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비영리법인의 해산과 잔여재산의 귀속

2023.06.12 20:47:12

(조세금융신문=안경봉 국민대 법대 교수) 잔여재산의 귀속에 관한 민법과 공익법인법

 

비영리법인이 각종 사유로 해산한 경우에는 그 잔여재산의 운명이 문제된다. 비영리법인에 관한 일반적인 규정이라 할 수 있는 민법 제80조는 해산한 비영리법인의 재산은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되고(제1항), 정관으로 귀속권리자를 지정하지 아니하거나 이를 지정하는 방법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이사 또는 청산인이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그 법인의 목적에 유사한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으며(제2항), 위와 같이 하여도 처분되지 아니한 재산을 국고에 귀속하도록 하고 있다(제3항). 현행 민법은 잔여재산의 귀속에 관하여 [정관지정방식], [기관에 의한 유사목적처분방식] 및 [국고귀속방식]의 3단계 처리방식을 예정하고 있다.

 

한편 공익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제13조는 해산한 공익법인의 잔여재산을 정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1항), 이와 같이 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 재산은 공익사업에 사용하거나 이를 유사한 목적을 가진 공익법인에게 증여 또는 무상대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항). 공익법인법은 [국가귀속 강제주의]를 취하고 있다. 공익법인법 제13조에 의하면 설립자의 정관형성의 자유가 크게 제한받고 있는 셈이다. 사적 자치를 넓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공익법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증여세 과세

 


전술한 바와 같이 민법상 잔여재산의 1차적 귀속권리자는 [정관으로 지정한 자]이다(제80조 제1항). 순수한 비영리법인은 설립자의 상속인도 잔여재산의 귀속권리자가 될 수 있으나, 세제혜택을 받는 공익법인(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12조 각 호에 열거된 공익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에 있어서 잔여재산을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유사한 목적을 가진 공익법인에 귀속시키지 아니한 재산가액에 대하여는 해당 재산가액을 공익법인이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가 과세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48조 2항 8호 및 같은법 시행령 38조 8항 1호).

 

잔여재산의 귀속에 관한 사립학교법

 

학교법인에 대하여 규율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제10조 제1항 제10호는 “해산에 관한 사항”을 정관 기재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5조는 학교법인이 정관에 해산에 따른 잔여재산의 귀속자에 관한 규정을 두려는 경우 그 귀속자는 학교법인이나 기타 교육사업을 경영하는 자 중에서 선정되도록 하여야 하고(제1항), 해산한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은 합병 및 파산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되고(제2항), 학교법인의 임원 또는 해당 학교법인이 설립한 사립학교를 경영하는 자 등이 사립학교법 등을 위반하여 해당 학교법인이 시정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해산하는 경우에는 정관으로 지정한 자의 지정이 없는 것으로 보고(제3항),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되지 아니한 재산 중 대학교육기관을 설치, 경영하는 학교법인의 재산은 ‘사학진흥기금의 청산지원계정’에, 사립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을 설치, 경영하는 학교법인의 재산은 당해 ‘지방자치단체’에 각각 귀속된다(제4항)고 규정하고 있다.

 

종합소득세 부과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그동안 인수나 합병 등을 통한 사립학교의 경영권 변동은 법률상 단순히 임원의 교체라는 외양을 취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사립학교 설립자측은 임원 교체의 대가로 인수자 측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일정한 대가를 지급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그 대가를 개인이 수령한 경우 소득세법상 영업권의 양도대가가 아니라 사례금으로 보고 종합소득세를 부과하게 된다(조심-2015-서-1220 , 2015.07.14 참조).

 

잔여재산의 귀속에 관한 사립학교법상 특례 규정의 확대 적용

 

사립학교법 제35조의2에 따르면 고등학교 이하의 각급학교를 설치, 경영하는 학교법인은 시도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해산할 수 있는 데, “해산하는 학교법인은 그 잔여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잔여재산처분계획서에 정한 자(잔여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학교법인이나 기타 교육사업을 경영하는 자 이외에 재산출연자 포함)에게 귀속시키거나 공익법인의 설립을 위한 재산으로 출연할 수 있고”(제7항),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잔여재산 귀속자에게 학교법인의 원활한 해산을 위하여 해산인가 신청 당시 학교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기본재산 감정평가액의 100분의 30 이내의 범위에서 해산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다(제3항). 이는 잔여재산의 처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여세(조세특례제한법에서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은 적도 있으나 현재는 삭제됨)의 부담을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립대학의 경우에도 해산하는 학교법인의 재산출연자에게 일정한 한도 내에서 출연재산을 환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발적인 구조개선을 촉진할 수 있는 유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해산하는 학교법인에게 부과하는 증여세를 비과세할 것이 아니라면 해산장려금을 사립대학에 지급하는 방법도 구조개선 촉진을 위해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프로필] 안경봉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현) 금융조세협회 수석부회장
•(전) 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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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봉 국민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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