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야당을 중심으로 예금 보호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올리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2년간 5000만원으로 묶여있던 예금자보호 한도 인상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직후 나오면서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다만 금융권에선 보증 확대로 인해 금융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 증가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 보호 한도를 높임으로써 이자를 더 많이 주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예금이 쏠리며 또 다른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 등을 감안한 ‘신중론’도 적지 않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부보 예금(예금보험제도 적용을 받는 예금) 중 5000만원 이하 예금자 수 비율이 전체의 98.1%였다. 금융회사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예치금 등을 모두 합한 수치다.
이는 국내 금융회사에 자금을 예치한 대부분의 일반 고객이 현행 예금보호 한도 내에 있다는 의미다. 급격한 자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해당 금액 안에서 대부분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예금자보호 보험금의 한도를 1인당 국내총생산과 보호되는 예금 등의 규모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재 대통령령은 예금자 보호금 지급 한도를 500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SVB에서 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도 22년째 제자리인 예금 보호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현행법에 따라 한화 기준 예금보호 상한이 약 3억3000만원임에도 더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유럽의 경우 평균 1억3000만원~1억4000만원 정도며 일본도 1억원에 달한다. 경제 수준을 고려한다고 해도 국내 보호 한도는 낮은 편에 속한다.
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예금 보호액을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예금자보호법을 추진키로 한 상황이다. SVB파산에 따라 촉발된 뱅크런 등 예금자 불안을 완화하는 차원에서다.
◇ 부작용 염두에 둔 ‘신중론’도 비등
반면 금융당국은 야당측 예금보호제도 개선엔 동의하면서도, 한도 상향을 법률화하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현행 제도로도 유사시 예금을 전액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기 때문에 굳이 예금 보호액을 상환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입법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행정입법으로 한도를 제한 없이 풀 수 있는 제도적 근거도 마련돼 있는 상태다.
금융권 또한 야당 중심으로 이처럼 예금 보호 상한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금 보호 한도가 늘어나면 일종의 보험료 격인 예보료 내야하는데 이 부분을 현재 금융사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권에 따라 시중은행은 0.08%, 저축은행은 0.4%, 보험‧종합금융사가 0.15%의 비율로 보험료를 내고 있다.
이처럼 늘어나는 비용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보호 한도가 높아지면서 이자를 더 많이 주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예금이 쏠리는 현상도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보호한도를 올리면 저절로 예보료도 오르게 되는데 비용 증가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자금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이건 은행들 간 영업문제가 아니고 또 다른 뱅크런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윤창현 의원은 “예금 보호 한도를 높여 더 안전한 금융보호망을 만드는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예금보험료 인상이 서민들의 이자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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