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만나며 16강에서 멈췄지만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만에 원정 16강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과연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쾌거 뒤에는 어떠한 비결이 있었을까?
필자는 벤투호(號)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보고 싶다.
4년 4개월이라는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장기간 집권하였던 파울루 벤투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 출전했던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출신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벤투 감독의 현역 시절 마지막 국가대표팀 경기가 바로 대한민국의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포르투갈전이고 이 경기 패배 후 벤투 감독은 국가대표 생활을 마무리하게 된다. 벤투 감독 역시 인터뷰에서 20년 전 본인의 국가대표 커리어를 끝내게 한 국가의 대표팀을 이끌고 조국 포르투갈과 맞서는 월드컵을 치루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2018년 8월 많은 이들의 기대와 우려 속에 축구 국가대표팀의 신임 감독으로 파울로 벤투 감독이 선임되었다. 포르투갈인 4명으로 구성된 코치진을 동반하여 입국한 벤투 감독은 패스를 통한 후방에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 축구를 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사실 이러한 벤투 감독의 전략은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끊임없이 의심과 비판을 받아 왔었다.
우리보다 전력이 낮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대결에서는 통하지만 월드컵에서 만날 수도 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독일 등 우리보다 몇 단계 위에 있는 국가들과의 대결에서는 절대 통할 수 없다는 여론이 대다수였던 것도 사실이다. 보통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 받은 팀들은 강호와의 대결에서 선수비 후역습으로 이변을 만들었었고 우리 역시 과거 강호들과의 대결에서 이러한 전략으로 승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본인의 뚝심과 믿음을 꺾지 않았고 이번 월드컵을 통해 본인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벤투 감독의 이러한 꺾이지 않는 마음과 믿음에는 벤투라는 선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벤투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벤투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탑승해 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자 대표팀 캡틴 손흥민, 세리에A 나폴리의 괴물 수비수 김민재, 한국축구의 차세대 기둥으로 불리는 이강인을 비롯해 자랑스러운 26명의 선수들과 함께 많은 이들이 벤투호를 함께 움직였다.
벤투 감독과 함께 오랜기간 여러 국가에서 동고동락하며 보좌하는 4명의 포르투갈 코치들, 선수와 외국인 감독 및 코치 간의 중요한 연결고리를 하는 2명의 한국인 코치들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건강과 부상을 책임지는 의료진, 의무 트레이너, 물리 치료사, 선수들의 든든한 식단을 책임지는 조리담당자들, 그리고 외국인 감독과 코치들을 위한 통역, 선수들의 훈련과 경기를 위한 물품 등을 담당하는 지원 스태프들까지….
이 많은 인원이 벤투라는 훌륭한 선장의 지휘 아래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벤투 감독과 벤투호의 선수 선발과 부진한 경기력 등의 논란은 언론뿐만 아니라 국민들과 축구팬들 조차 비판과 비난의 눈길을 보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보다 욕 많이 먹는 직업이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때마다 선수들은 “감독님을 믿고 감독님의 축구를 믿는다”며 감독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주었고 결국 월드컵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스승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보여주었다.
16강전이 끝난 후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주신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리면서 인터뷰하던 선수들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응원하고 지켜보는 국민의 입장으로도 이렇게 아쉽고 안타까운데 하물며 운동선수로서 평생의 꿈인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에 뛴 선수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이제는 아쉬움은 묻어두고 2026년 월드컵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숙명의 라이벌 일본은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오랜기간 시스템과 행정을 빌드업하며 일본대표팀과 일본 축구 시스템을 나날이 발전 시키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일본은 무적함대 스페인과 전차군단 독일을 격파하며 죽음의 조에서 1위로 당당히 16강에 진출하였다. 16강에서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국인 크로아티아를 맞아 연장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패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본 대표팀의 선전에 일본축구협회는 세계적인 외국 명장을 선임하거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에게 계약 연장을 고려하며 좋은 경기력과 결과에 대한 연속성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외국 감독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히딩크 감독 이후 제일 큰 성공을 거둔 벤투 감독과의 재계약 불발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은 우리도 현대 축구의 흐름과 트렌드를 충분히 접목하여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의 계획을 가지고 준비한다면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자랑스러운 우리 대표팀의 도전은 마무리되었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20주년이 되는 해에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모든 이들에게 아쉬움보다는 행복감이 더 많았던 대회로 기억 되기를 소망해본다.
마지막으로 꿈은 다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해준 우리 선수들, 대표팀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모든 스태프들, 그리고 머나먼 유럽 땅에서 건너온 5명의 포르투갈인들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덕분에 행복했고 정말 수고했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프로필] 김우일 대우김우일경영연구원 대표/대우 M&A 대표
•(전)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전)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이사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서울고등학교, 연세대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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