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상 2번째 큰 뱅크런…연쇄 도산 이어지면 제2의 리먼 사태

2023.03.13 08:33:50

지난해 기준금리 급등 여파…이미 캘주내 중소형 은행들, 일요일 뉴욕 은행 속속 폐쇄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를 결정한다"고 전격 결정한 것은 SVB은행이 손실 사실을 발표한지 꼭 이틀만.

 

이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센타클라라 예금보호국립은행(DINB) 법인을 설립해 SVB자산을 이전받았다.

 

SVB 은행은 8일(현지시간) “만기전 매도할 수 있는 채권과 주식(매도가능증권, AFS)을 매각해 18억 달러(한화 약 2조4000억원)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SVB 고객들은 발표 바로 다음날인 9일 은행으로 몰려가(뱅크런, Bank Run) 420억 달러(달러당 원화 1333원 기준 한화 56조원)를 인출했다. 자산의 약 2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로써 SVB 금융그룹인 SVB 파이낸셜 그룹 주가는 60% 폭락했다.

 


SVB의 폐쇄는 단일 은행으로서는 2008년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 이후 미국 역사상 2번째로 큰 규모다.

 

40년 역사의 투자은행이 단 이틀만에 무너진 것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지난해 기준금리를 0.75% 올리는 거인걸음(giant step)을 4개월 연속 단행한 여파로 이 은행의 채권투자 수익이 급감한 영향이 직접적이었다.

 

SVB는 초저금리 시대의 대표적인 수혜자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실리콘밸리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은 '비접촉' 사업 수혜주로 호황을 누렸고 유동성이 넘쳐났다. 2020년말 1160억 달러(한화 약 154.6조원) 수준이던 SVB 모회사인 SVB금융그룹의 총자산은 2021년 2110억 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말 2090억 달러 자산을 갖춘 미국 16위 은행으로 성장했다.

 

이 은행은 자산의 많은 부분을 장기채권과 연방 국채에 투자했었다. 따라서 미 중앙은행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자 재무 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보유하고 있던 장기채권과 국채의 가치가 급락, 큰 손실로 이어진 것.

 

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곧바로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가격이 하락하고,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이 상승한다. 가령 표면금리가 5%인 10년 만기 액면가 1000달러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채권 투자자를 가정해 보자. 어느날 시장금리가 갑자기 4%로 하락한다면, 이 채권의 표면금리 5%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액면가보다 더 높은 가격인 1081.04달러에 이 채권을 살 것이다. 이 가격에 채권을 팔면 자본이득 81.04달러를 얻게 된다. 액면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채권을 할증채권(premium bond)이라고 한다.

 

반면 시장금리가 6%로 상승하면 표면금리 5%가 매력을 잃게 되므로, 채권가격이 926.39달러로 하락하고, 자본손실 73.61달러가 발생한다.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채권을 할인채권(discount bond)이라고 한다.

 

신용평가기관 S&P는 11일(현지시간) 즉각 SVB를 S&P 500지수에서 퇴출시킨 뒤 “중소은행은 이번 사태로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조달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돼 예금자 이탈 확산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일부 해외 은행들도 SVB처럼 그동안 채권금리 급등(채권가격 하락)으로 보유 채권자산에서 대규모 평가 손실을 내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가 채권 손실 우려를 더 증폭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의 금융・외환당국이 SVB 사태 이후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메시지를 일단 발표했지만, ‘희망적 사고’로 해석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SVB에 투자해 약 한화 약 300억원의 투자 손실을 본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미 샌디에고에서도 소형 은행 하나가 폐쇄됐다. SVB 사태의 영향으로 은행주들이 급락, 팩웨스트(PacWest)와 웨스턴 얼라이언스(Western Alliance), 퍼스트 리퍼브릭(First Republic) 같은 몇몇 은행들은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들 은행의 고객들이 자금난으로 연쇄부도가 예상된다. 한국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처럼 이들 은행과 직간접 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이나 기관이 있다면, 사태는 미국 국경을 벗어나 지구촌 전체를 에워쌀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개정하는 이스라엘 증시가 폭락했다. 뉴욕주가 인가한 뉴욕 소재 시그니처 은행이 일요일에 추가로 폐쇄됐다.

 

실제 SVB 폐쇄 직후 정부의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일요일인 12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마틴 그루엔버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 등과 만나 부랴부랴 공동성명을 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 은행들에게 “구제 자금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최초 발언을 전격 취소한 것이다.

 

미 금융당국은 이번 성명에서 “예금자는 3월13일 월요일부터 모든 돈에 접근할 수 있다. SVB 결의와 관련된 손실은 납세자가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예금자보호법’에서는 연방예보(FDIC)가 계좌당 25만 달러까지 예금을 보호해주고 있다. 다만 예외조항으로 ‘시스템적 위험’이 예고될 경우 이 한도 이상 보호할 수 있다.

 

미국 역사상 2번째로 큰 은행 파산으로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금융시스템 전반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이 위기로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우려가 조기에 불식되자 못하면, 투자자들은 은행 돈을 빼 채권이나 금, 엔화나 유로화 같은 안전자산으로 대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사태가 장기화 되면 그동안 달러 단일 기축통화에 불만을 표명하며 에너지와 곡물 거래 대금을 달러 이외의 통화로 결제하는 비중을 늘려온 ‘불만자그룹’들의 입지가 커진다. 중국과 러시아는 앞서 금을 꾸준히 모아왔다. 달러는 결국 이들의 도전을 심각하게 대응해야 할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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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dipsey@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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