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경봉 국민대 법대 교수) 지난 해 연말 국회에서 상속세개편논의가 있었다. 상속세율의 인하가 주된 논의였으나, 상속세 계산방식도 상속인의 유산 취득가액에 따라 각각 세액을 계산하는 ‘유산취득세방식’ 도입에 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산취득세방식’ 도입논의는 기획재정부가 ‘중장기 검토’의견을 냄으로써 일단 수면 하로 내려간 것으로 보이나, 당초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2019년 2월 발표한 재정개혁보고서에서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되 과표구간, 공제제도 등도 함께 세수 중립적으로 개편할 것을 권고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논의이기도 하다.
유산세방식과 유산취득세방식
유산세방식은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총액의 이전을 과세물건으로 하여 피상속인 등(donor)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반면 유산취득세방식은 상속인 등 이 취득한 유산을 과세물건으로 하여 상속인 등(beneficiary)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OECD가 2021년 내놓은 ‘상속세 보고서’에 의하면 재산의 무상이전에 대해 과세하는 OECD 24개 회원국 중 21개 회원국이 유산취득세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데, 이들 국가들은 피상속인과 상속인과의 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세법상 취급 - 예컨대 서로 다른 공제한도 및 세율 - 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3개 회원국(덴마크, 영국, 미국)은 유산세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데, 납세의무를 결정함에 있어서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관계도 추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유산세방식이든 유산취득세방식이든 총자산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공제한 순자산가치에 과세하는 것인 일반적인 데(한국 등 12개 회원국), 몇몇 회원국은 피상속인의 채무를 공제함에 있어서 조건을 붙이기도 한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에는 상속세 과세표준을 감소할 의도로 채무부담을 하지 않았다는 조건하에서만 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유산취득세방식으로의 전환
유산세방식은 제도상 기회의 균등(equality of opportunity)이라는 관점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유산취득세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각 상속인별 유산취득의 크기나 개인적 사정의 차이에 관계없이 동일한 한계세율에 의하여 과세를 행하기 때문에 상속인의 담세력에 따르는 공평한 과세가 어렵다.
상속재산을 불균등 분할함으로써 공동상속인간에 상속재산의 취득액에 차이가 심한 경우에도 상속재산가액이 적은 상속인이나 많은 상속인에게 적용되는 한계세율은 동일하다. 유산취득세방식을 취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점이 해소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유산세방식 아래에서는 유산취득액이 동일하더라도 유산총액의 크기, 배우자의 유무와 상속공제액의 크기 등에 따라서 상속세액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과세의 형평이 침해된다. 유산세방식 하에서는 공동상속인간 협의분할에 의하여 생존배우자가 상속유산을 전혀 취득하지 않는 경우에도 배우자상속공제를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공제, 장애인공제 등 항목별 인적공제의 경우 그러한 공제사유가 없는 상속인들에게까지 세부담 경감효과가 돌아가는 모순이 있다.
유산취득세방식을 취하는 경우 상속이 있을 때마다 별개의 과세계기로 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이 해소된다는 주장이다. 즉 유산세방식하에서는 상속공제가 3억원인 경우, 2억원의 상속을 두번 받는 상속인은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는 반면, 4억원의 상속을 한번 받는 상속인은 과세된다.
물론 유산취득세방식을 채택하는 경우 세수의 감소라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산세방식은 분할 전 유산총액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독상속 이외의 공동상속의 경우에는 유산세방식에 비해 세수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과세행정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공동상속인간 상속재산의 분할을 일일이 추적하여 개별적으로 상속공제를 한다는 것은 피상속인의 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방식에 비하여 과세행정상의 어려움이 훨씬 크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세수기여도와 조세행정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유산세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겠으나, 국제적 동향, 기회의 균등의 측면에서 유산세취득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산취득세 방식을 택하게 되면 피상속인에게는 소득세와 상속세의 이중과세문제가 해소되고, 상속인 단계에서만 한번 과세되므로 이중과세문제는 자연히 해소되는 효과도 있다.
[프로필] 안경봉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사)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
•(사)금융조세포럼 수석부회장
•(前)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前) (사)한국세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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